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 사옥 전경. 사진=이코모닉리뷰 박자연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이 부진한 실적의 연속인 긴 터널을 지나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설화수나 헤라 등 럭셔리 라인의 신제품 출시가 매출을 견인하면서, 채널별로는 면세나 온라인 매출 성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아모레의 상승세가 중국 법인의 회복과 내년 수익 효율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아모레G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전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5704억원, 12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4%, 42.3% 성장한 수치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이다. 

3분기 실적은 무엇보다 매출이 좋았다. 국내 사업은 고마진 채널과 상품 매출 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국내는 면세점, 중국에서는 온라인 채널과 럭셔리 분야가 고신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아모레퍼시픽 2019년 3분기 실적. 출처=아모레퍼시픽

국내 사업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한 9306억원,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829억원 기록했다. 이처럼 아모레가 14분기 만에 호실적을 기록한 요인은 ‘럭셔리 제품’의 선전이다. 설화수는 윤조 에센스 중심에서 고가 라인인 자음생 에센스와 진설라인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성공적으로 가격 포지셔닝이 상향됐다. 특히 설화수는 VIP 고객 대상으로 뷰티 클래스를 개최하는 등 고객 소통 활동도 강화했다.

프리미엄 부문도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숍 중심으로 성장 기반이 강화되며 전체 매출이 성장했다. 임차료 부담이 높은 점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에 온라인과 새로운 채널에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또한 2분기 실적 급감 주요인인 마케팅비도 정상화됐다. 그간 여러 브랜드와 채널로 분산됐던 마케팅비는 전분기 대비 410억원 감소했다.

▲ 설화수 칠보 실란 리미티드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브랜드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메이크업 색조 브랜드 ‘블랭크’와 Z세대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비레디’를 론칭하며 전에 볼 수 없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이니스프리 브랜드 체험관 ‘제주하우스’의 리뉴얼 오픈, 에스쁘아 강남 쇼룸 매장 오픈, 마몽드 #천만틴트 이벤트, 려의 ‘진생로드 스팟 투어’ 행사 등 다양하게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도 활발했다.

채널 면에서 보면 면세점 매출 회복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국내 채널은 면세점과 온라인 채널 합산 매출 비중이 60%까지 상승했다. 특히 역직구 채널 비중이 전체 디지털 채널에서 20~30%까지 빠르게 상승한 점은 성장률은 물론 대중국 럭셔리 브랜드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면세와 온라인 채널이 전년대비 20~30% 성장하게 되면 로드숍 채널들이 부진하더라도 외형성장률을 10% 이상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더구나 이 두 채널은 고마진 채널로 기대수익이 높은 부분이다.

▲ 링클 사이언스 스팟 트리트먼트 제품. 출처=이니스프리

해외 사업은 전년동기 대비 9% 성장한 4865억원의 매출과 33% 증가한 3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 주요 해외사업은 브랜드의 성장과 비용 효율화에 있다. 중국에서 설화수 매출 비중이 27%까지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드 갈등 이후 약 3년간 지속된 영업이익의 역성장세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럭셔리 매출 비중이 상승하면서 지속적인 광고선전비 증가에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부진한 아리따움 직영 매장은 축소하고 중국에서도 이니스프리 점포 구조조정 등 점포 철수를 진행한 것이다. 중국 현지에도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 현지 온라인 플랫폼과의 파트너십 강화로 3분기 중국 온라인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이에 4분기 중국 광군제 최대 성수기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 아모레퍼시픽 분기별 영업이익 증감과 영업이익률. 출처=하나금융투자

다만 아직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하다. 중국 현지 매출액 증가율이 3%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설화수의 호조에도 여전히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들의 시장 환경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매출 비중이 높은 이니스프리도 3분기에 영업이익 –46%를 기록했다. 온라인 브랜드들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이니스프리나 에뛰드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의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온라인 채널에서 매출이 성장했으나 함께 비중이 높은 방판, 백화점, 아리따움 등 전통 채널 매출도 전년대비 하락이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에스쁘아나 에스트라, 아모스프로페셔날과 같은 견실한 기타 자회사들의 성장은 주목해 볼만하다. 아직은 매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향후 성장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 아모레퍼시픽 매출액 구성. 출처=KB증권

아모레는 당장의 3분기 실적 개선보다 전략 변화에 주목해야한다. 아시아권은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 성장에 발맞춘 럭셔리 전략, 미주 및 유럽은 스킨케어 브랜드로 신규 시장을 확대하고, 비용 면에서는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채널 전략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눈앞에 보인 실적 반등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2020년까지 현재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순수 내수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중국 실적 전망이 필수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모레퍼시픽이 방판, 아리따움, 대형 오프라인 매장 등 자체 채널 전략에 주력했다면 이제 면세, 온라인, 멀티브랜드샵 등 채널과는 협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디지털화에 따른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과 오프라인 매장 수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보다 완화된다면 럭셔리 브랜드 매출 회복과 함께 이익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