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훈 부장검사)가 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전격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는 다시 '타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나 눈길을 끈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야...
최근 쏘카 VCNC 타다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초 ICT 업계에서만 벌어지던 논쟁이었으나 이제는 정치와 사회, 문화적 논쟁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모빌리티와 벌이던 '카풀 전쟁'을 승리로 끌어냈을 당시만 해도 쏘카 VCNC 타다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일단 지켜보자'였다. 그러나 타다가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존재감을 드러내자 택시업계는 우버와 카카오 모빌리티를 굴복시켰던 검을 빼들었고, 논란은 최근 VCNC 1만대 증차 카드 및 철회 정국을 거치며 더욱 거칠게 요동쳤다. 그 연장선에서 검찰의 전격적인 불구속 기소가 벌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가 이뤄진 후 정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타다 논쟁이 거칠게 벌어지던 당시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사태를 방임하다 검찰'발' 이슈가 시작되자 뒤늦게 뒷북을 치며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출범한 후 현 정부는 사실상 타다 이슈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혹은 비판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5월 22일 은행연합회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웅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혁신 사업자가 택시 사업자에게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면서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정부로선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라면서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치열한 설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정부가 사실상 타다 이슈에 있어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며 침묵이나 비판을 거듭한 가운데,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으로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책상에서보다 소통에서 많이 얻을 수 있다"면서 "관계 부처는 기존 및 신산업 분야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혜를 짜내 주길 바란다"고 사실상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초부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인 차량 공유경제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 또는 ‘상생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보려다 그런 결정적 모멘텀을 제대로 갖지 못해 자책했다"면서 "이 와중에 검찰기소 소식을 접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홍 부총리의 경우 이재웅 대표가 타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 그를 직접 거론하며 '확실한 액션플랜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럴 당시에는 별 다른 반응이 없던 홍 부총리가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이 나온 후 갑자기 타다를 두둔하자 일각에서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타다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초부터 중순까지와, 7월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택시 플랫폼 전략이 나온 현재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으로 여론의 흐름이 타다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입장을 손바닥처럼 뒤집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 VCNC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임형택 기자

#법무부와 검찰 진실공방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무부의 신경전도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타다를 불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논의를 했다고 밝혔으나, 국토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배달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검찰이 쏘카 VCNC를 불구속 기소하자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들이 타다를 두둔했고, 이런 상황에서 여론이 험악해지자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추진하며 '정부 당국'과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 당국은 처음 국토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알고보니 법무부였다. 실제로 검찰의 첫 해명이 나온 후 국토부에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검찰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재차 브리핑을 통해 '정부 당국'은 법무부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를 인정했다. 1일 법무부는 "지난 7월 대검으로부터 법무부에 '타다' 고발 사건 처리 관련 보고가 있었다"면서 "보고를 받고 7월 17일 국토부의 '택시제도 상생안' 발표가 있었고 택시업계와 타다 측이 협의 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1~2개월 처분 일정 연기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정황을 종합하면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준비하며 법무부에 내용을 알렸으나 법무부가 국토부에 내용을 공유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재차 입장을 발표해 "지난 7월 법무부로부터 '조정에 필요하니 1개월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1~2개월이 아닌 1개월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법무부와 검찰의 진실싸움 형국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만천하에 드러난 정부 부처의 심각한 엇박자. VCNC가 끌어낸 의외의 나비효과다.

▲ VCNC 출범식이 열린다. 사진=최진홍 기자

#혁신은 어려워의 새로운 버전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업계의 편의와, 또 택시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아예 택시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잡았고, 택시업계와 협력하지 않는 VCNC 타다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기존까지 알려진 '혁신의 어려움'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지금까지 강력한 규제는 말 그대로 신사업을 억압하고 옥죄는 것에만 해당됐으나, 이제 규제의 수준도 높아졌다. 일정정도 규제의 손아귀힘을 풀어주면서, 구사업을 살리지 못하면 신사업의 규제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고단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ICT 및 신사업 플레이어들은 당장의 규제도 문제지만, 구사업을 자기의 손으로 살리지 못하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