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2022년에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최근 잇달아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에 차환발행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연내 막바지 자본확충을 마무리 짓고 있는 모양새다. IFRS17 도입 시기가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 푸본현대‧KDB‧메리츠 등, 자본확충 잇달아

메리츠화재는 오는 8일 약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며, 유효수요는 약 29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가 제시한 희망 금리는 2.8~3.3% 수준으로, 향후 발행 금리는 3%대 초반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올 상반기에도 사모 방식으로 총 3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끌어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원래 계획돼 있었던 것으로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말했다.

KDB생명도 올 상반기 99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지난달 18일 12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70%로 지난 상반기 후순위채 발행금리 4.1%보다 0.40%포인트 낮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은 250% 수준에 달하게 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일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 9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이은 것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올 상반기 퇴직연금 리스크 기준이 상향됨에 따라 RBC비율이 83.2%포인트 급락한 바 있다.

▲ 메리츠화재 후순위채 모집‧매출에 관한 일반 사항.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저금리 활용한 차환발행으로 IFRS17 대비

이처럼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2022년에 도입될 IFRS17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 되면서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특히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험업계 자본확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11조원을 훌쩍 넘었다. IFRS17 도입 시기도 보험사들의 자본부담으로 기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미뤄졌다.

저금리 기조에 후순위채 발행 여건도 좋아졌다.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져 채권 발행에 따라 보험사들이 부담해야할 이자 비용도 줄어든 것이다. 이에 연내 후순위채 발행이 차환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측면도 있다. 차환이란 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KDB생명은 이번 후순위채 차환 발행으로 기존 4.9%, 5.5%의 금리였던 채권을 각각 1.2%포인트, 1.8%포인트 낮은 금리로 리파이낸싱해, 연간 20억원 가량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푸본현대생명도 이번 채권 발행으로 내년 후순위채 만기도래 물량의 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추게 됐다. 메리츠화재 역시 내년 4월 500억원의 후순위채 만기도래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후순위채란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후순위채는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5년 미만 채권은 매년 20%씩 자기자본에서 제외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기조에 따른 장단점은 있으나 금리인하로 자금조달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는 있다”며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에 IFRS17 도입까지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의 자본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