▲ 애플이 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등의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해 25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MS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애플이 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등의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해 25억 달러(2조 9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기술 대기업들의 주택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애플의 이번 약속에는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서민주택 투자기금 10억 달러와 주택을 처음 소유하는 사람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지원기금 1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플에 앞서 올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대기업들은 이미 주택 지원 기금으로25억달러를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 이익단체들은 최근 이 같은 기술 대기업들의 약속은 금액도 너무 적고 시기도 늦었다고 주장한다. 기술 회사들은 과거에도 추진하던 여러 사업들이 해당 지방 정부와의 견해차이로 무산된 이후에야 비로소 서민 주택 지원 약속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주택 시장 트룰리아(Trulia)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 중간 가격은 거의 38%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비영리 단체 주택평등법 프로젝트(Housing Equality Law Project)의 메리 프렘 소장은 "기술 대기업들이 이제라도 주택 지원에 동참하는 것을 보니 기쁘지만, 그들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들이 일으키고, 세입자들과 상담하는 비용을 떠 앉는 것은 우리 같은 비영리단체들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술 회사들이 집중 모이면서 생활비도 함께 치솟았다. 기술 대기업들이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대료, 주택 구입가격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다른 기본 비용까지 잇따라 올랐다. 이것은 중저소득층 위주인 이 지역의 주택 소유자나 임차인들이 더 이상 이 지역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은 이러한 역동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연간 11만7000달러를 버는 4인 가족은 저소득층으로 간주된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과 그 외 다른 기술 허브에서의 높은 생활비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해 장거리 통근을 하거나 이 지역을 완전히 떠나는 것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기술 대기업들이 비로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각각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주택 지원사업에 10억 달러를 출연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워싱턴주 푸젓사운드(Puget Sound) 지역의 서민 주택 지원사업에 5억 달러를 출연했다.

구글은 산호세(San Jose)에 3000가구에서 5900가구를 짓는 새로운 다목적 주택 건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구글의 제안이 서민 주택이나 저소득자용 주택에 얼마나 많은 가구를 할애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대기업들은 지역 주택 지원 사업에 거액을 출연하는 것은 집값 상승 원인 제공자로서 결자해지의 의미가 있다.    출처= Challenges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술 회사들은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16개의 허브를 개설했고, 버지니아 북부에 제2의 본사를 건설하고 있다.

애플도 지난해 회사 본거지를 텍사스주 오스틴(Austion),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Pittsburgh),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 등지로 분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뉴욕에 10억 달러를 들여 뉴욕에 새 캠퍼스를 짓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생방송으로 진행된 회사 행사에서, 주택 부족과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의 고용을 샌프란시스코만 외곽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4일 성명을 통해 “회사는 실리콘밸리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남아있도록 해야 할 시민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쿡 CEO는 이 지역의 주택난이 회사가 그 지역에서 직원들, 특히 경비원, 안내 데스크원 같은 저임금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적어도 10억 달러의 주택투자기금은 중저소득층의 주거에 초점을 맞춘 사업에 배정돼 있지만, 애플이 이번에 저소득층 주택을 얼마나 지을 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기술 회사들이 서민 주택 지원 사업에 의무적으로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 시의회는, 아마존 같은 주요 고용주들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해 무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이 법안이 부결된 이후, 아마존은 올해 초 시애틀과 버지니아 지역의 서민 주택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800만 달러(93억원)을 지원할 것이며 향후 10년간 무주택 문제에 1억 3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 이익단체 임비 액션(YIMBY Action, Yes In My Backyard)의 로라 푸트 소장은 "기술 대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만 지역과 전국적인 주택불평등 문제에 대해 소리를 내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푸트 소장은, 이들 대기업 뿐 아니라 병원, 은행, 교육 기관들도 중산층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주거를 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의 고용주들을 이 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긴 원인 제공자로 지목한다면 나는 많은 명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술 대기업들은 그런 원인 제공자 목록의 중간 이하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