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네이버와 SK텔레콤, 그리고 글로벌 기업 애플이 31일 나란히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들의 콘텐츠 전략 교집합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한 CP와 통신사인 ISP, 나아가 하드웨어에 iOS를 담아내어 성장한 애플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비전을 위한 큰 그림은 동일하다는 말이 나온다.

▲ 네이버 3분기 실적. 출처=네이버

콘텐츠 잡아라

네이버는 3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전분기 대비 2.1% 증가한 1조66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57.5% 증가한 202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 포인트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업 부문별 매출과 비중을 보면 광고 1527억원(9%) 비즈니스플랫폼 7193억원(43%), IT플랫폼 1163억원(7%), 콘텐츠서비스 545억원(3%) 라인 및 기타플랫폼 6220억원(38%)으로 확인됐다. 평소와 비슷한 수치지만 자회사 라인의 적자폭 감소와 함께 콘텐츠 전략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페이의 실적 상승이 IT플랫폼 매출에 큰 역할을 했다. 네이버는 11월 1일 네이버 파이낸셜 분사를 앞두고 있으며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인혁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네이버 통장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직접적인 콘텐츠 매출 상승은 웹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매출 증가 중 웹툰의 매출이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한 가운데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쾌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네이버웹툰은 북미지역에서 MAU(월간순이용자)가 전년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총 이용자 숫자는 900만명, 글로벌 전체로 보면 6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수익성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창작 콘텐츠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구축한 한국의 아마추어 플랫폼 ‘도전 만화’에 대한 성공 노하우를 라인웹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도 적용시켰으며 세계 아마추어 창작자 58만여 명, 프로페셔널 창작자 1600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창작 생태계를 조성했다. 미국의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버스’에서 연재되는 작품 수는 연평균 108%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과 함께 웹툰 IP기반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웹툰 작가들의 수익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은 국내에서 유료보기, 광고, IP비즈니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에 대한 검증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2018년 말부터 글로벌 유료 모델을 도입했으며 이미 연재 작가의 62%인 221명의 작가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만 연간 1억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게 되면 너무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나들며 독자와 IP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전무후무한 플랫폼”이라며, “네이버웹툰이 디즈니 못지 않은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웹툰 플랫폼과 창작 생태계라는 두 축을 계속해서 발전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석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경우 모바일 앱의 미국 매출액이 전년 대비 1만5790%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확장일로에 접어든 네이버 웹툰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네이버 브이 전략도 가동되고 있다. 박선영 네이버 브이 CIC 공동대표는 지난 5월 브이 라이브의 성장세를 설명하며 “230개 나라의 글로벌 팬이 모였다”면서 “7200만 누적 다운로드가 발생했고 주간 방문자수는 1000만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우리의 핵심 타깃은 1020 세대 여성”이라면서 “브이에는 글로벌 사용자가 85%, 24세 미만이 75%에 이른다”고 말했다. 재생 숫자는 65억건, 13억개의 댓글이 브이를 채우고 있다.

▲ 박선영 네이버 브이 CIC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SK텔레콤도 같은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4조5612억원, 영업이익 3021억원, 순이익 27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5G 마케팅 및 네트워크 투자가 이어지며 전 분기 대비 매출은 9.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0.66% 떨어졌다. 무선 매출의 경우 5G에 웃고 웃었다. 5G 가입자 확대로 3분기 매출이 2조486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전년 대비 0.1%,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5G 투자 정국에서 SK텔레콤의 스텝이 다소 꼬인 가운데 콘텐츠 전략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3분기 실적 중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에서 성과를 내며 비 무선 매출이 45%를 넘겼다.

3분기 IPTV 매출은 3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 전분기 대비 3.6% 상승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함께 웨이브 OTT 전략에 나서고 있으며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는 다소 난항을 겪고 있으나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보안 사업 매출은 ADT캡스와 SK인포섹의 성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3.0% 증가한 3060억원을 기록했다. 보안 인프라와 사물인터넷 전략을 묶어내는 로드맵이다. 커머스 사업 매출도 11번가의 수익성 중심 경영과 SK스토아의 매출 증가로 인해 1885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애플도 비슷한 흐름이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6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 강화, 5G 레이스 초반 경쟁 탈락 등 악재가 겹치며 3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367억달러에 비해 떨어져 330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콘텐츠 매출은 무려 125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뮤직과 아이클라우드 및 앱스토어 플랫폼 수익이 올라가며 전체 실적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은 현재 애플 TV 플러스 및 애플 아케이드, 애플뉴스 등 구독 비즈니스에 중심을 둔 콘텐츠 전략을 강하게 끌어가고 있다.

매출 다변화의 답, 콘텐츠 전략

네이버와 SK텔레콤, 애플은 미묘하게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콘텐츠 전략에 집중하며 일종의 매출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ICT 플랫폼을 바탕으로 기초적인 체력을 키우는 한편 네이버페이 및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연결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5G 정국과 동시에 탈통신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3분기 실적이 다소 출렁였으나 콘텐츠로의 체질전환 로드맵은 예정대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최근 SK텔레콤은 카카오와 주식을 교환하며 더욱 소프트웨어 중심의 콘텐츠 전략을 타진하는 중이다. 모빌리티와 미디어, 음원 스트리밍 등 다양한 영역에서 SK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애플은 네이버와 SK텔레콤과 사정이 다소 다르다. iOS라는 매력적인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스토리 텔링이 가미된 하드웨어인 아이폰을 팔아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아예 콘텐츠 전략을 핵심적으로 구사한다. 여기에 구독 비즈니스를 도입하며 iOS 시절부터 끌어온 폐쇄형 생태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애플 TV 플러스와 애플 아케이드 등은 모두 iOS를 기반으로 애플 디바이스를 대상으로 한다.

사실 매출 다변화를 위해 콘텐츠 사업을 선택하는 기업은 네이버와 SK텔레콤, 애플 외에도 상당히 많다. 이들 모두는 5G 네트워크 시장이 열리며 기간 인프라가 강력해지자 각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서 콘텐츠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로드맵 진행 속도에는 차이가 나지만, 핵심 키워드는 ‘콘텐츠’로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