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 유통업계의 부정할 수 없는 대세는 단연 전자상거래(이커머스)다. 2014년 약 36조원을 기록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5년 만인 2018년 약 3배에 가까운 113조원까지 성장한다. 2014년 당시에 나온 거의 모든 예측을 넘어선 성장세다. 이런 업계라면 수많은 신규 사업자들이 진출해 많은 돈을 벌고 있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년 이듬해가 걱정되는 업체, 성장을 멈춘 업체 그리고 끊임없이 매각설이 돌고 있는 업체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계속한다. 그야말로 조용한 아비규환이다.

▲ 글로벌 산업분석업체 이마케터의 2013년~2018년 한국 이커머스 규모 추이 분석과 예상. 이마케터가 예상한 2018년 한국 이커머스의 규모는 470억달러(약 54조원)였다. 출처= 이마케터

매년 제기되는 ‘쿠팡 위기론’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명실상부한 업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다. 일반 기업의 실적 계산법으로는 매년 생존이 의문인 기업이지만,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방법으로 지난 몇 년을 살아남았다. 최근 3년 쿠팡의 누적 영업 손실을 계산하면 거의 3조원에 이른다. 이커머스 기업들 중 유일하게 직접 물류 시스템을 운영함으로 발생하는 인프라 유지비용과 여기에 수반하는 막대한 인건비, 가격 할인으로 발생하는 비용들은 영업 손실로 계속 계산되고 있다.

벌어들이는 수익과 지출되는 비용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시차를 활용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생존 방식을 고려하더라도 쿠팡의 손실로 기록되는 단위는 이 방법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버릭 캐피탈, 세콰이어 캐피탈, 블랙록, 소프트뱅크 그리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굵직한 글로벌 투자주체들에게 투자받은 36억5000만달러(약 4조2511억원)은 매년 의문에 부쳐지는 쿠팡의 생명을 연장해왔다.

▲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왼쪽)과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출처= 쿠팡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20억달러(약 2조3294억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한번 정도 더 진행되지 않는다면, 쿠팡의 생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쿠팡은 전 연준 이사 등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1년 김범석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언급했던 나스닥 상장을 염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없으면 곧 재정적으로 위험에 처할 쿠팡의 상황을 감안하면 어떤 면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응이다. 정리하면, 쿠팡은 다른 주체에 매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정한다면 대규모 추가 투자를 받거나 상장사(나스닥)로써 투자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 존폐의 위기를 걱정할 수도 있다.     

‘잘 나갔던’ 오픈마켓들 
      
이커머스 초기부터 2010년대까지 국내 업계를 이끌었던 주역들인 이베이코리아 계열(G마켓,옥션,G9)과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들도 쿠팡 등 후발 주자들의 성장에 업계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물론 재고 비용을 직접 떠안는 직매입 판매 보다는 판매 중개를 주력 비즈니스로 하는 업체들이기에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지는 않지만 치열해 지는 경쟁으로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801억원에서 2016년 669억원, 2017년 623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48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러한 수익성 약화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측은 “경기도 동탄의 물류센터 가동과 커머스 기술인력 확충 등으로 인한 비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1위’ 업체임을 늘 자신 있게 강조해 온 이베이코리아의 업계 내 영향력은 분명하게 이전과 달라졌다.
       
11번가의 경우 2016년 SK플래닛에 합병된 직후에 약 2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부진으로 인해 11번가는 한동안 이커머스 확장을 도모하고 있던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모기업인 SK는 끝내 11번가의 운영을 선택했다. 지난해 SK는 11번가를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시키면서 IT기술 전문가인 신임 이상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후 11번가는 매출규모를 줄여서라도 온전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운영의 갈피를 잡았고, 올해 1분기(43억원)와 2분기(4억원)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우리는 건재하다?” 위메프 vs 티몬

국내 이커머스 성장의 계기를 만든 두 업체는 이제 업계에서 상황이 가장 어려운 두 업체로 손에 꼽히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매년 누적되는 영업손실이다. 티몬은 2015년 1419억원, 2016년 1581억원, 2017년 1153억원 2018년 12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는 1424억원, 636억원, 417억원,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치로 단순 비교를 하자면, 상황이 조금 더 어려워 보이는 곳은 티몬이다. 쿠팡과 같은 업계 내 절대적 입지가 없는 두 업체는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투자를 받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업체는 11번가 인수에 실패한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 대상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업체는 업계에 돌고 있는 매각설을 애써 부인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준다. 위메프는 지난 9월 넥슨코리아로부터 모기업인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티몬은 지난 25일 1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두 업체의 어려운 재정 상태를 극적으로 회복시킬 정도는 아니기에 업계에서 두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 이커머스 업계에서 '거래액 증가의 마법사'로 볼린 티몬 이진원 대표이사. 출처= 티몬

특히 티몬은 ‘롯데 인수설’이 업계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정황상으로 해석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티몬의 현 대표인 이진원 대표이사는 쿠팡, 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등을 거친 현업 전문가로 업계에서는 ‘단기 거래액 증가의 마법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파격적 특가 딜의 구성으로 단기간에 거래액을 늘리는 비즈니스의 전문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메프의 ‘타임특가’다. 티몬이 이진원 대표이사를 영입한 것은 단기적으로 거래액을 증가시켜 추후에 진행될 수도 있는 매각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황상의 해석이다. 

100조원 이상의 큰 시장규모,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추가 성장이 확실한 한국 이커머스 업계는 확실하게 시장을 이끌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는 ‘전쟁터’가 됐다. 심지어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한 곳 이상의 업체가 끝내 망하거나 혹은 어딘가에 인수되거나 하는 등의 시장 정리가 곧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아비규환에 가까운 이커머스 경쟁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주체는 어떤 업체가 될 것인가에, 어떤 업체가 약육강식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