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 얼라이언스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이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최근 임상 데이터를 재분석해 1차‧2차 임상충족점에서 환자의 인지저하를 늦췄다는 데이터를 확보해 신약 시판허가를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에서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테크가 주목되고 있다. 전 세계에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뇌 기증 문화’도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바이오젠 ‘아두카누맙’ 개발 재개 어떻게?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올해 3월 ‘아두카누맙’ 임상 3상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젠은 9월 22일(현지시간) 이전에 데이터를 도출한 임상에 비해 더 큰 규모에서 임상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아두카누맙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저하를 늦췄다는 1차‧2차 임상충족점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와 논의해 2020년 시판 허가를 목표로 바이오신약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예정이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규제당국과도 신약허가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발표에 따르면 아두카누맙은 EMERGE 임상 3상(NCT02484547)에서 1차 임상 충족점에 도달했다. ENGAGE 임상 3상(NCT024778800)에서 고용량 아두카누맙을 충분히 투여받은 환자에서 인지저하를 유의미하게 늦추는 효과도 확인됐다. 바이오젠은 임상 1차 충족점은 인지저하를 평가하는 CDR-SB 지표를 선정했다. 2차 충족점으로는 MMSE, ADAS-Cog 13, ADCS-ADL-MCI 지표를 설정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뇌 신경세포 표면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플라크)을 감소시키는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다. 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정맥으로 투여되는 주사제다. 바이오젠은 더 자세한 데이터를 올해 12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두고 지속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키는 것인지, 알츠하이머가 발현돼 나오는 지표인지 아직 토론이 활발하다”면서 “임상 2상과 3상에 진입한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단백질 타겟 치료제가 많다.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에 대한 논란도 자세한 데이터가 발표될 때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 임상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해 임상에 성공했다고 한다”면서 “발표된 내용만 봐서는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더 자세한 데이터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기업으로는 젬백스가 꼽힌다. 젬백스는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로 지난 5월 FDA에게 임상 2상을 승인 받았다. 이는 한국에서도 중증도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이 준비됐다. 미국에서는 약 20개 의료기관에서 올해 안에 임상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 출처=아델

이혜린 KTB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기업 최초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미국 임상 2상 승인 획득에 성공했다”면서 “잇따른 임상 실패로 신약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 후보로 관심이 높아질 것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난항…“뇌은행 운용 중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기전을 나타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이 지속해서 실패함에 따라 연구‧임상‧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동물 실험에 기반을 둔 연구가 아닌 실제 인간 뇌에 대한 접근이 치료제 개발에 핵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산업은행 본점에서 알츠하이머 얼라이언스 포럼을 개최했다. 박성혜 퇴행성신경질환학회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다수 선진국에서 뇌은행을 만들어 연구자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북미 82개, 유럽 39개 기관이 있지만 아시아에는 2곳 뿐”이라고 말했다.

▲ 아밀로이드 베타 타겟 치료제 주요 특징. 출처=아델

박성혜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2015년부터 뇌은행을 설립해 기증 받은 뇌를 신경병리학적으로 진단하고 남은 뇌 조직을 보관해 향후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 많이 축적된 사람도 정상적으로 활동이 가능해 축적 여부만으로 진단이 어렵다. 치매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신약을 개발할 수 있어 뇌은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유럽 등은 약 70년 전부터 뇌연구를 위한 뇌은행을 설립해 원인을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를 받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과 관련한 연구 지원은 모자른 셈이다. 김영수 퇴행성뇌질환학회 사무총장은 “뇌은행 구축 등에는 뇌 기증이 가장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