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시장 우려 속에서도 올해 3분기에 호실적을 달성했다. 신약 연구개발(R&D) 모멘텀도 건재해 주요 파이프라인이 주목된다. 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주목받던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임상에 실패하면서 바이오 쇼크가 지속하는 가운데 의약품 판매로 매출을 확보하면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미약품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2015년도에 한미약품이 기술이전에 성공한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이 기술이전에 성공한 후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가 꾸준히 발전해왔다고 풀이된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에 관심이 모인다.

한미약품, 계약금 관련 우려 본업으로 해소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연결회계 기준으로 올해 3분기 매출 2657억원, 영업이익 249억원, 순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용은 19.7%인 523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2354억원, 215억원 대비 12.9%, 16% 증가했다.

시장에는 제넨텍으로부터 받은 신약 사이선스 계약금이 지난 4월에 끝나면서 한미약품 실적과 관련한 우려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과 주요 의약품, 자회사 성장 등 본업을 통해 이를 해소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월마다 30억원씩 30개월 분할인식했던 계약금이 지난 4월에 끝나면서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자체 개발한 제품들의 탄탄한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 한미약품 2019년 3분기 연결 실적(단위 억원). 출처=DART - 복사본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 8107억원을 기록했다. 환자 수요가 증가하는 4분기를 지나 올해 총 매출 1조 1000억원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매출 1조원은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고지혈증 치료용 복합신약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용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 ‘아모잘탄’,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의 성장이 이번 분기 호실적에 기여했다. 로수젯은 3분기 원외처방 조제액 206억원 매출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아모잘탄패밀리는 3분기 원위처방 조제액 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한미탐스’ 등도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한미약품의 자체 개발 제품들이 고르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에 대해 최근 부진하다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이다. 주요 의약품 매출이 탄탄한 제약사”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R&D 모멘텀 지속…주요 파이프라인 7개 주목

한미약품은 바이오 신약 부문 14개, 합성 신약 부문 10개, 개량 신약 부문 8개 등 총 32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을 받는 주요 파이프라인 8개 중 하나는 ‘롤론티스’다. 한미약품 파트너사 스펙트럼(Spectrum)은 최근 자료를 보완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바이오의약품 신약 허가 신청(BLA)을 다시 제출했다.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용 바이오 신약이다. 업계에서는 BLA 단계에 있는 롤론티스의 성공률을 82.4%로 보고 있다. 롤론티스 추정 가치는 8950억원이다.

스펙트럼은 또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을 기술이전 받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지오티닙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오픈라벨, 다기관, 단독 투여 등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타겟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뿐만 아니라 HER2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해 다양한 돌연변이 동반 암종에서 우수한 종양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포지오티닙의 성공률은 82.4%로 분석된다. 포지오티닙 추정 가치는 약 7940억원이다.

▲ 한미약품 주요 파이프라인. 출처=한미약품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이전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임상 3상 5개 프로젝트가 순항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날마자 맞아야 했던 투약 주기를 주 1회로 늘린 바이오 신약이다. 업계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성공률을 55.6%로 보고 있다. 추정 가치는 약 6100억원이다.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에 기술이전된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은 임상 1상에서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전이성 고형암에 대해 항종양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한국에서 임상 1상이 3개 진행 중이다. 2개는 단독 임상, 1개는 코델릭과 병용투여 임상이다.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은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을 받으면 시판허가 과정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비용도 공제되고 출시 후 10년간 독점권이 부여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락솔은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오락솔을 기술이전 받은 아테넥스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준비하고 있다.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비알코올성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이는 비임상과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NASH 치료 기전 연구 중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강한 항염증 기전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효력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항염증 관련 치료제로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랩스-글루카곤은 선천성 고인슐린증과 비만 치료제로 한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비만 동물모델에서 장기 투여 시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랩스-글루카곤 개발 성공률을 15.3%로 보고 있다. 추정 가치는 2830억원이다. 두 의약품에 적용된 랩스커버리 기술은 의약품 플랫폼 기술이다. 이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키면서도 효능을 개선한다.

한미약품은 약 600명 R&D 연구인력이 제제연구센터, 서울연구센터, 바이오 공정 연구센터, 한미정밀화학 연구소,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연구센터 등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용으로 20% 내외를 지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R&D 비용은 1706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8.6%를 R&D에 투자했고, 2018년에는 1929억원을 투자, 매출액 대비 19.0%를 R&D에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R&D 투자액은 전통 제약사 중에서 1위”라면서 “본업에 기반을 두고 매출을 창출하면서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