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델타항공이 내달부터 국제선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한다. 그간 비즈니스석에서만 볼 수 있던 비스트로식 식사서비스는 물론이고 핫타월과 웰컴드링크까지 증정한다. 프리미엄서비스로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향후 인천국제공항을 아시아 공략 허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대표의 모습. 출처=델타항공

새로운 메인 캐빈 서비스 시행… “운임 상승 없다”

김성수 델타항공 한국 대표는 지난달 31일 인천공항 LSG스카이셰프코리아 지점에서 열린 ‘델타항공, 레스토랑식 기내 서비스 런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11월5일부터 6시간30분 이상 비행하는 전국제선을 대상으로 새로운 메인 캐빈 기내식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금번 기내식은 델타항공의 1만8000시간에 달하는 비행에서 1800명 이상의 고객 설문조사, 24명의 승무원으로 구성된 기획팀의 아이디어와 현장 피드백을 통해 완성됐다. 

델타항공은 고객 만족을 위해 이 같은 서비스 개선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대표는 메인 캐빈석 기내식 서비스 확대 이유에 대해 “여행에 인간적인 면을 가져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기내식은 접시 하나에 모든 주 요리·샐러드·디저트 등을 하나에 담는 방식으로 서비스 된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새로워진 캐빈 서비스는 과일향 스파클링 와인을 포함해 웰컴음료를 제공한다. 또한 레스토랑처럼 에피타이저는 물론이고 주요리도 선택할 수 있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도 기존 사용하던 재료보다 고급화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리는 탑승객들에게 작은 초콜릿도 작별 선물로 준다.

델타항공에 따르면 현재 한국, 미국의 항공사 중 일반석에서도 이같이 세분화된 기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는 없다. 기내식 퀄리티 상승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기내식 서비스 확대에 따른 운임 상승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고객만족과 고객로열티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편의 향상을 위해 델타항공은 2020년 내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승객의 탑승, 기내식, 지연 등 정보를 통합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고객 대응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는 각오다. 

▲ 기자간담회에서 소개된 기내식 에피타이저와 메인 메뉴들. 출처=델타항공

델타항공, 외항사戰 가세하나… 국내항공사 긴장

델타항공의 서비스 확대 소식에 대해 항공업계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외항사들이 앞 다퉈 한국 직항 노선을 만드는 등 본격 진출을 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이 심화될 수도 있어서다. 최근 외항사들은 노선 취항을 비롯해 특가 프로모션, 국내 기업과의 제휴 등으로 한국 고객과의 접점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외항사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대폭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1~6월 동안 인천공항을 찾은 전체 여객수는 3554만7239명으로, 전년동기 3364만3126명 대비 5.7% 증가했다. 이 기간 외항사(66개사)의 여객수는 1156만1914명으로, 2018년 상반기(1064만6035명·69개사)에 비해 8.6% 늘었다. 7개 국적 항공사(에어부산 제외)의 여객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4.3% 늘어난 2398만5325명인 것과 비교할 경우 증가폭이 두 배에 달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고객을 위해 비용을 감수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잡겠다는 구상인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안 그래도 항공업황이 힘든데 외항사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노선이 겹치는 일부 항공사들은 긴장을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대표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 하는 동시에 향후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미국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로 도착하는 일정이 나리타타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옮겨진다”면서 “하네다로 이전하면서 나리타만큼의 연결편 활용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인천을 강화시키고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시아 허브가 인천으로 옮겨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네다공항은 나리타공항에 비해 도심과 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으나 규모가 작아 허브 공항으로 쓰기엔 부족하다. 이에 따라 그간 미국에서 동남아로 향하는 고객들이 주로 도쿄에서 항공편을 갈아탔다면 이제는 아시아 연결편은 인천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인천을 경유해 운항할 경우 인천공항 역시 중간지점으로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델타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만든 후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햐는 90여개의 노선이 생겼다. 현재 한국의 매출은 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에 이은 3위 수준에 불과하다. 

▲ 델타항공 항공기. 출처=델타항공

미국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한국이 큰 주목을 받던 시기 김포~포틀랜드 직항편 취항을 시작으로 국내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11년간 해당 노선을 유지해왔지만 1999년 IMF외환위기로 인해 중단을 했고 한동안 미국 직항 노선을 운행하지 않았다. 

다시 한국 시장 사업을 재개한 것은 파산보호에서 벗어난 직후인 2007년 6월이다. 주4회 인천~애틀랜타 직항 노선을 신규 취항한 것. 2년 남짓 운행하던 애틀랜타 직항편은 노스웨스트 항공과의 합병을 마친 2009년, 아태지역 노선 재정비를 위해 중단됐다. 

이듬해인 2010년 6월 디트로이트와 인천을 잇는 새로운 직항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델타항공은 또 다시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이어 2014년 6월에는 인천~시애틀 직항노선을 새롭게 도입해 아시아와 미국 간 태평양 횡단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이 기간 동안 델타항공의 아태시장 매출은 60% 이상 고공성장을 기록했고, 태평양횡단 노선 확충을 위한 활발한 투자도 이어졌다. 

델타항공은 지난 2017년 6월 인천~애틀랜타 노선 재운항과 함께 올해 4월 인천~미니애폴리스 신규 직항편 운항을 개시, 현재는 디트로이트, 시애틀, 애틀란타, 미니애폴리스 등 미국 4개 도시에 취항했다. 

이어 지난해 5월부터는 국내 제휴사인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수립을 통한 공동운항도 시행하고 있다. 양사는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를 연결해 공동운항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은 미국 1위 항공사지만 국내에서 몇차례 운행을 중단하는 등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다”며 “이번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회로 국내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노선이 겹치는 항공사들도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