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시니어 포털 사이트 ‘유어스테이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들이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인터넷이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란 편견은 깨라. 사이버 세상에도 시니어 전용 공간이 있다. 시니어 간 교류와 자아실현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과연 유용할까 싶은데 기우에 불과했다. “온라인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도구”라며 “나이 들어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오프라인에만 머물러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그들. 시니어들만의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봤다.

‘마당발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빈말이 아니다. 노후에 건강한 삶을 지속하려면 사회관계 형성이 필수다. 192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 박사가 80년간 1500명의 인생을 추적한 인생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를 악물고 뛰는 것보다 사회적 유대 관계를 키우고 가족·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수록 장수한다는 것이다.

친구가 점점 줄어드는 시니어들에게 제시될 수 있는 사회적 건강을 위한 관계 증진의 대안은 무엇일까. IT강국을 자부하고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부족한 사회관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해 등장한 것이 시니어 전용 커뮤니티 사이트다.

시니어들 꿈 펼치는 창의공간 ‘유어 스테이지’
“퇴직 후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유어스테이지를 알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지난해부터에요.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매사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요. 신나고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드라마나 책은 역사물만 볼 정도로 ‘역사 호지자(好之者)’라는 우태우(63)씨는 50세 이상 시니어를 위해 특화된 포털 사이트 유어스테이지(www.yourstage.com) ‘일조의 궁궐이야기’ 클럽 운영위원회에서 박물관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이면서 시니어 파워블로거인 ‘시니어 리더’ 7기로 활동 중이다.

국내 굴지의 패션 대기업에서 퇴직 후 패션 컨설팅을 해오던 그에게 이 일은 새로운 활력소다. 우씨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인생의 오랜 경륜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손주들과 함께 궁궐 사진을 찍고 역사도 들려주는 ‘궁사모(궁궐사진모임)’를 새로 조직해 가족 및 친지와의 소통도 꾀하고 있다.

또 다른 7기 시니어리더인 박미령(58·여)씨는 최근 유어스테이지 회원인 지인의 소개로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클럽 활동은 물론 역사, 도보, 공연예술, 여행 등과 관련해 글을 게재한다. 젊어서 고등학교 강사였던 그는 대학교 어학당에서 배운 영어회화 실력을 발휘해 복지관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며 사이트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일반 포털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젊은 사람들과 호흡하기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여긴 모두 제 또래다 보니 공감대 형성이 쉽더라고요. 각계각층 경력자들의 정보력 또한 대단합니다.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그 뿐인 줄 아세요? 사진 하나를 쓰더라도 자신이 직접 찍어 올리는 게 원칙이고 모든 콘텐츠를 자기 힘으로 만들어야 해요. 덕분에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데도 좋답니다.”

박씨는 “이렇게 박학다식한 시니어들이 많은데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존재인양 치부해 버리는 사회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회원들끼리 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공유하는 박용환(55)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인맥이 훨씬 풍부해질뿐 아니라 자원봉사, 나아가 수익 창출까지 꾀할 수 있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역설했다.

박씨는 “산업디자인 회사 대표이자 대학 겸임교수로 아직 현역이다. 죽을 때까지 왕성하게 일하고 싶은 게 바람”이라며 “나처럼 ‘액티브’한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유어스테이지와 같은 시니어 전용 웹사이트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모두 한결같이 인터넷 활용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까지 할 줄 안다는 이도 있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2007년 오픈한 유어스테이지는 현재 36만 명가량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50대 이상이 약 42%를 차지한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약 1만5000명.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국내 최대 시니어 포털 사이트로 이미 평가받았다.

이 사이트에는 노년기에 맞는 건강 칼럼, 재테크 등 자산관리 정보, 여행과 맛 기행, 바둑·골프 등 취미 생활, 공연·문화, 치매예방게임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시니어 특화상품, 재취업 프로그램, 은퇴 설계 전략 등 관련 행사나 세미나, 시니어 비즈니스 정보도 알차다. 무료로 회원 가입을 하면 블로그 등록 등 활동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에 자신의 글을 올려 다른 회원들과 경험 및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약 4000명의 블로거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월 평균 6000건 이상의 블로그 글이 게재된다. 또 시니어들이 직접 본인의 관심사나 취미 등을 주제로 개설한 시니어클럽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회원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독서, 걷기, 댄스스포츠 등 500개 이상의 클럽이 있다.

유어스테이지 운영사인 시니어파트너즈의 전영선 홍보 팀장은 “유어스테이지는 젊은 세대에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함과 동시에 다양한 체험 및 사업 참여, 사회공헌, 사회적으로 건강해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자존심과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시니어파트너즈는 비금융권과 금융권이 손을 맞잡고 고령친화 사업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로 교보생명과 시니어트렌드포럼 개최 등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후 문제를 고민하고 남다른 시각에서 관찰해왔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기에 딱 맞는 파트너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전언이다.

봉사와 기부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살자’
특별히 봉사와 기부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40대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 ‘살자’(www.salja.co.kr)도 있다. 김성연(45)씨는 몇 년 전 중풍(뇌졸중)이란 병마를 이겨내고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품으면서 살자를 찾게 됐다. 사람이 그리워 동아리 같은 모임에 들기 위해서였다.

“살자를 통해 순수한 영혼들을 만나서 기쁩니다. 나누려 하며 사회에 공헌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죠. 이들 덕분에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삶을 사랑하는 의미가 뭔지 깨닫게 됐습니다.”

15년간 음식점 사업을 하며 쉼 없이 달려온 지난 세월, 황인학(58)씨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이 사이트를 만났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희망수기를 보면서 현실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활기를 되찾았다. “마음이 외로울 때, 삶이 고단할 때마다 글을 씁니다. 이곳에서 받은 만큼 제 글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남에게 기쁨을 주는 봉사라고 생각해요.”

살자는 ‘나누는 기쁨, 함께하는 열정, 만나는 즐거움, 통하는 공감’을 내걸고 시니어의 사회적 참여활동을 지원하며 대화의 장과 더불어 다양한 양질의 정보,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시니어 전문 복합 음식·문화 공간 ‘살자아지트’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세련된 인테리어를 연출한 점이 특징이다.


살자를 운영하는 다날미디어의 권해성 팀장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점점 소외되는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인맥 형성과 삶의 기쁨, 성취감을 주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들의 인생은 정상을 향해 오르막을 전진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는 ‘등산’과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역경을 이겨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중장년 세대의 롤모델로, 살자 홍보대사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사이트 카테고리는 역시 중년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테마로 이뤄져 있다. ‘푸념’은 다른 커뮤니티에서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40대 이상 세대의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는 자유게시판이다. 또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대공감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만남’은 이성 친구와 또래 친구를 찾을 수 있는 만남의 공간. 동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특색 있다.

월 정액(5000원) 가입자라면 ‘동영상’코너에서 영화, 강연, 골프 등 다양한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직업’에서는 재취업, 노후 설계 등 중년층을 위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며 ‘중고거래’는 회원들 간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사고 판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무료 상담센터도 운영, 자살 극복 수기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시니어의 행복한 삶을 위한 다채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살자가 오픈한지는 3개월여가 지났다. 회원 수는 1000명 정도로 아직 많지 않지만 반응은 좋다. 무엇보다 자기 나이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것. 인터넷 1세대인 40대 초반 이용자의 경우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을 접해왔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 사용에도 큰 어려움이 없단다.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지 못해도 괜찮다. 가능한 한, 한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게시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디자인하는 등 쉽고 편리한 사용자환경(UI)을 채택해서다. 텍스트를 일일이 읽기 어려운 연령층을 배려해 서비스를 동영상 위주로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살자는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40대 이상만을 위한 시니어 전문 복합 음식·문화 공간으로 ‘살자아지트’가 문을 연 것. 커피전문점이나 주점, 레스토랑 등 어느 곳을 가더라도 20~30대만 보일 뿐, 시니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서 착안했다.

1층은 커피와 전통차 카페, 2층은 퓨전 한식 레스토랑, 3층에는 막걸리·와인바가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를 연출한 것이 특징. 중·장년층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서 향수만 자극하는 옛날 분위기와 음식을 고집한다면 금새 지겨워져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격은 2만원대로 주변 매장에 비해 20~30% 저렴하다.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회원 간의 만남 주선, 나눔 프로모션 개최, 일자리 제공 등이 함께 이뤄지는 색다른 문화공간을 표방한다. 권 팀장은 “그들만을 위한 인터넷 공간, 그들만을 위한 살자아지트라는 점에서 회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울러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되고 즐길 수 있는 새롭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
“디지털 시니어 대상 인터넷 커뮤니티는 ‘신수종 사업’”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유어스테이지를 운영하게 된 배경은.
신수종 사업을 찾고 있었다. 첫째, 의미 있어야 하고 둘째,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셋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야 할 것.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영역이 바로 고령화 관련 사업이었다.

그렇게 해서 활동적인 여생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를 기반으로 컨설팅과 마케팅을 수행하는 시니어파트너즈가 2007년 설립됐고 곧이어 시니어를 위한 포털 사이트 유어스테이지를 오픈했다. IT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시니어가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에게 필요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유어스테이지는 젊은 층에 치이지 않고 자유롭게 꿈을 펼치고 활동할 수 있는 시니어들만의 ‘무대’다.

국내 흔치 않은 모델인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초기에는 시니어들의 관심이 높은 건강 정보를 주로 다뤘다. 보기 편하도록 글자를 일부러 크게 하고 이용하기 쉽게 단순 전달 방식을 취했다. 그런데 시니어들이 좋아할 거란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시 약 1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더라.

글자 크기는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사진 등의 이미지가 풍부해야 하며 클럽을 만들어 서로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라, 무엇보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들이 쏟아졌다. 우리가 알고 있던 시니어의 모습은 과거의 유물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해법을 찾았나.
교보생명과 공동으로 50세 이상 약 2000명의 시니어 남녀를 대상으로 2006, 2008, 2010년 3차례에 걸쳐 시니어 인식 및 행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회통념과 달리 시니어는 경제력이 있고 ‘액티브’하며 주거공간·여행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들이 젊어지고 의식도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측으로 웹사이트를 개발해 실패를 겪은 전례를 교훈 삼아 시니어의 다양한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 사이트를 다시 오픈했다. 지금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핵심요소로 사회관계 형성을 얘기했다.
지난해 9월 말, 은퇴 전후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47.7%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꼽았다. 사실 대부분이 질병 없는 몸의 건강만 생각하는데 장수국가 일본을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것이 고독사다.

이웃사촌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왜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며 이것이 곧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시니어 전용 웹사이트 현황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미국은퇴자협회(AARP, www.aarp.org) 웹사이트와 이온스(eons, www.eons.com)가 대표적이다. AARP는 50세 이상 회원 4000만명을 거느린 최대 규모의 시니어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회원들간 활발한 소통을 돕고 있다. 이온스는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블로킹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SNS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어스테이지도 시니어들에 맞는 사회관계망 서비스 기능을 보강하고 스마트 기기 탑재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포털 사이트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오프라인 사업과도 연계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기업들의 이익 창출 면에서 접근하기엔 국내 시장 분위기가 성숙된 것 같다.

인터뷰 | 윤광준 다날미디어 대표
“시니어 자아실현 욕구 맞춘 ‘버킷리스트’ 이벤트 준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유어스테이지의 사진 클럽 모임. 살자의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 유어스테이지의 클럽 홍보 모습.

살자는 봉사와 기부를 축으로 사회적 기업을 지향한다.
시니어들은 나이가 들면서 뭔가 보람 있는 일을 추구하고 자연스럽게 봉사에 관심을 가진다. 살자의 모토는 사회공헌을 통해 중·장년층이 보람을 얻고 삶의 의미를 느끼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직장생활 10년·벤처창업 10년의 세월을 거쳐 지금까지 숨 가쁘게 오십 해를 살아왔더니 왠지 모를 삶의 허무감이 느껴지더라.

그때 주변을 돌아봤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복지재단을 설립해볼 생각도 했지만 참신한 형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살자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보는가.
회원 수에 성패가 달렸다. 100만명 이상이 되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까지 방문자 수는 10만명 정도. 그 중 유료회원은 1000명도 안 된다. 처음에는 무조건 가입비 5000원을 받았는데 사이트에 확신이 없어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이것은 회원 확보에 걸림돌이 됐다. 지금은 많은 시니어들이 살자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일반회원제를 도입했다. 무료 회원 가입자에게 월 정액 가입의 정회원용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살자아지트 오픈식에 참석한 명사들이 담당할 역할은.
당시 허영만 화백, 전 농구선수 한기범 희망재단 대표, 손범수 아나운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중·장년층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명사들을 초대한 것이다. 한기범 대표와 김범수 의장은 살자 회원이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이들과 회원 간의 온·오프라인을 통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시니어들에게 명사의 인생관, 성공스토리를 전해 새로운 열정을 북돋워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뭔가.
단순한 친목모임을 넘어 뉴 시니어의 자아실현 욕구에 맞춰 버킷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것에 관한 리스트)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또 기부, 봉사활동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임을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누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고자 한다.

시니어 전용 공간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나.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 시작으로 지금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시니어 문화공간이 향후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뉴 시니어로서 16억원이 넘는 자산에 월 210만원 이상의 소비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을 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진다고 했다.

성공한 뉴 시니어들의 경우 가족과 경제발전을 위해 이루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꿈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일본의 경우를 보자. 젊은층 감소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오락 시장이 시니어를 타깃으로 회복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전용 가라오케나 카페가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시니어를 위한 문화공간은 시니어 산업의 블루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