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중시 근무환경(ROWE)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결과와 실적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이다.    출처= YouTub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수잔 호아비는 자기 회사의 한 직원이 파리를 여행 중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 일하는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회사 JL 부캐넌(JL Buchanan)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결과와 실적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인 결과중시 근무환경(results only work environment, ROWE/로우)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업 컨설팅 회사 JL 부캐넌의 호아비 최고경영자(CEO)는 "그것이 신뢰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 직원은 지금 파리에 있지만 거기에서도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파리 어느 곳에서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일을 계속 하고 있을지 모르지요. 나는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 직원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여행을 떠났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ROWE 체제 하에서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겠다거나, 집에서 일하겠다거나,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일하겠다고 회사에 요청할 필요가 없다.

ROWE라는 개념을 창출한 컬처Rx(CultureRx)의 조디 톰슨 대표는 "ROWE에서는 모든 사람이 각자 100% 자율적인 동시에 100% 책임을 진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독립적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톰슨 대표는, ROWE 체제에서도 여전히 직원들이 일하는 물리적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전용 업무 공간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일을 가져가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ROWE를 도입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아비 CEO는 지난 2009년부터 회사를 ROWE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후 직원들의 참여도, 생산성, 효율성이 모두 높아졌으며 수익과 매출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ROWE라는 아이디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구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항상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는 깊이 뿌리내린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낮 시간에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오후에 체육관에 가는 것에 대한 죄의식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퇴근할 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그들의 어떠한 판단에 대해 물을 필요도 없다.

ROWE 체제에서 직원들은 무제한 휴가를 가질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누구의 승인도 필요 없다.

▲ ROWE 개념을 창안한 컬처Rx(CultureRx)의 조디 톰슨(왼쪽)과 캘리 레슬러.    출처= SmartWorkers.net

완전한 자율성

농업 분야의 콘텐츠 및 마케팅 서비스 회사인 와트 글로벌 미디어(WATT Global Media)도 지난 2012년에 ROWE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은 큰 전환기를 맞았다.

이 회사의 그레그 와트 CEO는 사실 이 제도가 제대로 유지될 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ROWE는 직원의 이직을 막는 데도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신입 사원을 뽑는 데도 훌륭한 도구였습니다.”

그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좋은 업무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ROWE는 직원들에게 자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만, 반드시 뛰어난 성과를 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컬처Rx의 톰슨 대표는 ROWE가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제공하지만 이 체제하에서 성공적인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상세한 목표와 지표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직원들은 측정 가능한 결과의 관점에서 자신이 어떤 척도로 평가받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오직 결과만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 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요.”

와트의 직원들은 성취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는 데 더 많이 관여하게 되었고, 모든 직원들은 언제까지 무엇이 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동일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와트 CEO는 "우리 회사에서 목표는 이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한결같이 하향식으로 목표를 설정해 왔지만 이제는 회사와 직원 쌍방향 대화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ROWE가 허용하는 자유를 누리는 반면, 오히려 경영자들은 이 새로운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톰슨은 지적했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데 익숙해져 있지요. 그들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기술을 발휘함으로써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측정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일을 잘 해야 하는데, 어떤 경영자들은 그것에 매우 서툴기도 합니다.”

업무 진행 상황과 성과를 검토하기 위한 직원들과의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ROWE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이러한 환경에서 ‘목표했던 결과를 유도하는 코치’(result coach)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직원들이 가장 생산적이 되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ROWE에서, 회사의 계층 구조는 수직적이라기 보다는 보다 수평적으로 느껴진다.

"ROWE에서 경영자인 당신은 끊임없이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합니다. 이것이 올바른 목표인가? 우리는 올바른 척도를 가지고 있는가? 또한 일이 잘못되지 않도록 목표를 향한 궤도 수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요.”

ROWE는 단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소위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넘어서는 것이다.

JL 부캐넌의 기업 인재문화(talent and culture)를 총괄하는 라나 존스 부사장은 "이것은 우리의 삶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해결책이며 일과 삶의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일을 더 적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존스 부사장은 "이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25년 동안 해왔던 것보다 지금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ROWE는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에 관한 것이지, 결코 일을 더 적게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