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VNO협회가 지난 12월 7일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사진 왼쪽부터 왼쪽부터 인스프리트 김완주 상무, 몬티스타 이윤한 상무, CJ헬로비전 김용현 상무, 온세텔레콤 김태경 상무, KCT 장윤식 대표(협회장), 인스프리트 이창석 대표, 대성홀딩스 이준열 이사, KCT 김태교 상무.


지난해말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온세텔레콤, CJ헬로비전이 잇따라 SK텔레콤·KT와 협력, 후불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들 대기업이 참여함으로써 기존 선불 위주 재판매에서 탈피, 2012년 본격 MVNO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재 국내 MVNO 가입자 수는 KT 31만 5000명(1월 중순 현재), SK텔레콤 5만명(12월 23일 현재) 등 누계 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음성 선불과 후불, 데이터 전용 등 모두 13개 사업자가 이들 이통사와 협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들 협업체인 한국MVNO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대기업들 음성 후불 데이터 MVNO 잇단 가세
올해가 MVNO 원년이 될 것이라는 데 이들 MVNO 사업자들은 뜻을 같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언해왔던 ‘요금인하’ 수단으로 제4이통이 좌초되면서 MVNO가 힘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데도 이유가 있다. 이통 요금이 이슈가 된 상태에서 정부의 결단이 국회 MVNO 법제화로 이어지면서 현실화됐고, 이제 시장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CJ헬로비전 김용현 상무)도 있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했거나 제공 예정인 국내 MVNO 사업자로는 KT와 협력 중인 CJ헬로비전(2012년 1월 상용화), 온세텔레콤(12.4 예정), 인스프리트(11.6), 에스로밍(11.6), 프리텔레콤(10.8), 씨앤커뮤니케이션(10.9), 위너스텔(11.4), 에버그린모바일·에넥스텔레콤·KT파워텔(기존재판매)과 SK텔레콤측 KCT·아이즈비전(11.7), 한국정보통신(11.3), 몬티스타텔레콤(준비중), 유니컴즈(12.1 예정)가 있다.

가장 발빠르게 MVNO에 착수한 KT 경우, 지난 2009년 10월, 2010년 6월 두 차례의 대규모 MVNO 사업설명회를 열어 업체를 지원했다. 영업전산 및 지능망 등 인프라 지원, 재고폰 및 중고폰 지원, 다양한 부가서비스 활용, 각 MVNO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적용한 USIM(가입자인증모듈) 제작 지원 등으로 MVNO 호응을 얻고 있다.

KT와 MVNO 협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은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에 비해 KT가 보다 유연한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KT MVNO 가입자 수는 2008년 9월 16만에서 2009년 9월 19만, 2010년 9월 23만, 2011년 10월 30만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MVNO 가입자 5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SK텔레콤은 이 같은 실적이 지난 7월 MVNO 서비스를 본격 개시한 지 반년 만의 성과로 경쟁사에 비해 성장세 측면에서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에는 단말기 조달 지원, 선불 MVNO 영업전산 및 지능망 시스템 구축 제공, 총 15종 부가서비스 제공 등을 담은 ‘MVNO 활성화 지원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23개 예비사업자들이 참여하는 ‘MVNO 파트너 협의체’를 구성했다. 올해 3월까지는 후불 MVNO에 대한 번호이동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체들 간 공조를 통한 정부 및 기간통신사업자(MNO) 대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한국MVNO협회(KMVNO) 회원 수는 출범 당시 회장사인 KCT, 부회장사인 온세텔레콤, 대성홀딩스, 몬티스타텔레콤, 인스프리트, CJ헬로비전에 더해 아이즈비전, 프리텔레콤, 엔스퍼트 추가 참여로 1월 중순 현재 모두 9개사로 늘었다. 단말제조사 및 모바일 콘텐츠 업체 등에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나름 정부의 역할도 인정하고 있다. 온세텔레콤 김태경 상무는 “방통위가 작년부터 MVNO 활성화 전담반을 구성, 활동하고 있다”며 “거의 매주 실무회의와 임원회의를 열면서 이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지난해 내놓기로 한 활성화 방안은 늦어도 내달 중 나와줘야 한다는 게 MVNO 진영의 목소리다.

현재 이들 MVNO들의 개선 요구가 가장 큰 사안은 여전히 도매대가 산정방식이다. 특히 데이터 경우, MB당 100원이 넘는 도매가로, MNO가 요금 할인, 단말기 할인 등을 동원하는 현재 “도매가 소매가 보다 더 높아”(CJ헬로비전 김용현 상무) 경쟁력 확보는 애초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MVNO들은 이외 ▲이통3사 모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설정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3년 일몰제 폐지 ▲3G 외 LTE 등 MVNO 확대 ▲MNO 계열사의 MVNO 진출 제한 ▲전파사용료 이중부담 해소 등을 통한 공과금 및 대행수수료 경감 ▲블랙리스트 제도(이통사-단말 유통 단절) 실효화 ▲후불폰 번호이동 가능 등을 요구하고 있다.

MVNO 사업자들 “우린 이렇게 뛴다”

국내 1위 MVNO인 에넥스텔레콤(대표 문성광)은 음성 서비스는 물론 공공 서비스와 M2M(Machine to Machine) 영역 등 데이터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 MNO인 KT의 서비스와 차별화 해 상호 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텔레콤(대표 김홍철)과 에버그린모바일(대표 김도균)은 KT와 협력, 2010년 8월부터 국내 최초로 선불MVNO 시장에 진입, 각각 소량 음성통화 고객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 KT와 국내 최초 와이브로 기반의 MVNO를 상용화 한 인스프리트(대표 이창석) 경우, MVNE(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고객사가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용 앱을 제공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전반적인 운영과 서비스까지 위탁 관리해 주는 사업자를 말한다. MNO와 기업 간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하며 가맹 기업의 수익 창출을 돕는 역할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지난 11월 교원그룹과의 교육 솔루션 공급 체결로 MVNE 첫 발을 내딛은 인스프리트는 KMVNO와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인터넷 기업, 병원, 지방자체단체 등 마케팅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음성 및 데이터 후불 MVNO를 시작한 CJ헬로비전(대표 변동식)과 오는 4월 음성 선불/후불 서비스 예정인 온세텔레콤(대표 김형진)의 MVNO 참여는 SK텔레콤과 지난해 7월 음성 선불에 이어 11월 1일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MVNO 중 최초로 후불서비스를 개시한 KCT(대표 장윤식)와 함께 ‘MVNO 대세’를 이끌 핵심업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CJ헬로비전과 KCT의 서비스 명칭은 각각 ‘헬로 모바일(Hello mobile)’과 ‘티플러스(tplus)다.

KCT 관계자는 “현재 단말없이 USIM만 바꿔 끼우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단말 수급을 지속 협의 중이며, 4월 후불폰 번호이동이 도입되면 단말 정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해 7월 MVNO 사업권을 신청한 대성홀딩스와 MVNO 참여설이 분분한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행보도 주목된다. 블랙리스트 도입 이후의 단말 유통과 관련, 전자랜드 등 대형 전자제품 전문매장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