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업계가 ‘무(無)인시대’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하면서 기존 사람이 처리했던 업무들이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 챗봇(채팅로봇)을 시작으로 보험계약심사, 건강관리까지 AI가 적용되면서 편의성을 높인 보험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상품으로만은 경쟁력이 없다는 보험사들의 판단에 따른 결과로, 간편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업계 트렌드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 빅데이터‧AI 도입 활발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계약심사부터 건강관리까지 빅데이터‧AI가 도입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인공지능 언더라이터 ‘BARO’를 개발해, 현업에서 활용 중이다. BARO는 자연어처리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언더라이터를 대신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험계약의 승인 및 거절을 처리한다.

머신러닝이란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 접목시킨 기술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BARO는 정해진 언어 규칙을 벗어난 유사 문장의 의미까지도 분석할 수 있어 복잡한 보험상품도 처리가 가능하다. BARO 도입 후 보험심사와 질의응답에 걸리던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고객만족도와 임직원의 업무효율성이 상승했다는 후문이다.

삼성화재도 지난 9월 장기보험에 AI 계약 심사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고객이 장기인보험 가입시 가벼운 질병 이력만 있어도 심사자가 일일이 확인해 승인을 했어야 했는데, 이 시스템 도입으로 계약 심사자들의 추가적인 확인 없이 전산심사만으로도 가입 가능한 건들이 늘어났다.

장기재물보험에도 삼성화재가 보유한 수십 만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학습된 AI 이미지 인식 모델이 적용돼, 가입설계시 업종과 관리 상태에 대한 판단을 AI가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됐다.

◇ 건강관리 서비스도 속속 등장

건강관리서비스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AI‧헬스케어 전문 업체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주요 질병의 위험도를 예측해주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객의 건강검진 결과를 AI가 분석해 고객들의 실질적인 건강증진과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한화생명도 최근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를 출시했다. 헬로는 고객 건강 데이터 기반의 건강 콘텐츠와 캠페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과거 10년치의 건강검진정보 △건강 수준을 나이로 환산한 ‘생체나이’ 등을 분석해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찍으면 영양소와 칼로리가 나오는 AI카메라 기능도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은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심화하면서 보험업계는 2030층 고객 유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로 젊은 고객층은 높은 보장성 보다도 간편하고 실용적인 보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니보험, 다이렉트 전용 보험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AI 등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 보험사입장에서도 효율적이다. 직접 처리해야할 업무가 대폭 줄어 들다보니 비용절감은 물론 일처리의 속도도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 온라인전용 보험사 잇단 출현 예고

설계사가 필요 없는 온라인 전용 보험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현대자동차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전용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내년 초 출범을 앞두고 있다.

캐롯손보는 고객의 실생활 데이터와 ICT기술을 결합해 자동차보험, 여행보험 등을 간편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실질적으로 이용한 Km수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고, 여행보험은 스위치처럼 보험개시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상품들의 출시가 유력시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도 카카오와 합작해 온라인 전용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상품판매와 관련해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나, 업계에서는 간편 단기보험 위주의 상품 판매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온라인 전용 손보사 설립에 나서면서 향후 온라인 보험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합작으로 온라인전용 보험사를 설립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간편보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