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보이면서 10년 이상 장기 성장의 노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금융 위기의 잿더미를 딛고 시작된 미국의 경제 확장은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최장수다. 10년 이상 성장이 지속된 것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경제 성장 기간이다. 그러나 긴 성장 기간이 어느덧 노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조업 활동은 수축되고 있고 투자는 2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미국 경제에 침체 기미가 감돌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다음 경기 침체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위험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확장을 몇 년 동안 더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50년 만의 최저 실업률에 힘입어 미국 가계 지출은 여전히 견고하다.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 무역 긴장만 완화되면 세계경제는 반등할 수도 있다.

금융컨설팅회사 PNC 파이낸셜(PNC Financial)의 스튜어트 호프만 수석 경제고문은 "경기는 둔화되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 침체에 부딪힐 위험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JP모건펀드(JPMorgan Funds)의 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가는 좀 더 신중하다. 그는 내년 말까지 침체의 ‘실제적 위험’(genuine risk)이 있다고 경고한다. 켈리는 그 확률을 40%로 보고 있다.

그러나 켈리의 전망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50:50 보다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켈리는 현재와 같이 약 2%의 미온적인 속도로 경제 확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특별한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당분간 몇 년 동안은 현재 정도의 속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NN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 휴전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의 성장 둔화가 장기 성장의 노화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연준의 정책 실수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가장 분명한 충격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관세 전쟁은 비용을 인상시켰고, 복잡한 공급망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고, 기업들의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

퍼스트 프랭클린 파이낸셜(First Franklin Financial)의 브레트 어윙 시장 전략가는 "기업 투자가 그 자취를 감췄다”며 "무역전쟁이 더 격화될 경우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소비심리까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근의 좋은 소식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양측은 다음 달에 1단계 무역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무역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양국간 협상 합의는 기업 신뢰도와 활동성을 위한 좋은 징조"라며 "협상 진전이 미국 경제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완화 정책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위험을 모르는 체하는 사람이 아니다.   

연준은 무역전쟁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다. 연준은 지난 달30일, S&P 500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적당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금리 인하가 근본적인 문제인 무역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의 이 같은 지원이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주가를 떠받치며, 부동산과 자동차 등 금리에 민감한 경제의 많은 부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해석한다.

투자은행 스티펠(Stifel)의 린제이 피그자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적어도 내년 1분기 동안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기술적으로 2분기 연속 경기 위축을 정의하는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피그자는 다만, 이미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약 성장’에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도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취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피그자는 "진짜 우려는 연준이 미국 경제를 영구적으로 떠받칠 탄약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버팀목, 견고한 소비

무역 전쟁과 세계 경기 둔화가 미국의 제조업 분야를 강타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제조 활동이 둔화가 아직 나머지 경제분야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미국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소비 심리와 가계 지출은 여전히 견고하다.

JP모건의 켈리 전략가는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당분간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켈리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는 공화당이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설문조사를 예로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민주당이 그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가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은 끔찍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공감대를 얻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위대한 경제’는 아냐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후퇴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관되게 일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트위터에 '지금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Greatest Economy in American History)라는 글을 올리며 환호했다.

물론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린 직후,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1.9%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저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완만한 성장이 현 단계에서 최악은 아니다. 20세기 전 기간을 통 틀은 평균 성장의 두 배 수준이니까.

기업들은 이미 고령화와 현 정부의 이민 제한 정책으로 고용할 만한 직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고성장은 고용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연준이 경제에 제동을 걸도록 만들 것이다.

켈리는 "현재 미국은 3% 이상의 성장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노동력이 없다. 3%의 성장은 경제를 과열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적당한 성장은 또한 지난 10년 동안 큰 혼란을 가져온 기술주와 부동산 거품 같은 과열을 초래할 위험도 제한한다.

"거품이 없으면 터질 위험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