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LCC(저가항공사)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인천 하늘길로 불황 타개에 나선다. 최근 사모사채 100억원치를 발행하며 무차입경영을 깬데다, 대구 사업을 70%가량 축소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나선 에어부산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월부터 닝보·선전 등 취항… A321neo LR로 중거리 공략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열린 ‘에어부산 인천취항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상반기에 영업손실이 났고 하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인천 노선 취항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사장은 지난 3월 에어부산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운 10년 먹거리 마련을 위해 인천공항 진출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연내 인천 출발 노선 개설을 위해 운수권과 슬럿을 확보하는 등 역량을 집중해 왔다.

▲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이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에어부산은 이미 슬롯이 포화된 인천공항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는 만큼 나름의 차별화를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대형항공사(FSC)와 경쟁하는 노선에서는 ‘저운임’이, 같은 LCC와 경쟁하는 노선에서는 ‘차세대 기재’가 핵심이다. 

에어부산은 11월 12일 인천~닝보 노선을 시작으로 11월 13일 인천~선전, 인천~가오슝, 인천~세부 노선에 순차 취항한다. 또한 11월 말 인천~청두 노선을 개설해 연내 총 5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인천~닝보’ 노선은 국적항공사에 처음 개설되는 노선이다. 닝보는 선박 화물 총 물동량 기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항만도시다. 이에 에어부산은 출장 수요 이용객과 함께 현지 인바운드 고객 잡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천~선전’ 또한 중국 대표 경제특구 대도시인 만큼 비즈니스 상용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들만 취항한 곳 인만큼 운임을 저렴하게 책정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 에어부산의 신규 노선 운항 계획. 출처=에어부산

실제 에어부산은 취항에 앞서 중국 현지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 사장은 “닝보와 선전 등의 여행객 수요가 많아 반응이 좋다”며“ 현지 업체 TV소개, 현지 여행사 협업 등을 통해 시기적절하게 마케팅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 성과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에어부산은 다른 국내 LCC와 차별화를 위해 차세대 항공기를 선제적으로 도입, 중거리 노선 운항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은 이미 지난해 에어버스 A321neo LR 항공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초 해당 항공기 2대를 도입한다. 이는 아시아 지역 항공사 중 최초 도입이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A321neo LR 항공기는 타 국내 LCC가 도입 예정인 보잉사의 신기종 항공기보다 항속거리가 최대 1000km가량 길어 싱가포르, 푸켓 뿐 아니라 인도 델리와 자카르타까지도 운항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에어부산은 오는 2021년까지 A321neo 항공기를 8대까지 도입하고, 기존 항공기는 3대를 반납해 총 31대의 항공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에어부산, 인천 진출 왜 할까? 

에어부산이 인천 진출을 선언하며 제2의 도약에 나선 데는 업황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고유가와 환율상승, 공급과잉에 보이콧 재팬으로 인한 일본 여객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항공업계는 시계제로의 상태에 놓였다. 

한 사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업황 악화에 대한 원인과 관련 “항공사를 입사한지 오래됐지만, 요즘 특히 LCC 공급이 많이 늘었다. 김해의 경우 지난 2015년에서 지난해 말 사이 공급이 두 배가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여객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단기간의 타개책은 딱히 없다. 현재로선 (미래상황을) 알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노선 비중이 컸던 에어부산은 일본 수출규제 이후 한일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 에어부산 항공기. 출처=에어부산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영업익은 2014년 204억9100만원에서 2016년 358억5200만원까지 올랐다가 2017년 344억7200만원, 지난해에는 205억5400만원까지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2014년 8.7%, 2016년 8.1%, 2017년 6.1%, 2018년 3.2%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결국 올 2분기에는 219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12월 말 98.8%에서 올해 6월 말 362.5%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해 변경된 리스회계기준탓에 항공기 운용리스가 차입금으로 계상되면서 차입금 규모는 물론 부채비율까지 확대됐다. 영업수익성지표인 EBIT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188억원에서 같은 기간 164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이에 에어부산은 지난 23일 사모사채 1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는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부품(파츠) 등 구입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차입경영을 유지해온 에어부산이 사모채 발행에 나선만큼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은 수익성 제고에 나선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인천공항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대구공항 등 지방공항 노선을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이 9월 23일 공지한 ‘비운항 계획’에 따르면 대구발 노선 중 일부 비운항 조치되는 후쿠오카를 제외한 모든 국제선은 내년 3월 28일까지 전면 비운항 하거나 무기한 운항 중단한다.

인천공항에 진출하는 것도 이 같은 수익성 제고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영토 확장 등 노선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에어부산의 거점인 김해공항은 지난해 기준 공항 이용객 실적이 1706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공항 이용객 실적은 6826만명으로 4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시장 확대는 물론이고 신규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인천 취항 계기로 항공기 가동률 제고 및 고정 원가 분산 효과도 기대된다. 보통 김해공항에서는 하루에 9.9시간만 운행을 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경우 12.4시간 항공기를 가동할 수 있어 40% 이상 가동률에 차이가 난다. 회사는 3.2시간 가동률 향상으로 효율성 증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 취항하고 있는 노선 동시에 취항해서 고정비 분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신기재인 A321neo를 통해 국내 LCC가 진출하지 않은 자카르타, 델리 등 장거리에 진출할 경우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내륙 노선이 강한 에어부산이 수도권과 지방 노선 연결을 강화해 지역 수요 보완이나 지역 일주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 에어부산의 신규 기재(A321neo LR)로 운항 가능한 노선. 출처=에어부산

‘보이콧 재팬’ 등 업황부진은 여전히 숙제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나아지지 않고 있는 항공 업황이 가장 큰 문제다. 

한 사장은 “일본 여행객 격감은 이제 바닥을 쳤다는 생각”이라 밝히며 “영남권 경제 여건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어서 국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분기부터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황에 대한 타개책으론 현재 경비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적자노선을 대폭 줄인 건 손실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번 인천진출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감내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포부를 다졌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이 인천 출발 노선을 점차 확대할 계획인 만큼 향후 같은 아시아나항공이나 계열사 LCC인 에어서울과의 집안싸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들어가는 노선에는 타사도 진입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며 “경쟁논리로 보고 LCC가 새롭게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에어부산의 이번 인천 진출이 그간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상황에서 에어부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에어부산의 가치가 구주 매각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의 행보가 위기의 항공산업을 흔드는 ‘메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