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A라는 섬나라가 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해변에서 멀지않은 바다에 또 다른 섬 B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B섬에는 A나라에 없는 각종 진귀한 과일과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당연히 A 섬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헤엄을 쳐서 B섬으로 가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A섬을 지배하는 족장은 규칙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B섬으로 가기위해 헤엄을 치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A섬 족장은 “앞으로 B섬으로 갈 때 앞을 잘 보기위해 수경을 착용하고, 파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오리발을 사용해라”고 공표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A섬에 살던 상인 중 하나가 편리하게 B섬을 오가기 위해 ‘배’를 바다에 띄웁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던 방식이고, 편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합니다. 더 많은 B섬의 과일과 나무를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관련 산업은 커지고 더 많은 부가가치가 발생하며 배를 띄운 상인은 ‘혁신가’로 칭송받습니다.

 

동시에 논란이 시작됩니다. 특히 지금까지 B섬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오리발과 수경을 팔던 상인들이 발끈합니다. 이들은 족장을 향해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배를 띄운 상인에게 “수경과 오리발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비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는 “수경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B섬으로 갈 수 있는데, 단순하게 배를 띄워 편리하게 항해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고 비꼽니다.

VCNC 타다의 역설

쏘카 VCNC 타다 서비스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VCNC 타다의 불법운송을 규탄하는 택시업계의 공세는 전방위적이며, 소위 ‘타다 금지법’은 국회로 공이 넘어 갔습니다. 국토교통부 주도의 플랫폼 택시 전략은 탄력을 받았고, 이제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으면 모빌리티 사업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ICT 플레이어들은 ‘타다 아웃’ 집회현장에 나와 쭈볏쭈볏 주변을 맴돕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논란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새삼스럽지만 ‘쏘카 VCNC의 타다가 과연 혁신이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최초 서비스 당시부터 나왔던 논란이며, 법 조항을 둘러싼 이견은 차치한 상태에서 이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쏘카 VCNC 타다 서비스는 혁신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택시업계의 타다 아웃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수긍할 수 있는 말입니다. A 섬나라에서 B라는 섬으로 갈 때 헤엄을 쳐서 가든, 배를 타고 가든 ‘이동한다’의 개념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텔레포트라도 하면 모를까. 단순한 이동의 개념확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의 개념과는 거리가 멉니다.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연결의 시너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연결’이라는 행위는 아주 단순하고 간편해 보입니다. 그 자체로는 별다른 임팩트를 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 ‘그저 그런’ O2O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한편 연결의 또 다른 방식인 온디맨드 비즈니스가 위워크 쇼크로 휘청이자 이러한 관념은 더욱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결의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가 존재합니다. 배달의민족이 모바일에서 업체와 고객을 ‘새롭게’ 연결하고, 네이버가 소상공인과 구매자를 ‘새롭게’ 연결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오프라인 연결방식을 온라인으로 끌어와 새로운 영토에 선을 그어 연결했고, 그 자체로 관련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클라우드 산업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삼성과 LG, SK, 현대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올라타고 싶어 안달이 난 클라우드의 경우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는 왜 대기업들마저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클라우드를 통해 정보가 모이고 즉각적으로 연결되며 이를 혼합해 새로운 기술로 끌어내는 순간 관련 산업은 무한의 영역에 가까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쏘카 VCNC도 마찬가지입니다. 승객과 드라이버 및 차량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콜택시와 비교해 특기할만한 커다란 혁신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 친절하고 편리한 이동의 경험을 창출하는 순간 그 연결의 시너지는 무한으로 커집니다. 택시업계와 협력한 모든 모빌리티 기업이, 아니 택시업계가 지향하는 모든 목표와 동일합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연결의 새로운 방식은 혁신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경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B섬으로 갈 수 있는데, 단순하게 배를 띄워 편리하게 항해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고 질타한다면, 이는 배를 띄우는 행위로 창출할 수 있는 연결 그 이상의 강력한 산업파급효과를 외면했거나, 혹은 평가절하하는 행동입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쏘카 VCNC 타다의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다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론칭한지 1년만에 가입회원 125만명, 운행 차량대수 1400대, 운행 드라이버 9천명(9월말 기준) 기록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1년간 평균적으로 매월 1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타다로 유입 됐으며, 타다 누적 이동 거리는 약 3550만km로 지구 886바퀴를 돌아 이동한 것과 같은 수준이며 차량 대당 이동시간을 합하면 172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단순한 이동의 방식에 불과한, 혁신이 없는 서비스에 사람들이 이렇게 몰렸다면 우리는 혁신의 재정의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혁신=사업적 성공'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성공의 원인에 주목할 필요는 충분합니다.

▲ 타다 서비스가 보인다. 사진=임형택 기자

마지막으로 협업의 논란

쏘카 VCNC 타다가 혁신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 바로 새로운 가능성에 있습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는 구사업과 신사업의 조화로운 화합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고, 장려되어야 하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구사업과 신사업이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획일성’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시장의 다양성이 건전성으로 이어진다는 절대적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족..아니 정부는 재미있는 행보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A 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B섬으로 갈 때 수경과 오리발을 착용한 후 배에 반 쯤 팔을 올린 상태에서 헤엄치라고 합니다. 엔진으로 움직이는 배의 편안한 이동성에, 수영을 하는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사용자 경험'만' 제공하려고 합니다. 너무나 훌륭한 정책에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