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를 완료한 신약은 33개(10월 24일 기준)에 불과한 가운데, 59개의 신약이 허가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소 실망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연말까지 20개 안팎의 신약이 심사 대기 중에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FDA 신약 허가에 조금씩 속도가 붙고 있다. FDA 내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에 따르면 지난달 6종의 신약이 최종 허가관문을 통과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제 '입스렐라'가 유일한 신약이었던 지난 9월보다 5종이나 늘어났다. 낭포성섬유증, 급성 편두통 등 이번에 허가받은 신약은 그 종류도 다양해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총 6종의 신약이 FDA 허가관문을 통과했다. 출처=FDA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강자 '버텍스 파마슈티컬'

글로벌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이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분야에서 또다시 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달 새로운 낭성섬유증 치료제 '트리카프타'가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 시판 허가를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미 버텍스는 칼리데코, 오캄비, 심데코 등 낭포성섬유증과 관련된 치료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12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트리카프타를 새롭게 추가하면서 낭포성섬유증 치료제 강자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낭포성 섬유증은 염소 수송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폐와 소화기관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기관지 안에 있는 점액 분비선이 비정상적으로 진하고 끈적한 점액을 만들어 호흡과 소화작용을 방해하고, 세균 번식을 촉진시켜 염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바꾸는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트리카프타는 ‘낭포성 섬유증 막 관통 조절인자(CFTR)’를 표적으로 한 이바캡토, 테자캡토, 엘렉사캡토 등 3종의 약물로 개발한 복합제다. 버텍스는 다양한 치료제 개발을 통해 기대수명이 10세 안팎에 불과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의 생존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트리카프타는 약 90% 이상의 낭포성 섬유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연간 31만 달러에 이르는 치료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낭포성 섬유증은 염소 수송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폐와 소화기관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출처=theconversation.com

'레이보우' FDA 승인에 활짝 웃는 일동제약

국내 제약사 일동제약이 한국 판권을 보유한 급성 편두통 치료제 '레이보우'(성분명 라스미디탄)도 FDA 승인을 받았다.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 FDA로부터 '레이보우'의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레이보우는 전조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급성 편두통 치료제다.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제로 급성 편두통을 2시간 안에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레이보우의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레이보우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다른 약들처럼 FDA 승인 후 90일 동안 연방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약물 남용 위험 심사를 받은 뒤 구체적인 출시 일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출시 이후 레이보우의 국내 진출 향방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일동제약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 약에 대한 판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2013년 라스미디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국 콜루시드와 판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7년 릴리가 콜루시드를 인수하면서 일동제약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최근 정신신경계 약물 수요가 늘면서 편두통 치료제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두통 치료 분야는 아직 명확하게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유망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레이보우의 국내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정신신경계 약물 수요가 늘면서 편두통 치료제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출처=Medscape

여드름·EPP·황반변성 등 각양각색 신약 눈길

여드름 치료제 '아킬리프', 적혈구조혈포르피린증(EPP) 치료제 '시네스', 황반변성 치료제 '베오부' 등의 신약이 지난달 FDA 승인 관문을 넘어섰다.

먼저 갈더마의 아킬리프는 9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여드름 치료제다. FDA가 20년 만에 승인한 레티노이드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비타민 A 유도체인 레티노이드는 콜라겐의 파괴를 예방하고 미세주름을 완화해 처진 피부의 탄력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시네스는 이른바 '뱀파이어 병'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인 EPP를 치료하기 위해 피하 부위에 삽입하는 보형물의 일종이다. EPP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합성에 문제가 생겨 햇빛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네스는 체내 자외선 침투를 차단하는 멜라닌 색소를 활성화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노바티스는 유럽에서 판매 중인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의 특허 만료가 임박함에 따라 베오부를 안과 치료 핵심 제품으로 적극 밀고 있다.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황반부에 문제가 생겨 시력장애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베오부는 잦은 주사 투여로 환자들이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는 다른 경쟁 제품과 달리 투약 기간을 개선했다. 베오부는 처음 3개월 동안 매달 1번씩 투여한 뒤, 8주 혹은 12주 간격으로 투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