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실무회의를 통해 스몰딜에 극적으로 합의했으나, 돌발변수들이 겹치며 전선이 재차 요동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불확실성의 극치인 브렉시트를 두고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글로벌 경제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 출처=갈무리

탄핵위기 트럼프, 4중전회 시'황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본격적인 탄핵 정국이 가동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를 정식으로 조사하겠다'는 결의안을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물밑에서 끌어오던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순간이다. 우크라이나 게이트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탄핵열차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번 결의안 통과로 탄핵 조사 청문회는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되며, 이 과정은 이달 중순부터 전국에 TV로 생중계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즉각 트위터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다(The Greatest Witch Hunt In American History!)"라는 트윗을 올리며 날을 세웠다. 여기에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해 딕 체니 전(前)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도 탄핵 정국을 비판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240년 미국 헌정사 최초로 현직 미국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미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했으나 미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하원에서 탄핵 결의안이 발표될 당시 민주당 의원 2명과 함께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탄핵안이 공화당 주도의 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여기에 시리아 사태에서 미군 철수를 공언하며 외교적으로 '실기'를 거듭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IS의 수괴 알바그다디 사살 정국을 기점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내년 대선 정국까지 아직은 트럼프의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위기가 커지고 있으나 현지에서는 아직 트럼프 대세론이 꺾였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치열한 방어전을 전개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1일 "양국은 원래의 계획에 따라 협상 등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담에서 미중 두 정상이 만나 1차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칠레 정국 불안으로 회의가 취소되자 나온 발언이다. APEC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지만 두 수퍼파워가 최소한의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뜻이지만, 문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리의 반응을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충동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뜩이나 APEC 정상회담이 취소되며 두 수퍼파워의 협상에 난기류가 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위험하다고 보는 중국이 무역협상 자체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 유예, 중국의 미국 농수산품 구입으로 수렴되는 1차 실무회의의 스몰딜 성과도 깨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중국 상무부가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담에서 합의안 서명을 할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칠레 APEC 취소로 양측 실무팀이 더 많은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균형 잡힌 합의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미국이 진심으로 중국과 합의하려 한다면 말보다는 진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합의를 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는 뜻임과 동시에 '무리하게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이러한 자신감은 불안한 입지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안정적인 절대권력을 재확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행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3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계를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2035년 국가 통치체계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신중국 수립 100년인 2049년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야망이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중국 공산당의 여전한 존재감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중국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은 협상 파트너인 미국과 달리 안정적인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신경전 계속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먹구름이 밀려오는 가운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VUB) 공자학원 책임자를 지낸 쑹신닝(宋新寧)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벨기에를 방문하려다 입국을 금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솅겐 조약 대상 지역들에 적용되는 비자를 신청해 오스트리아까지는 출입했으나 벨기에는 입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가 중국의 산업 스파이라는 미국의 의심이 벨기에 당국의 '입국금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 두 나라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이 기술굴기를 예정대로 끌고가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 중국이 34조원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담배회사 및 개발은행이 참여한 본 반도체 펀드는 액수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2개 라인을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다. WSJ는 이를 두고 “중국의 반도체 군자금”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1기 펀드 당시 칭화유니그룹 산하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자금의 70%를 몰아주는 등 반도체 제조 지원에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전반적인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했으나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반도체 펀드는 실질적인 자급률 상승에 방점이 찍혔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3국과의 연대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달 14일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깜짝 방문한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2014년 5월 공장이 들어선 후 처음인 가운데 그는 "중국 대외 개방의 문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고 중국에 등록한 모든 국내외 기업을 동일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며 신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외국 기업은 걱정하지 말고 중국과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물론 리 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은 자국 기업을 독려하는 한편, 직후 이뤄진 중국 GDP 발표의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도 깔렸으나 보는 관점에 따라 '미국의 압박이 이어져도 우리에게는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파트너가 있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지난달 실무회의에서 미국이 불편해하는 중국의 기술굴기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논의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이러한 '마이웨이'는 미국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도 마냥 심기가 편한 것은 아니다. 당장 중국 ICT 선봉인 화웨이의 손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화웨이 미주법인의 조이 탄 부사장은 지난달 20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리스트에 오른 후 일부 대체 솔루션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가장 힘든 부분은 구글의 서비스"라면서 "오픈 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는 사용할 수 있으나 앱 작동의 핵심인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여전히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지금의 교착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가 기술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실적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웨이는 지난달 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이 6108억 위안(약 857억달러, 약 102조2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4.4%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3분기까지 70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29개사,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58개사가 디지털 전환 사업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