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신진영 기자] 분양가 중도금 대출과 LTV 대출 시의 기준인 9억원을 초과 '고가 주택'의 비중이 서울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 무주택자들이 체감상 느끼는 대출 규제의 문턱도 훨씬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서울 내의 자치구 중 평균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곳은 네 곳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여덟 곳에 달하고 있다. 서울 지역 전체 분양 단지 중 9억원을 넘는 분양 단지 역시 2017년에는 전체 분양 단지의 15%였지만 2019년에는 29%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역시 이미 중위 가격대가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에 근접했다. 더 큰 문제는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적인 LTV 조항마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사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주택 사려면 고가 주택 매입자 될 각오해야

▲ 10월 KB 주택가격동향 중 주요지역 중위 주택매매와 전세가격. 출처 = KB리브온

서울 중위 매매가격은 이미 고가 주택의 기준인 9억원에 근접했다. 주택 중위가격은 전체 아파트 가격을 한줄로 세웠다고 가정할 때, 정 가운데 있는 가격을 말한다. KB 리브온의 ‘10월 KB 주택 가격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8억7525만원이다. 9억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자치구별 중위 매매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강북14개구는 6억2436만원, 강남 11개 구는 10억9719만원을 기록했다. 강남11개구는 사실상 11억원의 중위 매매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거래 90%도 서울·경기도에서 이뤄진다. 지난 7일 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 직방의 ‘올해 3분기 기준 아파트 매매실거래가격대별 비중 변화’에 따르면 전국 9억원 초과 아파트 매매 거래 비중이 점차 늘어났고 올해는 그 비중이 5.3%다. 9억원 초과 하는 아파트의 대다수는 서울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2분기·3분기의 경우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중 80%가 서울에서 이뤄졌다. 그 외 10%는 경기도에서 거래된다. 

▲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격대별 비중. 출처=직방

서울 시내 9억원을 초과 고가 아파트 매매는 강남 3구에서 그 외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편, 직방은 "서울에서 4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시장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각종 대출 규제는 여전히 고가주택 기준 9억원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칙상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LTV 대출은 불가능한 상태다.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인 무주택이고 실수요자임을 입증하는 건 번거롭다. 겨우 성공해도 소득수준에 따라 대출이 제한돼, 사실상 매매가 9억원을 초과하는 서울 시내 주택 매매는 수억원 규모 현금을 바로 조달하지 못하는 일반 무주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매매는 물론이고, 분양도 '하늘 별따기'

9억원의 분양가를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1일 부동산 114가 제공한 '2019년 서울지역 평당 분양가 통계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34평 평균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지역은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 성동구 정도였다. 그러나 2019년에는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는 물론 광진구, 동작구, 동대문구, 종로구, 도봉구 등 현재 분양가 통계 확인이 불가능한 마포구 등을 제외해도 최소 서울의 8개 자치구에서 34평형 평균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2019년 서울 주요 자치구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 출처 = 부동산114

특히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눈에 띈다. 2019년 3.3㎡당 분양가를 보면 △서초구 5033만원, △강남구 4716만원이다. 34평 기준 분양가로 환산하면 △서초구 17억1122만원, △강남구 16억344만원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용산구는 3.3㎡ 분양가가 4150만원이다. 34평 기준 환산시 평균 분양가는 14억1100만원이 된다. 

대단지 위주인 광진구의 올해 평당분양가는 3427만원, 34평의 평균 분양가는 11억6518만원이다. 그외로 3.3㎡ 분양가와 34평 기준 환산시 평균 분양가를 살펴보면, △동작구 2873만원· 9억7682만원, △동대문구 2758만원·9억3772만원, △종로구 2692만원·9억1528만원, △도봉구 2827만원·9억611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자치구 별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분양하는 단지 중 평균분양가 9억원을 넘는 단지도 증가하는 추세다. 1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분양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서울 내 분양단지 중 분양가 평균이 9억원을 넘는 단지의 비율은 계속 상승해 오고 있다. 2017년 서울 전체 분양 단지 중 9억원을 초과하는 단지는 15%였는데, 2018년에는 22%로 상승해, 2019년 8월에는 29%를 기록했다.

▲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치솟는 가격에 서민 실수요자 위한 LTV 예외 조항도 사문화

강남 4구와 마·용·성보다는 낫지만 대출이 '잠긴' 무주택자들에게 그 외 서울 지역에서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서울 전체가 투기 과열 지구로 묶인 이상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려면 무주택자인 경우에도 40%의 대출만이 가능하다.

다만 9억원 이하 주택 거래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서민 실수요자의 별도 요건 3가지를 구비하면 LTV 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서민 실수요자의 요건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무주택 세대주이고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 구매하려는 주택 가격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문제는 이미 서울 한강 이북 14개 구의 중위 매매가격조차 해당 기준이 되는 6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서민 실수요자로 최대 LTV 50%의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6억이 넘는 대다수 지역의 서울 주택은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한강 이북 14개 구의 서울 중위가격은 이미 10월 기준으로 6억2436만원으로 사실상 서민 실수요자들의 서울 주택 진입을 대출이 제한하고 있다.

권 교수는 “현 고주택 가격의 기준은 2007년에 지정된 개념이라 12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많은 제도가 해당 기준에 맞춰 적용되는 만큼 현 9억원 초과라는 고가주택의 개념을 다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의 가격과 분양가는 상승하는데 대출 규제와 그 기준이 되는 고주택의 개념은 제 자리라면서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 9억원에 근접한 이상 고가주택의 기준을 올리고 대출 규제 수준도 그에 상응해서 올리던지 그렇지 않다면 대출 규제를 세심하게 완화해야 주택 소유의 양극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