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상반기에 이어 3분기도 실적을 선방하면서 사업다각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최근 실적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비용절감과 더불어 자동차금융‧해외진출사업 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카드사들의 신사업이 본업을 꿰차고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등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도 실적선방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111억원으로 전년 동기 3955억원 대비 3.9%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누적 순익 역시 2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2455억원 보다 2.2%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업계는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간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순이익 악화 전망이 즐비했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05%에서 1.4%로 인하됐으며, 10억~30억원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줄어들었다.

▲ 신한카드 실적 추이. 출처=신한금융지주 IR

특히 올 하반기에는 수수료 인하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 순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었다. 올 하반기 평균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던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된 영세·중소가맹점에게 우대 수수료율 적용, 그 수수료 차액을 환급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카드 수수료 환급금액은 7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 때에도 카드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두웠다. 하지만 당시에도 업계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전망을 비껴갔다. 지난 상반기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전업카드사 8곳의 순이익은 9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9668억원 대비 2.7% 감소하는데 그쳤다.

◇ 자동차금융 사업 확대

카드사들의 연이은 실적 선방은 사업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 신한카드는 할부금융, 리스, 렌탈 등 자동차금융 사업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신한카드의 올 상반기 자동차금융 자산 규모는 약 4조8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8700억원 대비 24% 증가했다. 그간 캐피타사들이 주도해왔던 자동차금융 시장은 연체율이 낮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카드의 올 3분기 할부금융 영업수익은 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늘었으며, 리스 영업수익 역시 1353억원으로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맹점수수료수익은 1609억원에서 1569억원으로 2.4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익이 2조9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다.

▲ 신한카드 가맹점수수료수익 및 가맹점수수료율. 출처=신한금융지주 IR

◇ 해외사업 진출에 박차

카드사들은 해외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캄보디아에 설립한 첫 해외 자회사인 ‘KB대한특수은행’의 자동차할부금융‧부동산담보대출 등을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올 상반기 기준 9만6000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 7월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를 출범했다. SVFC가 보유한 비은행금융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소비재, 자동차 할부금융 등 리테일 소매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카드도 지난 28일 베트남의 소비자금융 기업인 ‘FCCOM’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FCCOM은 베트남의 중견 은행인 ‘MSB’의 자회사로 개인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새로운 합작 법인은 내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으로, 자동차금융‧기업금융 등 사업 분야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카드업 경계 애매모호

카드사들의 사업다각화는 대형사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할부금융 등의 다른 사업을 하지 않고 카드 본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하나카드의 경우 이번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나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4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7.8% 감소했다.

여러 카드사들이 본업 이외에 부수적인 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카드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마른수건 짜내듯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 등 본업으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엔 카드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으며, 중소형 카드사들의 경우 존립이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