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이달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그 배경에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두달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금융투자 위주의 순매수로 외국인 매도에 대응하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국채선물 수급이 회복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채 선물은 미·중 지표 호조에 따른 글로벌 위험선호 분위기로 약세 개장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을 비롯해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국채선물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개인들이 선물을 큰 폭으로 손절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약세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3년 국채선물은 29틱 하락한 109.82에 마감했고, 10년 국채선물은 112틱 하락한 128.60에 마감했다. 반면 국고3년, 5년 10년물이 모두 상승마감하면서 장기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다.

▲ 10월 선물시장 순매수, 순매도 현황. 출처=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국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빈번해진 원인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가운데 국내채권 공급 증가부담과 대외 불확성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낮아지며 국고채 금리 지속 상승

국내 채권시장에서 그동안 외국인과 개인들의 매도세가 잦아진 원인에 대해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기존까지 채권의 수요를 발생시켰던 요인들이 최근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특히 올해들어 한국은행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를 했지만 통화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체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금융기관간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가 하락하고 장·단기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통화시장은 이러한 흐름이 관찰되지 않고 있고 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가 상승하는 원인은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채권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초안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보합세로 출발했고 미국 ISM제조업지주와 비제조업 지수까지 하락하며서 대내외 금리가 급락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달 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연방 기금금리를 1.5%에서 1.75%로 25bp추가 인하했고 파월 의장이 정책금리의 적정경로를 재평가한다는 발언과 함께 당분간 금리 동결을 시사하면서 국내금리도 추가인하 기대감도 낮아져 채권을 매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달에 이어 이달 외국인이 대규모 국채 선물 매도세를 지속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더해졌다. 실제로 최근 채권 발행금리 산정이되는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3bp급등한 연 1.550%에 장을 마감했다. 10년물은 연 1.827%로 9.5bp 상승했고 5년물과 1년물도 각각 8.5bp와 2.3bp 오른 연 1.677%와 연 1.387%로 장을 마쳤다. 4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0월 25일 1.52%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금리상승으로 채권시장에 약세 흐름이 지속돼 채권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 1.55%, 10월 25일 1.52%이후 최고점 도달

조용구 신영증권 채권 분석 담당 연구원은 “미중무역협상 기대감, 노딜블렉시트 우려가 완화되면서 선진국 금리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국고채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준금리도 세 번째 인하가 존재하더라도 최초 2회보다 더 긴 기간이 필요하고 최소 내년 1분기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 채권시장, 수급에 대한 우려 확대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또하나의 원인은 국내 채권시장의 수급문제가 다음달부터 확대되기 때문이다. 2020년 국내 국고채 발행규모는 130조원에 달하고 상환발행이 아닌 순증 발행이 71조원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사상최대규모의 발행으로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 안심전환대출을 시행으로 이에 대한 국고채 공급규모가 늘어난다. 안심전환대출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것으로 정부는 은행으로부터 양수받은 주택저당증권을 모아서 MBS를 발행한다. 결국 안심전환대출의 종착점은 MBS발행으로 연관돼 이에 대한 수급이 늘어나 언제 발행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는데 내달부터 다음해2월까지 20조원 정도가 발행될 것으로 최근 공개가 되면서 채권 수급에 대한 불안요인이 더해졌다.

실제로 선물시장은 9월에 이어 지난달 양 국채선물(KTB, LKTB)모두 큰 폭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MBS발행에 이어 국고채, 지방채, 공사채까지 공급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도 채권시장이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은행 채권동향팀 관계자는 “그동안 채권형펀드에서 외국인 수요가 지속됐지만 MBS를 비롯해 채권시장에 수급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고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 국고채 발행이 증가한 점이 추가 부담 요소”라며 “향후 외국인주체들의 수요가 지속될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