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뷰티 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콘택트렌즈’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안경점이나 렌즈샵에서만 판매되던 컬러 렌즈가 이제는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에 안경업계와 뷰티업계는 전문가를 통해 구매해야하는 제품이 화장품 매장에서 판매되면 기능성과 안전성이 결여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콘택트렌즈 시장에는 1세대 로드샵 브랜드 ‘토니모리’가 제일 먼저 도전장을 던졌다. 토니모리는 자사 컬러렌즈 브랜드 ‘토니아이(TONY I)’를 론칭한다고 29일 밝혔다. 자사 컬러렌즈 브랜드 ‘토니아이’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토탈 뷰티 브랜드로 글로벌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토니모리는 PB 렌즈 상품 토니아이를 론칭했다고 29일 밝혔다. 출처=토니모리

토니모리는 국내 최대 콘택트렌즈사 중 하나인 ‘지앤지콘택트렌즈 (G&G contact lens)’와 함께 토니아이의 주요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유통망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우선 렌즈 판매사인 ‘렌즈타운’과의 제휴를 통해 전국 렌즈타운 80개 매장에서 11월 중순부터 판매를 전개하고, 추후 토니모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토니아이를 론칭할 예정”이라면서 “토니아이를 통해 코스메틱에 렌즈를 접목시킨 토탈 뷰티 룩을 제안함으로써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토탈 뷰티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토니모리의 렌즈사업 진출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화장의 완성은 렌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컬러렌즈는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들에게 주요 품목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는 항목이다. 자사의 아이 관련 화장품과 렌즈로 마케팅을 이어가면 시너지 효과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눈화장과 렌즈의 연관성은 굉장히 밀접하고, 함께 제품 기획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들은 SNS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렌즈에 관심이 많고 동시에 눈 화장에 관한 질문이나 댓글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다만 토니모리가 기존 매장에서 렌즈를 판매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콘택트렌즈가 의료기기로 취급되기 때문에 안과의사나 안경전문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온라인으로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가시험에 합격한 안경사가 아니면 안경을 조제와 렌즈 판매는 물론이고 판매업소를 개설할 수도 없다. 안경사는 정부 승인을 받은 안경업소가 아니면 안경을 판매할 수도 없다.

▲ 방탄소년단 렌즈 제품. 출처=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도 최근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공식 렌즈를 단독 판매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렌즈 공급업체인 메타포 SC와 함께 행사를 기획했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의 공식 굿즈가 인터넷에서 판매가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콘택트렌즈만 팝업스토어 식으로 운영된 점을 보면 같은 맥락인 셈이다. 그 당시 판매된 방탄소년단 Boy with love’ 렌즈도 전문 안경사가 매장에 상주했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안경사만 상주한다고 해서 판매가 가능하진 않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전문장비와 함께 사업자 등록도 안경원으로 등록해야한다. 콘택트렌즈는 안경업소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방탄소년단 렌즈 구매시 증정 사은품, 출처=롯데백화점

이러한 까다로운 의료기기 법 기준을 충족하면서 토니모리가 렌즈사업에 크게 투자할지도 의문이다. 최근 토니모리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모리는 2016년 매출 2331억원, 영업이익 176억 원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세였다. 매출은 지난해 1810억원까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17년 1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역시 5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바 있다. 렌즈타운에 먼저 입점을 한 뒤 추후 상황을 보고 오프라인 매장 진출이 예정되어있긴 하지만 각 매장마다 안경사를 고용하고, 전문 장비도 갖추기는 사실적으로 힘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토니모리 관계자는 “이제 막 론칭한 렌즈 사업으로 예정된 사업은 렌즈타운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고, 이후에 전체 매장은 어렵겠지만 일부 매장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오프라인 판매 사업 관련해서는 전문 안경사를 고용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안경원 등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면 진행할 예정으로, 우선은 렌즈타운에서 판매하는 상황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경업계에서도 화장품 기업의 진출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오프라인 로드샵 매장 수는 일반 안경점과 렌즈샵에 비해 그 수가 월등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품 세일기간과 겹치면 소비자의 접근성은 더욱 올라가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눈 건강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안경점 체인 관계자는 “토니모리가 어떠한 방향으로 렌즈사업에 진출한지 잘 모르겠지만, 오프라인 진출 시 당장의 경쟁사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렌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미용과 간편성을 택하거나 전문성을 선택하는 소비자로 갈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는 렌즈가 온라인 구매도 불가능하고 해외직구도 염려하는 상황 속 뷰티 매장에서 렌즈 판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지는 미지수다”고 덧붙였다. 

동종업계의 반응도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뷰티 업계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영역이 확대되어 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기업에서 책임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경우에는 리스키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 우려된다”면서 “제품에 대한 추천, 판매, 사후관리까지 철저하게 관리가 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