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중국 국유기업 칭화유니그룹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주요 반도체 업체가 90% 이상 점유하는 글로벌 D램 시장을 위협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맞물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는 칭화유니그룹은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처럼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며 기존 시장 에코시스템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D램 시장의 복병 中 칭화유니그룹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9월 향후 10년간 D램 양산 가속화를 위해 약 13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은 충칭에 연내 D램 공장을 착공하며 실체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까지 높이겠다는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뒤 세금혜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 반도체 업체에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초기 반도체 설계 기술력의 격차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제조 2025을 실현하려고 했다. 지난 2015년 칭화유니그룹은 230억 달러에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마이크론의 거부로 불발에 그친 바 있다. 이후 마이크론은 D램 양산을 추진한 중국 국유기업 푸젠진화를 지식재산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며 중국제조 2025의 예봉을 꺾었다. 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도체 장비 출하액을 보더라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올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출하액은 133억1000만 달러로, 반도체 업황 악화로 총액이 1분기 대비 3% 감소했지만 중국은 43% 증가했다. 이 같은 장비 확충은 D램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은 미국과 통상전쟁으로 자국 ICT 제조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와 중간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국산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도 중국 반도체 굴기에 호재로 다가오고 있다. D램 가격이 연초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3대 주요 반도체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인력수급부터 제품생산까지 칭화유니그룹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3대 주요 업체가 시장 동향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반면, 칭화유니그룹은 LCD 산업처럼 막대한 보조금 혜택에 시장 점유율 상승에만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D램 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야심을 꾸준히 실현 중"이라며 "D램 시장이 저점을 찍고 수요 회복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칭화유니그룹이 3대 주요 반도체 업체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술 초격차...中 D램 시장 진입 장벽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3대 주요 반도체 업체의 기술 격차가 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반면 칭화유니그룹 산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지난 9월에야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섰다. 중국 기업과 3대 주요 반도체 업체와 낸드플래시 기술 격차는 대략 3~5년으로 알려졌다. 더욱 높은 기술 난도를 요구하는 D램은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부터 업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1z)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내년 초 최고 성능·최대 용량의 D램 라인업을 공급해 프리미엄 D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특히 역대 최대 용량인 512GB DDR5 D램을 비롯해 초고성능·초고용량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해 차세대 시스템을 적기에 출시하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에 이어 D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넓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3세대 10나노급(1z)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4 D램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웨이퍼 1장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총 용량을 현존하는 D램 중 가장 크며, 2세대(1y)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7% 향상됐다. 또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 없이도 생산 가능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이 같은 선도 업체들의 기술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가격'이다. LCD 산업처럼 대량의 물량을 쏟아내고 기존 상위 업체들의 경쟁력을 흔들고 시장의 판을 새로 짜는 전략이다. 이 부분에서 초기 성장 발판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칭화유니그룹은 사실상 중국 내수시장을 위한 D램을 내놓고, 상위 업체와 격차를 서서히 좁힐 예정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상위 업체와 기술 격차에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의 중심이 5G(5세대이동통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옮겨가면서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미국 제재로 인한 경제 성장률 둔화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차세대 산업의 필수 중간재인 반도체 자급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