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CT 플랫폼 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되며 국경의 개념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ICT 플랫폼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는 가운데 토종 플랫폼 업체들의 방어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나아가 역으로 글로벌 ICT 플랫폼 업체들의 압박을 받아내며 적극적인 공격전에 나서는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웨이브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임형택 기자

웨이브와 티빙, 왓챠플레이의 미래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해 출범한 OTT 웨이브의 초반 성과가 고무적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웨이브는 9월 18일 론칭 이후 1개월만에 270만 가입자 유치에 성공해 200만명 사용자에 그친 넷플릭스를 압도했다.

웨이브는 2023년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하는 한편 단순한 요금제, 강력한 프로모션을 무기로 초반 순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로드맵도 강하게 끌어간다는 설명이다.

최근 SK텔레콤과 카카오의 3000억원대 지분 교환을 기점으로 웨이브의 행보에도 날개가 붙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 및 카카오M을 통해 이미 콘텐츠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SK텔레콤의 플랫폼으로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웨이브와의 접점도 마련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웨이브의 전략은 초반 내실있는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존재감을 키운 후 넷플릭스를 비롯해 연말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거인에 맞서 방어전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점진적인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 지난달 21일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모바일 스트리밍이 가능한 ‘웨이브고(wavve go)’ 서비스를 시작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웨이브의 글로벌 시장 진출 로드맵은 크게 세 개로 분류할 수 있다. 국내 가입자에 대한 해외 시청 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교민 대상 서비스, 나아가 해외 직접 진출로 구성된다. 이 지점에서 웨이브고 출시는 국내 가입자의 해외 시청 지원에 해당된다. 웨이브고의 빠른 출시로 추후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웨이브의 글로벌 전략. 출처=웨이브

티빙도 순항하고 있다. CJ ENM을 중심으로 JTBC의 막강한 콘텐츠까지 섭렵한 상태에서 최근 '첫 달 무료'라는 파격 서비스를 내세우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전통의 왓챠 플레이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업계에서는 웨이브, 티빙, 왓챠 플레이와 글로벌 거인들의 전투를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각자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장점은 SK텔레콤이라는 막강한 통신사 네트워크 존재감에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콘텐츠에 있다. 여기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발 빠른 글로벌 전략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있다. 특히 지상파 3사의 콘텐츠 파괴력은 비록 크게 반감됐다는 말이 나오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동남아시아 지방을 두고 벌어지는 한류 열풍을 고려했을 때, 가용할 수 있는 웨이브의 카드가 상당히 많다는 말도 나온다. 방어전은 물론 공격전 측면에서도 승률이 높다는 뜻이다.

단점은 초반 시장의 부정적 반응이다. 푹과 웨이브가 통합되어 웨이브가 탄생한 가운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옥수수 당시의 유료 콘텐츠가 웨이브에 서비스되지 않는 등, 일부 부실한 사용자 경험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기존 옥수수 서비스가 12월을 끝으로 종료되는 가운데, 옥수수에서 유료로 결제한 VOD는 웨이브에서 볼 수 없다. “내 돈을 내고 VOD를 결제했는데 서비스가 합쳐진다는 이유로 더 이상 콘텐츠를 볼 수 없으면 어쩌란 말이냐” "가입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웨이브가 초반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옥수수에서는 많은 요금 할인혜택을 받았으나 웨이브에서는 비슷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옥수수를 주로 이용하던 가입자들이 웨이브 출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이러한 논란은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 결과 '웨이브가 넷플릭스를 눌렀다'는 결과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웨이브의 뿌리인 옥수수가 이미 넷플릭스를 넘어선 상황에서 웨이브도 넷플릭스를 이용자수 측면에서 압도하고 있으나 그 파괴력은 옥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티빙의 장점은 콘텐츠 매력도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 콘텐츠를 이슈성 측면에서 이미 압도하고 있는 CJ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고, 여기에 JTBC의 콘텐츠도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강점이다. 초반 OTT 전쟁이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판도가 출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티빙은 비록 콘텐츠의 스펙트럼은 좁아도, 콘텐츠 팬덤을 통한 성공적인 행보는 무난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역시 콘텐츠 스펙트럼이 좁아보인다는 것은 약점이다.

왓챠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오래전부터 국내 OTT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활동한 노하우가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드라마 콘텐츠를 중심으로 매력을 어필할 때 왓챠 플레이는 주로 한국적인 콘텐츠로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른 바 있다. 여기에 콘텐츠 프로토콜 등 다양한 블록체인 실험도 추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강점이다. 왓챠의 자회사인 콘텐츠 프로토콜이 JTBC 등 외부 방송사와 협업하는 것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타 OTT 플랫폼과 왓챠 플레이의 느슨한 연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본력에 있어 약점이 있으며,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라는 '쩐의 전쟁'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 NBP와 에퀴나스가 만났다. 출처=네이버

클라우드, NBP의 믿음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호령하는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감이 국내에서도 커지는 가운데 최근 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의 진격전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벌어진 뜨거운 데이터 센터 전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SDS는 지난 9월 20일 춘천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개소했다. 국내에만 5번째며 해외를 더하면 15번째다. 삼성SDS는 추후 경기도 동탄에도 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각오다. 여기에 롯데정보통신도 국내 데이터 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4번째 국내 데이터 센터며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아이앤씨도 데이터 센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내년 초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열어 다양한 로드맵을 보여준다는 각오며, 오라클은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을 열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쟁탈전이 뜨겁게 펼쳐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네이버 NBP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이 자사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기 위해, 혹은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해 솔루션 판매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NBP는 사실상 글로벌 거인들과 전면전을 택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제2데이터센터 유치전이 일단락된 상태에서 NBP는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출시한 Cloud PC 서비스와 NBP의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IaaS) 기반, 공공·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결합 서비스 제공 및 공동 마케팅 협력, 클라우드 기술 개발 과제 발굴 등에 대해 협력이 빨라지는 가운데 지난 8월 글로벌 상호연결 및 데이터 센터 기업인 에퀴닉스(Equinix)와도 만났다. NBP는 에퀴닉스와 함께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홍광표 NBP 글로벌 IT기획실 리더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고객은 중단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NBP의 성장 전략의 핵심은 이러한 고객들에게 고성능의 안정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즈니스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NBP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서 에퀴닉스는 중요한 파트너로 견고한 인프라와 수 많은 클라우드 기업의 규모를 확장해온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얀덱스와도 만났다.  얀덱스는 러시아 최대의 검색 엔진을 운영하며, 전 세계 검색 엔진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하의 얀덱스 클라우드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의 시장 진출을 위한 필수 IT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NBP는 현재 한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및 개발하는 것을 두고 얀덱스와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NBP는 2017년 22개로 시작한 상품 수를 현재 매달 5개 이상 출시하며, 3년이 채 안된 지금 132개까지 라인업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의 클로바 챗봇, 음성인식, 파파고, 지도 등의 서비스를 NBP 클라우드 위에서 API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 중 최초로 국제기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남아 SaaS 1위 업체인 데스케라와도 계약을 맺기도 했다. 금융IT서비스 전문기업 코스콤과  만나 금융 리전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NBP는 네이버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즉 데이터 주권 수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클라우드라는 필수불가결한 데이터 플랫폼을 '우리의 손'으로 지켜내고 이를 세계에 확산시킨다는 포부다.

▲ 박재욱 VCNC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모빌리티..전쟁중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 등이 맹활약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내 모빌리티 시장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국토교통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바탕으로 택시회사와 협력하는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카카오T와 웨이고로 기초체력을 키운 후 벤티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택시와 ICT 기업이 빠르게 연합하는 사례는 국내가 거의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있는 일본에서도 아직 우버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ICT 기업과 택시업계의 협업이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많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쏘카 VCNC 타다 등 혁신형 플랫폼 택시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막히는 것은 부담요소다. 특히 택시업계가 쏘카 VCNC에 대해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리며 불법 운영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논란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그 주변부에서 검찰과 법무부의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한편 "어제까지 타다를 욕하던 정부 요인들이 갑자기 타다에 힘을 실어주는" 미묘한 장면도 연출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들이 국내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사하는 가운데, 모빌리티 시장 다양성을 위해 VCNC 타다에 '시동을 걸 자격'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