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가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화 IPTV 카드’를 빼들었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 인수에 나서는 한편 OTT 측면에서는 지상파와 협력해 웨이브를 출시하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나서며 미디어 체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KT는 ‘IPTV 사용자 경험 강화’를 선언한 셈이다.

▲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구현모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KT

미디어 전략, KT의 전략은?

5G 시대가 열리며 국내 미디어 업계도 요동치고 있다. 5G 킬러 콘텐츠를 모색하기 위한 최초의 행보가 미디어로 집중되며 통신사들도 속속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케이블의 강자 티브로드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OTT 영역에서는 지상파 3사와 협력해 웨이브를 출시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의 성공적인 제휴를 바탕으로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KT는 발이 묶인 상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스카이라이프라는 위성방송을 보유한 상태에서 IPTV 가입자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외연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장사처럼 인수합병을 시도하려고 해도 유료방송 점유율 제한 논란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OTT 측면에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사의 빠른 행보와 유료방송시장에서의 답보 상태, OTT 시장에서의 ‘무색무취’ 행보만 이어지던 가운데 KT의 선택은 ‘다시 IPTV’다. 강점인 IPTV에 개인화 사용자 경험을 탑재해 인수합병과 같은 파괴적 판 흔들기가 없어도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여기에는 IPTV와 OTT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도 깔린다.

KT의 IPTV 전략은 가상현실(VR)과 UHD 4, AI 큐레이션이다.

KT는 올해 6월말 국내 최초 4K 무선 VR 서비스인 슈퍼 VR을 선보인 데 이어 세계 최초로 VR 환경에서 IPTV를 즐길 수 있는 슈퍼 VR tv를 출시했다. 180인치 와이드맥스 스크린에서 21만여편의 주문형 비디오(VOD)는 물론 올레 tv의 270여개 실시간 채널을 실제 영화관에서 보는 것처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택한 콘텐츠를 나만의 공간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즐길 수 있도록 화면을 최적화했다.. 장시간 사용해도 어지럽지 않도록 사람의 시야각과 가장 유사한 인체공학적 사용자 환경(UI)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적 특이점을 삽입했다는 설명이다. 올레 tv의 실시간 채널과 VOD는 물론 게임 및 스포츠 등 3000여편의 VR 전용 콘텐츠까지 제공한다.

UHD 4도 눈길을 끈다.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를 통한 IPTV며 대기전력 소모가 가장 적다. 크기는 기존 UHD 셋톱박스에 비해 5분의 1 수준, 대기전력 소모는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연간 가계 전기요금을 최대 3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 인터넷 선은 물론 전원 선도 필요 없다. 기가 와이파이만 있으면 집 안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해 설치할 수 있다.

AI 큐레이션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전망이다. 1개의 IPTV에 최대 4개의 계정을 제공해 구성원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집’ 계정을 기본으로 두고, 개인별 계정을 3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우리집 계정은 가족 모두의 시청이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개인별 계정은 각자의 시청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큐레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올레 tv 820만 가입자의 VOD 시청이력뿐만 아니라 실시간 채널, 모바일 시청이력까지 딥러닝했다는 설명이다. AI 큐레이션이 적용된 올레 tv에서는 VOD, 실시간 채널, 메뉴까지 추천 받을 수 있어 이용자들이 고민 없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픽(Pick)’할 수 있다. 오는 12월 상용화 예정이다.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구현모 사장은 “전통적인 가구 단위 서비스로 인식해왔던 올레 tv가 이제 개인화라는 미디어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혁신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KT가 가진 AI 역량과 IPTV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KT의 IPTV 3대 전략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KT

1인 가구에 주목...강점과 약점은?

KT의 새로운 IPTV 전략은 1인 가구를 정조준한 로드맵이다. 세 가지 사용자 경험 모두 1인 가구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체 미디어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또 OTT에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IPTV와 OTT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IPTV에 집중한 ‘시청자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1인 가구가 최근의 주거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1인 가구가 KT의 IPTV 전략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1인 가구가 비용을 내고 유료방송을 시청할 것인지 의문이며 OTT에 익숙한 이들이 선뜻 KT의 손을 잡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TV의 특성으로 돌아오면, 1인 가구와 TV의 발전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TV는 아직 가족 구성원 등 모여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고, 1인 가구는 TV를 아예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KT는 파편화된 계정으로 이러한 우려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일각에서는 “OTT에 집중하지 못하고 유료방송시장에서 별도의 인수합병도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억지로 타개하기 위해 1인 가구 IPTV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강제로 끌어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KT의 이번 전략은 일반적인 유료방송과 OTT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데, 이러한 전략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시청패턴이 유사하다고 IPTV와 OTT의 경계가 흐릿하며, 그 연장선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각자의 시장을 개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