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보이콧 재팬으로 인한 일본 여객 수요 감소와 항공사간 경쟁 격화 등으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가 이번에는 보잉발 악재를 만났다. 올 들어 두 차례 추락 사고를 낸 737맥스 8 이전 모델인 737NG 계열에서도 균열이 발생한 것. 

항공업계 대다수 3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은 몸을 바짝 엎드리고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보잉발 악재 ‘또’… 항공사 손실 불가피

30일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보잉 737NG 계열(737-600, 700, 800, 900, 900ER 등) 항공기는 전용기를 제외할 경우 총 148대로 집계된다. 항공사별로 보면 제주항공이 46대로 가장 많고, 대한항공이 32대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티웨이항공 26대,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21대, 플라이강원 1대 순이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들을 상대로 결함이 발견된 미국 항공사 보잉의 737NG 기종의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모든 항공사의 해당 기종을 점검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논란은 미국에서 불거진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 결함 논란에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이달 초 보잉 737NG 계열 항공기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며 1900여대에 대한 긴급 점검에 돌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점검이 이뤄졌고 9대에서 같은 결함이 확인됐다. 

내구성에 이상이 발견된 부분은 날개와 동체를 잇는 구조물인 피클 포크다. 해당 구조물은 일종의 소모품으로 일정 기준 이상 비행이 이뤄지면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피클 포크의 내구성이 떨어져 기준에 미치지 않는 비행횟수에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737NG 피클포크의 교체 주기는 비행횟수 9만번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항공기 피클 포크에서 4만번 가량의 운항횟수에도 균열이 발견된 전례가 있다. 

이에따라 국토부는 비행횟수가 2만2600회 이상~3만회 미만 항공기는 추가 비행 1000회 이내, 2만2600회 미만 항공기는 2만2600회 이내까지 각각 점검을 받도록 한 상황이다. 

기체결함으로 전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된 737맥스 8 도입 지연에 737NG 계열 항공기의 운항차질까지 겹치는 경우 항공사들의 손실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문제 해결과 관련 최소 2주에서 3주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기종은 중국·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쓰이는 소형기여서 그간 LCC들이 많이 운영해왔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 LCC업체들의 3·4분기 영업익 컨센서스 추이 예상치. 출처=하이투자증권

줄악재에 항공업계 시름… 4분기도 어렵다

한일 갈등 여파로 일본 여객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터진 줄악재에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보이콧 재팬에 따른 일본 여행 수요가 줄면서 3분기 일본을 오간 항공 여객은 지난해보다 15%나 줄어들었다. 계절적 요인, LCC의 공급석 확대 등에 따라 3분기 항공이용객이 단일 분기별 실적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거둔 저조한 실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공사들은 앞다퉈 동계시즌 국제항공편에서 일본운항 노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인가한 올해 동계시즌(10월 마지막 주 일요일~3월 마지막 주 일요일의 전날) 일정표를 보면 일본노선은 주 939회로 18.9%에 그쳤다. 중국(1260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노선이지만 작년 동계시즌과 비교하면 주 301회(24.3%)나 줄었다. 

3분기 실적부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4분기 실적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4분기는 항공업계 전통적인 비수기다. 아울러 일본의 대체지인 중국과 동남아 노선에서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물론이고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대부분의 LCC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휴가와 명절 등이 겹쳐 3분기가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격적인 실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150억원에 달한다. 지난 2분기(274억원)에 이어 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도 올 3분기 13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발표한 신영증권 보고서도 티웨이항공의 3분기 영업손실을 134억원으로 예상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확실히 어려울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내년의 경우 신규 항공기 도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 LCC3사(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의 공급이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