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 출처= 한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경력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며 한샘을 이끌어온 최양하 대표이사 회장이 25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한샘은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사내 월례 조회를 통해 최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회장직 사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10월 31일 밝혔다.

최 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퇴임 결정을 미리 밝히지 않았다.

1949년생인 최 회장은 대우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979년 한샘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4년 뒤인 1983년 공장장직을 맡고 1989년 상무이사직을 거쳐 1994년 45세의 나이에 대표이사를 맡아 올해까지 25년째 자리를 지켜왔다. 한샘이 1986년 부엌가구 부문 업계 1위, 2002년 종합 인테리어 부문 업계 1위에 오르는 데 공을 세웠다. 올해 2분기까지 73분기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오기도 했다.

‘공간을 판매한다’는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리하우스 사업을 안착시키고 빌트인플러스 등 신사업을 전개하는 등 한샘이 종합 홈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었다. ‘직원도 회사도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평소 지론을 바탕으로 회사에 비전을 제시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앞장선 것으로 사내에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국내 가구 시장 판도를 뒤흔들 ‘메기’로 일컬어진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2014년 우리나라에 진출할 당시에도 업계 선두 위상을 유지했다. 타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이케아에 맞서 온라인 서비스와 비용절감에 주력할 때 영업 역량과 시공 사원의 전문성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가구 판매 기업이 아닌 서비스 업체라는 한샘 정체성을 토대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 회장의 결정은 성과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케아 코리아가 사업을 개시한 뒤 입지를 확장하는 동안 한샘의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한샘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4년 1조 3300억원에서 3년 뒤인 2017년 2조 600억원으로 54.9% 증가했다.

최 회장은 그간 밝혀온 대로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계획을 구상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앞서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라며 “한샘이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었다.

한샘은 향후 이사회를 열고 최 회장의 후임자로 강승수 부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강 부회장 후임에는 그간 재무 분야를 맡아온 이영식 사장을 승진 임명해 전략기획실의 지휘를 맡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