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훈 부장검사)가 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전격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28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CT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날이다. 이재웅 대표는 자기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선명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통해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또 한 번 격랑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현안은 어떻게 출렁였는지 냉정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해졌다. <이코노믹리뷰가> 기록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흐름을 담은 비망록을 꺼내볼 차례다.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①] 우버가 쏘아올리고, 콜버스와 헤이딜러가 연 전쟁의 서막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②] 풀러스의 선제공습, 그리고 카카오 모빌리티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③] 쏘카 VCNC, 그리고 탄압의 역사

▲ 풀러스 기자회견이 열린다.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 분사, 그리고 카풀
2017년 6월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부문을 분사해 정주환 대표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가능성을 타진하던 상황에서 2017년 5월 재팬택시와의 협력이 이뤄진 직후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정식 출범은 2017년 8월 1일 이뤄졌다. 글로벌 대체 투자자 TPG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아 실탄을 두둑히 장전한 상태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포부도 나왔다.

2017년 10월 16일에는 리브랜딩도 이뤄졌다. 카카오T가 등장했다. 택시의 T 가 모든 이동 수단을 뜻하는 ‘Transportaion’으로 개념을 확장했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를 카카오T로 바꿨다는 뜻이다. 나아가 연령, 직업,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이 매일 경험하고 있는 ‘이동’ 영역에서의 고민과 불편을 덜어줌으로써, 시간적 여유와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 생활 속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정주환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카카오T를 통해 이동,교통 영역에서의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며 “새로 선보일 주차를 비롯한 모든 이동 관련 서비스들을 카카오T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우버와 택시업계의 분쟁을 통해 새로운 학습을 마친 상태였다. 택시업계와 충돌하는 모델이 아닌, 택시업계와 함께 나아가는 방향성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나오기는 했다. 특히 카카오 드라이버를 둘러싸고 대리운전업계와 진통을 겪었으나,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넘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사업을 가동하며 "기존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프레임을 세웠고, 이는 앞으로 보여줄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보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여기서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풀러스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분사하기 전인 2016년 5월 9일 처음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기적으로는 콜버스와 헤이딜러를 둘러싼 논란이 출렁이던 때와 겹친다.

풀러스는 2016년 7월 11일부터 본격적인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다. 쏘카 창업주로 잘 알려진 김지만 대표가 풀러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그는 "생활의 어려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풀러스 창업의 시작이었다”며 “92%의 차량이 주차장에 있고, 나홀로 차량이 86%에 달하는 상황에서 카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자는 것이 풀러스의 목표”라고 전했다.

다만 외연 확장이 문제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규정으로 되어있다. 

즉 카풀의 운행시간은 출퇴근만 가능하기 때문에 풀러스가 과연 영역 확장을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나아가 택시업계가 이를 빌미로 강력한 압박에 나설 수 있는 여지도 제기됐다. 다만 2016년 7월 11일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러한 우려가 나오자 김 대표는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풀러스가 이후 본격 운행을 가동한 가운데, 택시업계의 가벼운 '잽'이 들어왔다. 2016년 12월 22일 택시업계가 풀러스를 두고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풀러스는 이를 원만하게 넘긴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12월 23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풀러스를 비롯한 카풀앱에 대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위법으로 유권해석을 한 바 없다고 밝히자, 풀러스는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는 당당한 메시지를 발표한다.

풀러스는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은 제각각 다르지만 최대한 법률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풀러스의 이용 가능 시간은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오전 11시까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며 "함께 만드는 풀러스 캠페인 등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듯 했다. 풀러스는 일부 불안한 행보를 보이기는 했으나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을 했고, 택시업계도 '잽'만 날리는 선에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단은 2017년 6월 22일. 한 장의 보도자료에서 시작됐다. 풀러스는 2017년 3월 설립한 ‘풀러스 교통문화연구소’의 첫 프로젝트로 출퇴근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했다. 연구소는 조사회사 한국갤럽과 함께 2017년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만 19세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 1151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과  장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자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2.5%는 통상의 출퇴근 패턴인 ‘주 5일, 하루 8시간’에서 벗어난 비정형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주말에도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풀러스가 발표한 유연근무제 당위성 자료. 출처=풀러스

경제활동 인구의 약 절반(47.4%)은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이 아닌 시간대에 통근하고 있고  그 시간대도 24시간에 걸쳐 폭넓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출퇴근 시간대에 출퇴근을 하는 경제활동 인구는 52.6%에 그쳤다.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풀러스의 자료는 단순히 현재 직장인의 출퇴근 패턴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여객운수법의 조항을 확대해석해 자사 서비스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풀러스의 주장대로 현대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유연하다면, 당연히 법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운행하도록 된 카풀의 운행시간도 유연해진다. 법 조항에 명확한 출퇴근 시간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풀러스가 외연 확장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순간이다.

택시업계는 즉각 강공모드로 나섰다. 당장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기위해 김수민 의원실이 2017년 11월 20일 토론회를 마련하자, 택시기사들이 집단으로 난입해 토론회를 파행시켰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2017년 12월 21일과 22일 여는 '규제 제도혁신 해커톤'을 통해 관련 논의를 시도하자 이 역시 택시업계는 불참을 선언했다. 국토부, 서울시 토론회도 모두 보이콧한 상태에서 '묻지마 강경투쟁'에 나선 셈이다.

논란은 2018년 2월까지 계속됐다. 결국 택시 4단체는 2018년 2월 22일 "풀러스와 럭시 등은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사업체로 불법 자가용 유사운송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현행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자가용의 유상운송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여객운송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 여객운수법. 출처=갈무리

카카오 모빌리티의 럭시 인수...'파행'
풀러스를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움직인다. 2018년 2월 14일 풀러스의 경쟁사인 럭시를 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바다 당시 럭시 대표는 당시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카풀앱 불법 논란이 번지며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경쟁사와 달리 최대한 현행법의 틀 안에서 움직이려 노력했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성장하려고 했으나 카풀앱을 불법으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투자자들도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풀러스의 과격한 행보, 즉 무리한 24시간 운행 시도의 유탄이다. 최 대표는 럭시가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 별도로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풀러스가 럭시와 상의를 하고 24시간 운행 가능성을 타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결국 카풀 스타트업의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카카오 모빌리티가 2월 럭시를 인수한 즈음 김지만 대표는 사실상 풀러스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제 전선은 자연스럽게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 럭시가 카카오에 인수됐다. 출처=럭시

다만 처음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를 인수했을 당시, 택시업계의 화력은 럭시 인수보다 카카오택시 유료화에 집중됐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유료화를 전제로 우선·즉시호출 서비스를 출시하며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같은 유관기관은 물론 택시업계와도 논의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유관기관은 발을 뺐고, 이 틈을 노려 택시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우버의 퇴출 후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그림을 그리던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뼈 아픈 충돌이다. 결국 이러한 부분 유료화 계획은 이전보다 훨씬 축소되어 버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택시업체와 이를 지원한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밀려 1000원의 호출료만 부과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1000원은 일반적인 콜택시 호출료와 동일하다.

▲ 정주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이후로는 본격적인 카풀 전쟁이 벌어진다. 택시업계는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돈을 내지 않는 카풀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가 돈을 받으며 카풀하는 것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2018년 3월 30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주최한 ‘승용차 24시간 카풀제 도입 문제점 및 택시정책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의 마음을 잡기위한 야당의 정책 토론회다. 국민의당과 서울시, 국토교통부 주관 토론회장에 난입하고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 참여 요청도 거부하던 택시업계가 오랜만에 공론의 장으로 나온 장면이기도 하다.

토론회 분위기는 시작전부터 달아올랐다. 청중의 대부분이 택시기사들인 가운데 카풀앱 서비스를 규탄하는 팻말을 서로 나눠주며 간헐적으로 자극적인 구호를 외쳤다. 주먹을 쥐고 단결투쟁가를 부르는 한편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 택시기사들이 투쟁가를 보르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김태황 전국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시발택시 시절부터 우리들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정부의 홀대다. 정부는 택시기사들을 종으로 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문제인 정부는 우리를 기득권, 보수꼴통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면서 “카카오와 럭시, 풀러스, 그린카, 쏘카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카풀을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라고 주장했다. 

청중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은 자유한국당이 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발언도 나왔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택시기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택시 4개 단체는 2018년 8월 21일 대표자 회의를 열어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한 비대위를 꾸렸다. 이들은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며 택시 생존권 사수를 위해 공동 투쟁한다”면서 “카풀 합법화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카풀 합법화 반대를 위한 공동 투쟁방향을 결정하며, 택시 4개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따라 공동대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에 오르는데, 이는 다음으로 벌어질 또 다른 논란의 시발점이 된다)

여기서 일반 카풀 사용자들로 구성된 '카풀러'가 나타난다. 이들은 질 낮은 택시 서비스의 대안으로 카풀을 주장하며 택시업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카풀러는 2018년 8월 25일 성명을 발표해 "택시업계가 국민들의 택시 수요를 모두 맞춰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 국민들 스스로가 택시의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방해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승차난으로 인한 고통은 뒷전으로 미루고,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길래 카풀러 단체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택시 업계가 엉터리 통계로 카풀 운전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모는 것도 모자라 억지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면서 "5만 카풀 운전자를 대표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충돌이 이어지던 가운데 2018년 10월 18일 택시업계는 서울 광화문에서 파업과 함께 대형 집회를 연다. 크고 작은 간헐적인 집회를 통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낸 적은 있으나, 당시 광화문 집회는 주최측 추산 6만명이 참석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 광화문 집회가 열린다. 사진=최진홍 기자

택시업계의 목소리는 "카카오를 박살내자"였다. 나아가 격한 언동도 나왔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면서 “금수저 국토교통부, 이낙연 국무총리, 쓰레기 국회의원, 김동연 부총리는 개**며, 이재웅 쏘카 대표도 마찬가지로 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일어난 현 정부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라면서 “우리는 적폐 가 아니다. 개밥그릇을 뺏어가지 말라”고 주장했다. 카풀에 반대하는 것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면서, 밥그릇을 뺏어가지 말아달라는 말은 묘하게 배치된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우리 택시업계는 쉬지않고 일했다”면서 “왜 택시요금은 오르지 않는가. 정부는 걸핏하면 면허를 정지시키고 시비를 건다.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계를 꾸리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민감혁신본부장인 이재웅 쏘카 대표를 두고 “선수가 심판이 되려고 한다”면서 비판하는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무혐의로 종결) “택시업계의 등에 칼을 꽂으려는 부도덕한 카카오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 준비와 전개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정오부터 광화문 광장에 집회인원들이 모인 가운데 일부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광장에서 식사를 하거나, 흡연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근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일대부터 KT 사옥까지 들어찬 종사자들도 지하철 인근에서 길거리 흡연을 하거나 자리를 깔았다. 근처를 지나던 서울시민 강지우(가명)씨는 “집회는 이해가 되는데, 주변에 너무 민폐가 심하다”면서 “최소한 금연구역만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으나, 새로운 카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시장 판도는 더욱 광범위해졌다. 풀러스는 서영우 대표 체제를 맞아 2.0 시대를 선언했고, 차차크리에이션도 나름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럭시의 마케팅 임원 출신인 박현 대표가 이끄는 위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의 어디고도 시동을 걸었다.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2018년 12월 17일 카풀 정식 서비스를 선언했다.(재미있는 장면은 SK텔레콤의 행보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신경전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SK텔레콤은 티맥택시를 2018년 11월 대대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멀어진 틈을 노려 자사 마케팅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 SKT의 티맵택시. 출처=SKT

당시의 충돌을 복기하면 흥미로운 장면이 여럿 보인다. 택시업계는 최초 카풀앱 반대를 외치며 교통질서 교란, 승객 안전 등 다소 공공적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승차거부 및 여성 승객 성희롱 등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이런 문제를 가진 택시업계가 무슨 공공적 가치를 논하는가'라는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꺼내든 카드가 생존권 보장이다. 교통질서 교란이나 승객 안전 등 공공적 프레임과 비교하면 다소 '폼'은 나지 않지만 헌법적 가치에 매달리면 방법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렇듯 카풀을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하며 다양한 2.0 서비스가 나오고, 2018년 12월 17일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던 순간. 2018년 12월 10일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다. 택시기사 최 모씨가 카카오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해 사망하기 때문이다.

▲ 서울 여의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택시업계는 2018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 대규모 집회를 연다. 택시업계는 현장에서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해 사망한 최모씨의 영정사진을 무대에 걸고 카카오 카풀을 막아내기 위한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거대기업 카카오를 규탄하라”는 구호와 함께 이재웅 쏘카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택시업계의 호소도 이어졌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카카오 카풀에 따른 택시업계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팻말도 나왔다.

택시업계는 여당 인사를 향해서는 날 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 한편 야당 인사에게는 환호를 보냈다. 실제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등장하자 택시업계의 야유가 상당했다. 전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택시기사들은 일제히 야유를 하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전 의원은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겠다”면서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흥분한 택시기사들은 연단 아래까지 몰려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물병이 날아드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줬다. 실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택시기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후 처음 찾는 현장이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카풀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정말 서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냐”라면서 “자유한국당과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풀 반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이미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려 한다”면서 “공유경제 빙자해서 카카오의 배를 불리는 것은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드시 카풀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택시기사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카풀 반대 입장을 일찌감치 밝힌 그는 택시기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경찰과 검찰은 즉시 카카오 카풀 운영진을 구속수사 해야 한다”면서 “약탈경제를 공유경제라는 허울로 택시업계를 속이는 카카오를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들어오며 지역 복덕방 다 망했다. 이건 공유경제가 아니다”면서 “카풀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 분신한 개인택시기사를 기리는 빈소. 사진=최진홍 기자

현장의 격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우리가 얼마나 죽고, 울어야 문재인 정부는 우리의 말을 들어줄 것인가”라면서 “이명박보다 더 못한 개**가 문재인”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 **도 끌어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 개**들아, 우리 다 죽이고 카풀해라”라고 소리지르며 “왜 정부는 카카오만 지원하느냐”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없다. 백악관에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집회를 두고 모빌리티 업계는 뼈 아픈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택시업계가 파업을 불사하며 집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오히려 자사 플랫폼 프로모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서울 여의도 집회가 열리던 날 최대 1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인다고 밝혔고 풀러스도 20일 하루 카풀에 탑승하는 고객에게 100% 무료 이벤트를 벌인다고 밝혔다. 택시업계가 파업을 하며 집회를 여니 고객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으나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왓다. 결국 거센 역풍에 휘말렸고 이들은 프로모션을 포기했다. 당시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택시기사들이 격앙된 상태에서 이들이 총파업과 집회가 예정된 대형 이벤트를 벌이는 모습을 보니 황당하다"면서 "택시업계를 놀리는 것 아닌가. 정말 너무하다"고 말했다.

▲ 서울 여의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분열, 데땅트, 그리고 다시 분열
택시기사의 죽음, 그리고 연이은 택시업계의 집회가 이어진 후 업계는 묘한 데땅트의 시대를 맞는다. 카풀 정국에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는 물론 택시회사와 기사의 요구조건이 모두 다르다는 말까지 나오며 택시업계 분열설이 고개를 들었다.

2019년 1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택시 서비스 고급화 및 택시 수익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하며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예정했던 카풀 서비스 본격 출시를 포기하는 선에서, 택시업계와 손을 잡기 시작한 첫 사례다. 2019년 1월 22일 정부 여당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식이 열리며 데땅트의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

▲ 정주환 대표와 택시업계가 만나는 장면. 출처=정주환 대표 페이스북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논란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정부 여당과 택시업계, 카카오 모빌리티가 참여한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2019년 3월 7일 카풀의 제한적 운행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으로 명시된 오전 7시에서 9시, 오후 6시에서 8시까지만 운행되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에는 운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플랫폼 택시의 상반기 출시를 비롯해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의 다양한 감차 방안을 추진하고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기구에 참여한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밀월'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를 지적하며 합의안이 발표되기 직전인 2019년 2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여당은 어렵게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한 택시업계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택시업계는 연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점만 부각하고 조금이라도 어려운 대목은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의 처우개선과 관련된 근본적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고, 카풀에 승용차를 배제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원하는 시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풀 합의안이 발표되자 후폭풍은 상당했다. 사회적 기구의 합의안 발표 직후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카풀은 택시의 보완재로 작동하며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시간에 운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합의문은 정해진 시간 외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시간을 카풀이 채울 여지를 없도록 만들었다”면서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을 허용한다며 시간을 정한 것은 일종의 기형적인 합의”라고 말했다.

풀러스와 위츠 모빌리티, 위모빌리티는 공동 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14일 “대타협 기구는 카카오에게 향후 모든 모빌리티 사업을 밀어주는 결정을 내리고도 마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타협을 이루어낸듯 명시하며, 합의의 성과를 미화하고 있다”면서 “카카오는 사업 규모와 수익화에 있어 카풀 서비스만을 하는 회사가 아니므로 대타협 기구가 이야기 하는 카풀업계의 합의 대리자로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풀러스의 경우 풀러스 제로까지 운행하며 기회를 엿보던 순간, 카풀의 제한적 허용은 받아들기이 어렵다는 정서가 강했다.

결국 카풀의 제한적 허용이 등장하며 모든 업계는 분열됐다. ICT 업계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풀 스타트업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택시업계도 회사와 기사, 개인과 법인의 의견이 갈렸다.

업계에서는 사회적 기구의 결과를 두고 택시와 카카오 모빌리티의 승리로 본다. 실제로 국토부의 안은 택시업계 입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숙원을 풀었다. 법인택시에서는 고질적인 사납금을 폐지하고 2021년 기사 월급제가 도입된다. 기본급 170만 원(주당 노동시간 40시간 기준)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공급 과잉 문제, 기사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택시 감차사업을 단행하며 만 75세 이상 초고령 개인택시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다룬 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 확대 보급, 면허 양수 조건도 완화된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보유한 상태에서 택시와의 협력으로 카풀을 버리며 발생하는 이득을 채웠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택시업계와의 협력으로 타고솔루션즈가 출범했고, 현재 카카오는 벤티 택시로 대표되는 다양한 실험에 시동을 걸었다. 커피전문점 용어 중 그란데보다 20온스 큰 제품으로 통칭되는 이탈리아어인 벤티(Venti)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설명이다. 밴이라는 차종의 직관성과 T를 결합한 단어다. '넓고 쾌적한 서비스'라는 뜻도 된다. .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근 법인택시 회사를 인수하는 한편, 다수의 회사와 연합했다.

카풀이 동력을 상실하고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와의 만남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정책인 플랫폼 택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모빌리티 혁명을 기존 제도권에 끌어들여 개념을 정립했다는 찬사가 나오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모빌리티 전쟁은 카풀에서 또 다른 전장으로 넘어간다. 주인공은 쏘카 VCNC의 타다 서비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