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인구의 4분의 1인 2천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베트남 경제 중심지 호치민 시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지도는 이전의 조사에서 예상한 2050년까지 수몰될 땅의 지도이고, 오른쪽 지도는 새 연구에서 예상한 수몰 예상 지도.    출처= Nature Communication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이 2050년까지 세계의 해안 대도시 일부를 거의 집어삼킬 것으로 예상돼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저지의 과학 연구소 클라이미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이 29일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해수면 상승에 대한 새로운 위협을 경고했다. 연구 저자들은 지구 전역에 대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추정하는 표준 방법인 위성 판독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토지 고도 계산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전의 예상이 너무 낙관적이었음을 발견했다. 새 연구에 따르면, 현재 약 1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이 이번 세기 중반에 만조선(high-tide line) 보다 낮아 질 땅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남부 지방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지도는 이전의 조사에서 예상한 2050년까지 수몰될 땅의 지도이고, 오른쪽 지도는 이번 새 연구에서 예상한 수몰 예상 지도다.

베트남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2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범람할 땅에 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 중심지 호치민 시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번 전망에는 미래의 인구 증가나 해안 침식으로 육지가 잠식되는 것은 반영하지도 않았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클라이미트 센트럴의 벤자민 스트라우스 소장과 스캇 A. 컬프 연구원은, 인공위성 표준 고도 측정이 나무나 건물의 꼭대기와 실제 지반을 구분하도록 인공지능을 이용해 에러율을 파악하고 이를 교정했다고 말했다.

태국의 경우, 2050년까지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체의 10%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이전 조사 기법에서는 1%에 불과했다. 태국의 정치적 상업적 수도인 방콕은 특히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방콕 주민이자 유엔 재난위험감축국에서 근무하는 로레타 히버 지라르데트는, 기후변화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시에 압박을 가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더 많은 지역에 홍수가 일어나면 가난한 농부들이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 것이 뻔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 태국도 2050년까지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 이상울 차지한다. 태국의 정치적 상업적 수도인 방콕은 특히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Nature Communications
▲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 엔진 중 하나인 상하이와 그 주변 도시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다.   출처= Nature Communications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경제 엔진 중 하나인 상하이와 그 주변 도시들도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도시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로 그 지역들에 종말이 온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 지역에서 1억 1천만 명의 사람들이 만조선보다 낮은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이는 방조제나 다른 장벽 같은 보호 시설물 때문이다. 스트라우스 소장은 상하이와 주변 도시들은 그러한 방어 시설물에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며,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런 시설물에 대한 투자가 완벽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스트라우스 소장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한 남동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가 그런 시설물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해수면 보다 저지대에 위치한 도시 뉴올리언스를 거의 황폐화시켰던 사례를 들었다.

"그런 깊은 웅덩이에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새로운 예측에 따르면 인도의 금융 수도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Mumbai)도 상당 부분이 씻겨 나갈 위험에 처해 있다. 한 때 일련의 섬이었던 곳에 건설된 이 도시의 유서 깊은 중심부는 특히 취약하다.

이민과 개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하는 정부간 단체인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의 디나 이오네스코는 이번 새 연구가 각 국가들이 보다 많은 시민들을 수몰되지 않을 내륙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자명종을 울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규모의 인구 이동은 현대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문화 유산의 소멸도 안타까운 손실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330년경에 세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 밀려오는 물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또 세계 어딘 가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인구 이주가 지역 갈등을 촉발시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바스라(Basra)도 2050년까지 대부분 물속에 잠길 수도 있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 중부군 사령부 참모장을 지냈던 존 카스텔로 예비역 해병대 중장은, 그렇게 되면 그 영향이 이라크 국경 너머까지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워싱턴의 연구이익단체인 기후 및 안보 센터(Center for Climate and Security)의 자문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스텔로 장군은 "홍수로 인한 영토의 손실은 이 지역의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이것은 환경적인 문제 그 이상입니다. 이 문제는 인도주의적, 안보적, 어쩌면 군사적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