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최근 미국 식품 시장에서 아시안 음식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미국 사회에서 비주류에 속했던 아시아계 미국인이 높은 인구 성장률과 교육 수준을 보이면서 미국 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고,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어 버전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1억뷰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의 문화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어 이들이 공유하는 문화가 소위 ‘힙(Hip)’한 문화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체들은 미국에서의 보폭 확대를 기대하며 투자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내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으로의 투자가 활발한 업체로는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현지 공장 설립과 채널 확보를 토해 미국 시장 내 입지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의 지난 3년간 미국 매출액이 연 평균 각각 26.2%, 11.2%, 10.3% 증가해 전사 매출 성장을 상회했다.

하나금융투자의 내년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상 미국 매출액은 CJ제일제당의 경우 쉬안즈 포함 시 2조7300억원, 제외 시 5600억원, 농심은 3000억원, 풀무원은 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 비중은 각각 12.1%, 12.7%, 8.5%로 추정된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미국 매출액은 ‘비비고만두’가 2015년 로컬화에 성공해 코스트코에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비고만두’ 판매 호조로 미국 매출액이 지난 3년 간 연평균 26.2%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미국 현지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카이키(Kahiki Foods)를 인수한 데 이어 CJ그룹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냉동식품회사 쉬안즈컴퍼니(Schwan’s Company)를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 출처= 하나금융투자증권

CJ제일제당이 지분 51%를 인수한 쉬안즈의 올해 매출액은 2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쉬안즈 컴퍼니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냉동식품 전문업체로 냉동 디저트, 냉동 아시안 푸드 1위, 글로벌 식품 기업인 네슬레에 이어 냉동 피자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 17개 생산 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 5개의 연구개발(R&D)센터, 33개의 직배송 센터도 보유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은 쉬안즈 인수를 통해 냉동식품 생산기지가 22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유통·영업망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쉬안즈 시너지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냉동식품 시장에서의 보폭 확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으로의 진출 ▲생산기지 통합을 통한 물류·인프라 효율화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최근 레디밀(Ready Meal) 쪽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매출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하나금융투자증권

농심은 지난 1994년 ‘농심 아메리카(NongShim America)’를 설립해 처음 현지에 진출했다. 2005년에는 캘리포니아 LA에 생산 기지를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LA공장에 용기면 전용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LA공장은 봉지면 2개 라인과 용기면 4개 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심이 미국에서 유의미한 매출 증가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Walmart(월마트), Koger(크로거) 등 미국의 1위, 2위 유통업체와 직거래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농심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전역 월마트 4000여 전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한 이후, 코스트코, 크로거 등 메인 유통사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심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법인 매출액은 전년대비 16.1% 증가한 2800억원으로 추산된다”면서 “우동, 스낵 등 한국에서의 수출을 포함하면 미국 매출액이 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심은 지난달 미국 제2공장을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생산시설과 더불어 물류 거점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미국법인은 지역 커버리지를 확대 중인만큼 견조한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출처= 하나금융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증권은 풀무원에 대해 “풀무원의 미국 사업은 오랜 시행착오, 구조조정 끝에 미국 사업 실적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2004년 인수한 미국 유기농 식품회사 ‘와일드우드내추럴푸드드(Wildwood Natural Foods)’와 2009년 인수한 파스타와 소스 제조 회사 ‘몬트레이고메푸드(Monterey Gourmet Foods)’를 합병해 현재의 ‘풀무원 USA’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하반기 몬트레이 고메푸드 서부 생산시설 통합 과정에서 코스트코, 샘스클럽 등 기존 클럽 고객사가 이탈하면서 풀무원 USA 매출액이 2011년 1500억원에서 2015년 970억원까지 떨어졌다. 매출 원가율은 70%에서 90%까지 높아지면서 영업적자가 약 2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된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풀무원의 미국 영업적자가 2018년 –260억원, 지난해 –200억원, 내년 -120억원으로 유의미한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풀무원은 2016년 미국 두부 브랜드 1위 업체인 ‘나소야’의 지분 55% 인수를 통해 타겟(Target), 월마트 등 매스채널과 약 2만개의 그로서리 채널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성장성이 높은 아시안푸드 레디밀에 집중하면서 신제품 ‘아시안푸드’ 판매 호조로 지난해부터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심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제품 카테고리 확대를 통한 두 자리 수 매출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면서 “올해 풀무원 미국 매출액은 풀무원USA와 나소야를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00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