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F의 홍정국 신임 대표이사(왼쪽)와 홍정혁 신임 전무. 출처= BGF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BGF그룹(회장 홍석조)이 지난달 말 창립주 홍석조 회장의 두 아들을 새로운 요직에 배치하며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GF그룹이 처한 업황과 2세 경영의 연관성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BGF그룹 지주사 BGF는 지난 10월 31일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사장)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브랜드 씨유(CU)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그룹은 대표이 인사를 발표한 다음날인 11월 1일 홍 회장 차남인 홍정혁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신사업개발실장을 맡긴다고 밝혔다. 2020년 정기인사의 일환이다.

BGF 그룹의 이번 2세 인사는 연령 측면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영 승계 과정과 유사성을 보인다. 1982년생인 홍정국 신임 사장은 2013년 32세에 상무로 BGF그룹에 입사한 뒤 35세 전무, 36세 부사장에 이어 38세인 올해 사장직을 맡았다. 1983년생인 홍정혁 신임 전무도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KPMG에서 근무하다 36세인 2018년부터 BGF 상무(신사업개발실장)를 맡으며 그룹에 처음 몸 담았다. 입사 1년 여 만인 올해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앞서 36세였던 2003년 상무로 승진한 뒤 40세 전무, 42세 부사장, 43세 사장을 맡았고 45세가 된 2012년 부회장에 선임됐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3세 경영인 정의선 부회장은 1970년생이다. 30세가 되던 1999년 현대자동차에 상무로 입사했고 33세에 전무로 승진한 뒤, 34세 부사장, 36세 사장에 이어 50세에 총괄 수석 부회장에 올랐다.

홍정국 신임 사장의 경우 직급으로만 따질 때 사장직에 30대 후반에 오른 점은 타 기업과 비슷한 승진 속도를 보였지만 그룹 내 위상으로 따질 때는 다소 빠르게 승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BGF그룹에는 현재 부회장직이 없다. 현 직급 체계를 기준으로 볼 때 홍정국 신임 사장은 홍석조 회장의 바로 아래 직급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세 초·중반에 회장 바로 아래 부회장을 맡은 점에 비하면 홍정국 신임 사장이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은 상황이다.

이번 인사는 그룹 역량의 쇄신에 대한 내부 요구에 따라 단행된 것으로 업계에서 풀이되고 있다. 최근 계열사별 경영진을 둘러싼 근태 논란이나 실적 부진 등 부정적 이슈가 없었던 점을 감안한 추측이다.

BGF그룹의 실적은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캐시카우인 BGF리테일의 연간 매출액은 2014년 3조 3031억원에서 4년 뒤인 작년 74.8%나 증가한 5조 774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이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 수를 기준으로 GS25 운영사 GS리테일과 1위 자리를 다투는 등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해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인 가구 증가, 소비 행태 변화 등 시장 요인에 힘입어 사업 외연이 더욱 확장하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매출액 측면에서는 GS리테일(편의점 사업 부문)이 작년 6조 5510억원을 기록하는 등 CU보다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3위 업체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은 작년 매출 3조 8003억원을 기록하며 BGF리테일과 격차를 보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성장이 비교적 극명하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 시장 규모가 갈수록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BGF그룹이 경쟁력을 극적으로 강화시킬 묘수를 찾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편의점 사업 전망에 일말의 불확실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BGF그룹이 편의점 사업 수익에 큰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황에도 혁신이 더욱 필요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룹 주요 계열사를 각각 거느리고 있는 BGF, BGF리테일 등 두 주요 계열사의 내부 거래 규모를 배제하지 않은 매출액은 작년 총 6조 9674억원이다. 이 가운데 BGF리테일 편의점 사업 부문의 매출액(5조 774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3.9%에 달한다.

BGF그룹은 현재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하는 브랜드 ‘헬로네이처’와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KBF’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다만 배송 서비스, 친환경 소재 등 분야가 이미 유통업계에서 보편화한 이슈로 후발주자에 머문 BGF그룹이 차별화를 도모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룹이 ‘젊은 피’인 2세 경영인들의 창의성과 새로운 관점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홍정국 신임 사장과 홍정혁 신임 전무는 이번 승진 전에도 각종 성과를 거두며 그룹의 기대치를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에 따르면 홍정국 신임 사장은 BGF리테일 부사장 시절 경영전략부문장과 BGF 전략부문장을 함께 맡으며 씨유를 몽골에 수출하는 등 사업 외연을 넓힌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정혁 신임 전무는 상무 시절 BGF에코바이오 대표이사를 겸하며 KBF를 인수하는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GF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육성하는데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2세 경영인들이) 이번에 승진 발령된 점은 그룹 성장에 필요한 책임 경영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BGF그룹의 이번 2세 경영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홍석조 그룹 회장이 비등기임원으로서 그룹을 배후 지휘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대한 결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2세 경영인들의 요직 배치는 적절한 판단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젊은 경영인들의 새로운 경영 마인드가 시장 추세를 읽고 대응하는 데도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두 2세 경영인이 비교적 부족한 실무 경험치를 주위에서 잘 보완하고 현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번 인사 성과의 관건”이라면서도 “이건준 신임 BGF리테일 대표이사 등 전문 경영인들이 현직에 있는 만큼, 젊은 경영진의 트렌디하고 확장된 사고방식이 성장에 일조할 수 있는 토양은 조성돼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