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우주성 기자] 무주택자가 집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동산을 통한 매매나 전세·월세 혹은 경매로 낙찰 받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먼저 청약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운 좋게 경쟁률을 뚫어 당첨이 되더라도 막상 자금이 없어서 집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월 서울 시내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방문객은 “당첨 예상 가점이 너무 높아서 포기했다”면서도 “당첨이 돼도 중도금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빚내서 집을 사자’고 했지만, 이제는 빚을 내도 집을 못 사는 시대이자 빚 조차 내기 힘든 시대가 됐다. 

▲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청약 60점대는 돼야 서울에서 집을 구할 수 있다" 

주택 청약제도는 주택에 있어서 수급 불균형과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주택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 1978년 ‘국민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제정해 국민주택청약부금, 주택청약예금, 재형저축 등 세 가지 유형의 청약저축제도를 도입한 게 지금의 청약제도의 시작이다. 올해 8월 주택청약 개정으로 총 140여 회 바뀌었다. 

2007년 9월 부동산 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청약 가점제는 1순위 청약자 내 경쟁을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기준으로 산정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결정된다.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은 가점제 40%·추첨제 60%인데 수도권 공공주택지구는 100%이고 투기과열지구는 75%이다. 전용면적 85㎡ 초과는 추첨제 100%인데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와 투기과열지구는 가점제 50%를 적용한다.  

서울·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는 청약 가점제를 도입하고 있다. 청약 통장에 1년 이상(지방은 6개월 이상) 일정한 돈을 매달 나눠 넣으면 1순위가 될 수 있다. 같은 1순위라도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 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당첨자가 결정이 된다. 만점 84점을 받으려면 △15년 이상 무주택, △부양가족 6명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양가족은 1명씩 늘어날 때마다 5점씩 늘어나고 무주택기간은 1년이 경과할 때마다 2점씩,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1년이 경과하면 1점씩 올라간다.  

▲ 2018년도에는 30대 > 20대 > 40대 순이 2019년도에는 20대 > 30대 > 40대 순으로. 출처 = '국내 주택청약통장 시장 동향 및 가입자 분석', 하나금융연구소.

현재 20대~40대 인구 전체 50% 이상이 청약 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5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20대 청약상품 가입자수가 470만7000명이었다. 반면, 30대 가입자는 465만2000명으로 처음으로 청약상품 주 고객이라 여겨진 30대가 20대에 뒤처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10세 미만 영유아의 가입 비중은 42.4%로 181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은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청약 통장 가점이 가입기간과 부양가족 등 조건이 있어 청약 통장 가입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눈에 띄는 점은 10대 이하 청약통장 고객이 전체 인구의 30% 후반 대인데, 30대~40대 부모로 인해 청약 통장 가입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약 고득점을 향해 달려가지만, 수요자들이 체감하는 건 '돈'이다. 택시기사 김씨(48세)는 "아무리 청약 청약 한다지만, 저렴한 곳 찾는다"며 "오래 전 화성시 미분양 주택에 입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직장인 3년 차가 된 김씨(31세)는 "현재 15점인데 언제 평균 가점이 될 지 암담하다"며 "당첨되더라도 돈이 없어 집을 갖는 건 꿈 같은 일이다"고 말했다.

▲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실질적인 분양조건은 가점이 아니라 현금이다"

서울 알짜배기 청약 현장은 투기와 집값을 잡으려 여러 차례 손질한 대출제도에 의해 ‘현금부자’들의 잔칫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난 9월 서울 삼성동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중개업자는 “청약이 당첨되더라도 분양 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는다"며 "실질적인 분양 조건은 청약 가점이 아닌 현금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출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서구에서 은행을 다니는 김씨(30세)는 "요새는 대출 자체가 쉽지 않다"며 “주택담보대출이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넘어와 규제가 강화돼 대출 건수도 최근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도금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원래 2금융권에서 이자를 더 받고 대출을 했는데, 규제가 2금융권까지 확산되니 그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현재 시장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에 유입되는 자금 흐름을 막기 위해 가장 신경쓰는 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다. LTV는 구입하려는 주택 가격에서 가능한 대출 한도로, LTV가 40%라면 5억원의 아파트는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현행 LTV 제도에 따르면 현재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범위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경우 분양받으려 하는 주택의 40%만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무주택자가 서울 지역 8억원 주택을 소유하려할 때 가능한 대출액은 3억2000만원으로, 4억8000만원 자금은 갖춰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 가격의 60%, 조정지역 외 수도권은 70%, 그 외 지역도 70% 대출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조정대상의 경우 9억원 초과하는 고가주택은 그 마저도 대출이 막혀 있다. 예외적으로 무주택자는 실소유 목적이 인정되면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기본적인 대출 상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연 소득이 2000만원인 경우 1억원 정도의 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세무서의 신고소득, 근로자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의 각종 증빙자료가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내부 규정에 따라, 분양가 9억원 초과하는 주택은 중도금 보증이 되지 않아 대출이 제한된다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대출이 막힌다는 뜻이다. 이는 LTV 비율과 무주택자 여부 예외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분양가가 9억원이고 주택 중도금이 60%라 가정하면, 최소 5억4000만원의 현금은 확보해야 실질적인 분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청약 중도금 대출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 구매 대출은 더 까다롭다. 2017년부터 LTV 등의 대출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다. 2017년 6·19 대책에서 'LTV 비율이 70%→60%'로 축소됐다. 이후 강화된 8·2 대책이 나와 LTV가 40%까지 줄어들었다. 다음해인 2018년 9·13대책에서 추가적인 규제를 통해 대출 옥죄기에 들어갔다. 9억원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한해서는 실소유 목적으로만 대출을 허용했다

▲ 서울 내 견본주택에서 청약 상담을 받고 있는 방문객들. 출처 = 이코노믹리뷰 DB

오늘도 '내집 마련'의 꿈을 위해 무주택자들은 열심히 청약 점수를 챙긴다. 동시에 집값은 계속 상승 중이다. 운 좋게 청약이 당첨된다 하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을 다 낼 수 있을 지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