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경제는 주기적 둔화와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회복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출처= Indian Ex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도의 성장 신화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 그것은 확실히 근근이 연명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지난 분기(7~9월) 인도 경제성장률은 5%에 그쳤고 이로 인해 올 한 해 전체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인도의 회계연도는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전망치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인도의 2019-20년 성장 전망치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5.2%로 예상했다.

현재 인도 정부와 재계에서 나타나는 암울한 분위기를 이 이상 더 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불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7%나 심지어 8%의 성장은 인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글로벌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 한 GDP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날 인도 경제 상황에서 7%는 거의 달성 불가능한 고지가 되었다.

인도 뉴델리에 있는 의류도매시장에서 아동복을 만들어 파는 사힐 낭그루는 최근에 봉제공장 4곳 중 2곳의 문을 닫았고 25명을 해고했다. 지난 3, 4개월 동안 일감도 거의 끊겼다. 6개월 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재집권 때의 환호성은 온데간데없고 인도 경제의 우울한 분위기만 시장을 감싸고 있다. 임차료 낼 돈이 없어 가게마다 한집 건너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

실업률은 45년 만에 최고치인 8.4%까지 치솟으며 수 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종업원 2~7명을 둔 소기업의 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인들이 일상적으로 차를 마실 때 흔히 곁들여 먹는 쿠키 판매량이 8%가량 줄어들자 제과업체는 수 천명에게 해고 통지를 보냈다. 인도 타밀의 의류산업 중심지 티르푸르에서 남성 언더웨어 판매는 50%나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인도 시중은행의 악성 채권은 무려 2천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6개월 동안 기업대출은 88% 급락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다섯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지만 기업들은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인도 경제는 주기적 둔화와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회복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당면한 우려는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인도의 가계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는 “수 년 동안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시골 가난한 사람들의 손에 돈이 돌아가게 하라"고 지적했다.

수요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고액권 사용을 금지시킨 화폐 개혁, 간접세 개정, 그리고 이른 바 그림자 금융의 붕괴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 수요를 촉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최우선 성장 모델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도는 소비 수요 촉진보다는, 민간 투자를 더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어야 했다.

▲ 인도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공공부문의 규모와 비효율성이다.     출처= Tribuneindia

인도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공공부문의 규모와 비효율성이다. 국영기업은 가계금융저축의 대부분을 독차지하면서도 그 자금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배치한다. 인도 은행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부 소유 은행들은 정치인들의 주문 때문에 끊임없이 자본을 잘못 배분한다.

통신과 항공 부문과 같은 일부 공기업들은 거액은 손실을 발생하면서 수 년 동안 연방 예산의 지원을 받으며, 이 부문의 민간 업자들이 살아남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석유와 보험 부문의 공기업들은 각종 법령에 의해 보호되고, 생산적인 투자 대신 소비자의 현금을 정부 예산으로 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투자와 성장을 되살리기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기업을 해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디 정부는 오히려 국영 기업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규제와 행정상의 불확실성을 걱정할 때, 외국 자본이 인도로 몰려들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올해 초, 인도 전자 상거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인도가 국내 플레이어를 보호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주, 과도한 전파 사용료 때문에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는 두 거대 통신 사업체가 인도 대법원으로부터 정부에 130억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적어도 두 회사 중 하나는 파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신호는, 6년 간 안이한 입장을 취했던 정부가 마침내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업에 대한 세율을 인하했고 추가적인 세제개혁이 뒤따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성장을 가로막는 국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중요한 계획을 세울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인도의 지도자는 정책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할 충분한 권력을 갖지 못했다. 이제 인도는 경제가 필요로 하는 정책은 없고 정치적 영향력만 가진 지도자가 있다. 그것은 과연 공정한 교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