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주들은 페이스북, 텔레비전, 옥외광고판 같은 플랫폼을 통해 무차별 광고를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광고를 피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출처= Appentiv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광고회사들은 모두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객 계약이 넘치는 광고제작자들에 의해 좌우되었고, 때로는 문화적 어젠다로 대중을 사로잡는 캠페인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방정식이 대부분 바뀌었다. 광고회사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소비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 특히 광고주들에게 소중한 부유한 젊은이들은 광고를 너무 싫어해 광고를 피하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하고 있다. 동시에 광고회사를 고용하는 광고주들은 광고회사가 만드는 마케팅 캠페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서치회사 포레스터(Forrester)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광고업계가 생존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광고회사들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방식을 과감히 해체해야 하고, 광고가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주도한 제이 패티솔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에게 다가가기가 더 어렵고, 마케팅 비용도 증가하고 있으며, 채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광고란 일 년에 서너 번 광고 캠페인을 만들어 몇 개의 네트워크와 인쇄물을 통해 운영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닙니다."

광고주들은 텔레비전, 옥외광고판 같은 기존 공간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SNS, 게임 동영상 방송 플랫폼 같은 새로운 공간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광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광고 차단기를 설치하거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며 광고를 피하려고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잡지 그룹 허스트 매거진(Hearst Magazines)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지낸 조안나 콜스는 지난 달 뉴욕에서 열린 광고 주간 컨퍼런스(Advertising Week Conference)에서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하게 된 건 전적으로 광고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주 중 한 명인 프록터앤갬블(P&G)의 최고브랜드책임자(CBO) 마크 프리처드도 “광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저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고 바보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광고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은 광고를 내보냈지만 결국에는 더 많은 잡음(noise)만 만들어 냈을 뿐이었습니다."

대형 광고회사인 WPP의 미디어 담당 ‘그룹M’(GroupM)이 28일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노출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고 넷플릭스가 프리미엄 가입자들에게 광고 없는 옵션을 제공하면서 광고업계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보고서는 "광고주들에게 위험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표현했다.

"고객들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습관이 변하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주목했던 매체를 통한 광고 노출(commercial impressions)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들의 시청 습관 변화가 전체적 확산의 전조라고 본다면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보도록 가산점을 주거나 보상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광고주들이 "데이터 기반의 기술적 접근 방식과 플랫폼을 창조적인 프로세스와 도구로 통합시켜야 한다"고 프레스터 보고서는 지적했다.

여기에는 자동화와 머신러닝 기술이 관련되는데, 포레스트는 2030년까지 광고회사 일자리의 80%가 그런 기술과 관련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시 최대 광고주이자 미국 4대 은행의 하나인 JP 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는 지난 7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마케팅 카피를 만드는 광고기술회사 퍼사도(Persado)와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광고회사 바바리안(Barbarian)의 스티븐 모이 대표는 광고주들의 예산이 긴축되고 성과 지표가 더욱 엄격해지면서 다년 계약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백만 달러짜리 5년 프로젝트들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광고주들은 '6개월 안에 원하는 효과를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WARC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경기 약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전세계 광고 지출은 2018년에 비해 올해와 내년에 더디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WARC는 또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TV등 기존 매체보다 많은 광고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광고업체들은 딜로이트(Deloitte)나 엑센츄어(Accenture) 같은 컨설팅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유니레버 같은 광고주들은 대행사를 통하던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광고 작업을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에 전미 광고주협회 회원사 중 78%가 사내 광고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08년 42%, 2013년 58%에 비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