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그룹 홍대사옥. 출처=애경그룹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 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이어 최근 애경그룹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인수자간 경쟁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현재 인수 의사를 드러낸 곳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뱅커스트릿·KCGI 컨소시엄 등 세 곳이다. 다만 KCGI 컨소시엄은 아직까지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해 시장에서는 사실상 애경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의 2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애경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자금력, 규모 등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국내 LCC 사업모델을 정착시킨 데다 14년 만에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애경그룹을 얕봐선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최초 LCC 사업모델 도입… 14년 만에 매출액 1兆

애경그룹은 2005년 1월 유럽과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해 성장하고 있는 LCC를 사업모델로 삼아 제주항공을 설립하고 2006년 6월 취항을 시작, 국내최초로 LCC 사업모델을 도입·운영해오고 있다. 

취항당시 업계 과당경쟁, 서비스 저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애경그룹은 기존항공사들의 견제와 국제유가 상승, 환율변동,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2009년 대표적인 수익사업인 면세점을 처분하고 계열사들의 몇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항공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후 제주항공은 국적항공사 최초 단일기재 40대 이상을 운영하며 규모의 경제효과로 원가경쟁력을 상승시켰다. 안정적인 재무구조 기반으로 설비와 안전투바도 LCC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객 매출 신장뿐만 아니라 부가매출을 통한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로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되는 순수 LCC사업모델을 확립하기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6년 118억원에 불과했던 제주항공의 매출은 2018년 1조2594억원까지 늘었다. 같은기간 영업익도 마이너스 115억원에서 1012억원으로 증가했다. 취항 5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11월 코스피에 상장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매년 최대실적을 갈아치웠으며 지난해에는 LCC최초 매출액 1조원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5% 매출 성장하며, 약 6~10%대로 타사대비 안정적인 이익률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매개로 새로운 여행 수요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계층에게 항공여행의 기회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제주항공에 따르면 제주항공 탑승객은 취항 첫 해 였던 2006년 25만여 명에서 지난해 1196만 명으로 50배 가량 훌쩍 뛰었다. 연평균 38%씩 증가한 셈이다. 

▲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자금조달능력 충분… 작지만 강하다

이 같은 경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애경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우려에 가깝다. 첫 번째는 자금조달능력에 관한 의구심이고, 두 번째는 ‘작은’ 애경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우선 자금조달능력은 충분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격은 1조5000억원에서 2조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자금은 보유 현금과 인수 금융, FI(재무적투자자)투자의 형태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3000억~4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스톤브릿지캐피탈이 1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금산분리 이슈로 FI가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정해져 있다. 이에 자금조달능력에서는 경쟁자로 불리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컨소시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FI의 외형적 규모나 자금력보다는 산업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성격, 피인수기업의 정상화 계획 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지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운영 효율 최적화 등 LCC 사업모델 중 비용절감과 관련한 노하우들을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제주항공을 통해 만들어진 인프라(해외지점, 시스템, 오퍼레이션 능력) 등을 활용할 경우 중복을 해소하고 인력조정을 최소화해 단기간 안에 경영정상화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용등급을 높여 쌓인 채무를 갚아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작은’ 애경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자산규모만 보면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애경의 자산규모는 5조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규모 10조787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우위를 확답할 수 없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산업을 정착시킨 LCC 1위 항공사인만큼 경영능력에 대한 부분은 결코 아시아나항공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을 보면 제주항공의 경우 2014년 6%, 2015년 8%, 2016년 8%, 2017년 10%, 2018년 8% 수준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4년 1%, 2015년 0%, 2016년 4%, 2017년 3%, 2018년 –1%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능력이 제주항공보다 우위에 있었다면 660%라는 부채비율도, 매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작은 기업이 더 큰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2013년 CJ GLS는 대한통운을 끌어안으며 CJ대한통운을 출범시켰다. 당시 CJ GLS는 자산 1조5712억원, 매출 1조5406억원으로 대한통운의 자산 3조7852억원, 매출 2조5878억원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 보다 앞서 2005년에는 카드회원 511만 명, 업계 6위의 신한(조흥)카드가 회원 1238만 명, 업계순위 3위의 LG카드를 집어삼킨 바 있다. 

▲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시너지 효과 자명… 국내 최대 항공그룹 꿈꾼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두고 아시아나항공의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애경그룹의 위상을 높이고,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경영비밀 등을 들추어 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억측에 가까워보인다. 애경이 과거 제주항공을 창립했을 때도 시장에서는 똑같은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경은 수많은 우려를 불식, 제주항공을 국내 제1의 LCC로 키워냈다. 즉,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경영을 통해 항공업 노하우를 상당히 축적한 애경이 다른 회사의 노하우에 급급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울러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입찰 과정에서 인수에 대한 불성실한 준비, 정보 획득만을 위한 조사 자세 등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입찰을 위해 애경이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알 수 있다. 인수할 의도도 없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낭비적인 소모를 하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 제주항공 항공기.출처=제주항공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자명하다. 

우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LCC흡수로 인한 경영 효율화다. 이 경우 3사의 슬럿과 인력 등을 조정해 중복노선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스케줄을 제공해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자회사 등을 포함해 16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상반기 각 사의 여객통계를 기초로 각 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국제선 45%, 국내선 48%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국내 최대 항공그룹의 탄생은 외항사와의 경쟁에서 국내 항공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모두 운용하게 됨에 따라 항공시장에서 구매 협상력 우위를 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LCC로서는 어려웠던 중장거리 노선 확충과 기종의 다양성 확보를 통해 항공업 중심 그룹으로 거듭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LCC업계는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단거리 노선의 과당, 출혈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기존 LCC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항공사 M&A사례 중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회사가 항공사를 인수한 전례가 없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M&A는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맞다”며 “M&A 이후에도 각 항공사가 갖고 있는 현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재편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항공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 경영을 통해 축적한 운영 효율에 대한 노하우나 노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