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네이버 기술 컨퍼런스에 깜짝 등장해 인공지능 등 ICT 기술 발전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일까. 

문 대통령이 네이버 컨퍼런스서 규제 완화 의지를 밝히는 한편 네이버랩스의 백덤블링 로봇인 미니치타의 재롱을 보며 활짝 웃던 날, 공교롭게도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전격 불구속 기소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규제를 풀어달라던 기업의 대표를 겨냥한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성명을 통해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면서 "전방위적 압박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말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은 1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고,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지지부진하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정부는 말로만 규제 개혁을 외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발이 묶여 우왕좌왕하는 사이 시장에는 외국 기업들이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차 매매 시장이다. 

2011년 정부는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입을 막는다는 취지로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신설한 바 있다. 대기업이 중기적합업종에 진입하는 순간 신규출점 및 가능지역 제한을 받는 것이 골자며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됐다. SK그룹이 지난해 11월 중고차매매 업체 SK엔카의 지분을 매각하며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기업이 시장에 나갔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원하던 바일 터. 그러나 상황은 180도 다르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않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매매업이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된 후 수입차 업체 6곳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이 무려 4배 이상 늘었다는 데이터도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대의 전략과 과제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강력한 과세 정책을 펴는 한편 판매 품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사이, 한국법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모빌리티 시장도 동일한 현상이 벌어질 조짐이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택시와 반드시 협력해야 정상적인 플랫폼 택시를 가동할 수 있다'는 로드맵이 정립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다양성 부재를 염려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법에 다소 자유로운 외국계 모빌리티 업체가 등장해 '택시 외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통해 국내 기업을 질식시키고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해 새로운 경제 체질 변화를 꾀하는 중"이라는 비야냥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성립되지 않는다. 제임스 김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인가'라는 제목의 좌담회에 참석해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기회가 넘치지만 특유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존재한다"면서 "글로벌 기업이 맞추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이정도 되면 정부가 단순히 '규제 중독'에 빠져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 아니면 기업에 대한 규제가 ‘놀이’처럼 재미있어서 별 생각없이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