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최근 부동산 양극화, 리츠(REITs) 자산의 대두, 바이오 주식의 폭등 이면에는 마이너스 금리(0%대 초저금리)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0%대 초저금리 시대 진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저성장, 저금리로 인해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을 통해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은 지난 2일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컬쳐파크에서 진행한 애널리스트 공개특강 ‘해외주식 파이널 공개특강’에서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일드(Yield)형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량 일드형 자산을 대표하는 미국 배당주와 ETF(상장지수펀드) 그리고 경기나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인 글로벌 소비주를 투자 대안으로 추천했다.

50년의 꾸준함, 미국 배당왕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통화 완화기조 속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배당주에 대한 프리미엄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특히 배당의 안정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타 국가대비 매력적인 미국 배당주에 주목했다.

단순히 배당수익률 자체로만 본다면 미국 시장을 고집하지 않아도 선택지는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배당주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은 많지 않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입장이다.

김중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미국 배당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회사의 영속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위기 상황이 아니면 꾸준히 배당을 증가시키는 꾸준함”이라면서 “50년 연속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Old Kings), 배당귀족(25년 연속 증가), 배당성취자(10년 연속 증가) 같이 오랜 기간 이익의 지속성을 증명하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만들어온 기업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출처= 삼성증권

이들 우량 배당 기업은 수익률 또한 훌륭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배당귀족 인덱스의 주가 상승률은 202%에 달하고, S&P500 지수를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단순히 수익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주가 하락 국면에서의 방어력도 뛰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IT버블, 금융위기 등의 주가 하락국면에서 시장을 아웃퍼폼(Outperform, 시장수익률 상회)했고, 80년대 이후 미국 리세션 기간 배당귀족 인덱스는 시장을 평균 138bp 아웃퍼폼했다.

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의 저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전체 상장기업 중 단 0.4%만 허락된 자리다.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20년이 채 안된다는 걸 고려했을 때 50년은 생존하기도 벅찬 기간이다. 이들 기업은 높은 진입장벽(경제적 해자),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냈다. 배당왕 종목들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필수 소비재, 유틸리티, 산업재의 비중이 높다.

김 연구원은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자본시장 인프라를 갖췄다”면서 “배당성장주, 고배당주, 우선주, 리츠(REITs),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펀드, BDC(기업성장투자기구), CEF(상장폐쇄형편드) 등의 다양한 배당 투자 옵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축 통화인 달러 자산이란 장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 삼성증권

한편 김 연구원은 “IT 혁명, 글로벌 고령화 등 세상이 뒤바뀌는 변화 앞에서 과거의 배당왕 종목이 반드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미래 50년을 버텨낼 수 있는 새로운 왕(New Kings)들이 등장할 차례”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새로운 배당왕을 찾기 위한 기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S&P500 포함+10년간 배당컷(배당금 하락 X) ▲5년 및 10년 Totatl Return 상위 50% ▲FY1대비 FY2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성장 ▲2019년 기준 배당수익률·상위50% ▲바텀업 기업 분석 순서대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결과 15개의 신배당왕 종목이 추려졌다. 경비소비재와 부동산이 20%의 비중을, 유틸리티, 산업재, 필수소비재가 13%의 비중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구배당왕 포트에 비해 시스템 리스크에 조금 더 취약할 가능성이 있지만, 점진적인 경기 둔화 시나리오에서는 아웃퍼폼이 기대되는 조합”이라고 판단했다.

▲ 출처= 삼성증권

비탄력적인 재화 글로벌 소비재 : 죄악주·음식료주·OTT주

필수 소비재는 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품목으로 경기나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인 재화다. 이로 인해 필수 소비재 기업은 경기 방어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주류와 담배와 같은 죄악주는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저성장 국면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이 성장해 왔고, 높은 배당 매력으로 인해 저금리 시대에 양호한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

죄악주는 중독성 때문에 수요는 꾸준하나 각종 규제와 윤리성, 경쟁 강도 측면으로 타 산업군보다 매출액 대비 판매비용 지출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 출처= 삼성증권

임은혜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주식 시장에서의 술과 담배는 수익률이 해롭지 않다”면서도 특히 조니워커, 앱솔루트 등 프리미엄 주류를 생산하는 디아지오, 페르노리카를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웰빙, 건강 등으로 소비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죄악주 시장에서 주류업종은 슈퍼하이앤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류 시장의 트렌드는 총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먼저 P(Price) 측면에서 고급 브랜드 혹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럭셔리 프리미엄이 붙는다. Q(Quantity) 측면에서 생존을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C(Cost) 측면에서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주류 소비의 성향이 점차 고도주 혹은 프리미엄 주류로 바뀌고, 한정적인 공급량과는 반대로 고가 소비를 향유하는 소비 계층이 점차 확대되면서 침투율(Penetration)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고도주는 무형의 가치인 양조기술과 브랜드가 기업가치를 견인한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글로벌 2위 양주기업 페르노리카는 동사 포트폴리오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부문이 제일 고가인 프레스티지 라인(10년간 연평균 성장률 +7.2%)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증권은 보수적인 음식료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상훈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소득 수준의 증가와 웰빙 트렌드로 인해 음식료와 외식 산업에 대한 투자가 외면받고 있다”면서 “매출은 역성장하고 오히려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되는 전통의 강자들에게 기회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경우 프랜차이즈 모델로의 전환을 통해서, 코카콜라는 보틀링 시스템을 통해서 매출의 역성장과는 반대로 드라마틱한 마진 개선으로 주가의 급등세를 시현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또한 “보수적이었던 음식료 산업이 새로운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올해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임파서블푸드의 식물성 고기, 결제 인프라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스타벅스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이 제일 관심 갖는 부분은 당연 OTT(Over The Top)주”라면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OTT 경쟁 심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 삼성증권

지난 1일 애플이 거대한 iOS 유저 기반으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애플 플러스(Apple+)로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오는 12일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Disney), 픽사(Pixar), 마블(Marvel), 내셔널지오그라픽(National Geographic)을 모두 담은 디즈니 플러스(Disney+)를 출시 예정이다. 디즈니 외로도 내년 WarnerMedia를 보유한 AT&T, NBCUniversal을 보유한 컴캐스트(Comcast)도 내년 4월 시장 진출이 예정되어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OTT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복합 사업 기업으로 스트리밍 외 부문에서 현금을 창출하여 콘텐츠 투자비가 감당 가능한 기업이 선호되며, 이들 중 흥행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전통 미디어 기업 그리고 전사 내 시너지가 가장 큰 기업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최선호주로는 디즈니를 꼽았다.

이어 “넷플릭스는 경쟁 서비스 출시로 인해 단기간 가입자수 확보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과거 성장률에 대해 부여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소실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애플은 자체 콘텐츠 경쟁력의 부족으로 OTT 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의심되며, 이익 구성 감안 시 OTT가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제한 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