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훈 부장검사)가 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전격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28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CT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날이다. 이재웅 대표는 자기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선명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통해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또 한 번 격랑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현안은 어떻게 출렁였는지 냉정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해졌다. <이코노믹리뷰가> 기록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흐름을 담은 비망록을 꺼내볼 차례다.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①] 우버가 쏘아올리고, 콜버스와 헤이딜러가 연 전쟁의 서막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②] 풀러스의 선제공습, 그리고 카카오 모빌리티
[위기의 韓 모빌리티 비망록③] 쏘카 VCNC, 그리고 탄압의 역사

2013년 그 날
2013년 8월. 우버는 주력인 우버엑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는 환호했다. 택시 서비스의 낮은 서비스에 질려있던 승객들은 우버의 신선한 실험에 매료됐으며 이내 우버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우버가 인기를 얻자 기존 택시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버의 서비스가 불법이며, 승객의 안전을 위해 검증된 기사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압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시도 압박기조에 힘을 더했다. 2014년 5월 우버의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우버를 통해 유료 서비스를 한 차량대여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우버는 멈추지 않았다. 2014년 10월 23일 우버는 서울택시와 제휴를 맺고 우버엑스에 이어 우버블랙, 나아가 서울택시와의 협력을 통한 영토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택시업계와 우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던 시기, 결국 택시업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등 서울지역 택시 4단체는 2014년 11월 18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여 서울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택시업계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버가 적극적으로 영업을 전개해 합법적 택시 영역을 침해하고 택시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우버는 승부수를 던진다. 2014년 11월 29일 시범운영을 종료하는 한편 2014년 12월 1일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면전이 시작됐다. 서울시의회는 2014년 12월 19일 제257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행위 신고포상금 지급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자가용 또는 대여사업용 차량(렌터카)을 활용해 불법 유상운송을 한 행위를 신고할 경우 서울시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사실상 우버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우버는 버텼다. 서울시의회 조례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2014년 12월 18일 성명을 통해 "우려스럽다"면서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한미 FTA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4년 12월 22일 우버는 박원순 시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우버는 불분명한 법적 테두리에서 운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택시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택시조합들이 우버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후로는 고발과 고소, 그리고 방어전이 이어졌다. 서울시조례에 의거해 우버의 영업을 고발해 포상금을 얻으려는 '우파라치'들이 횡행했으나, 우버는 영업을 이어가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그러자 택시업계는 더욱 조직적인 대응으로 응수했다. 2015년 2월 4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앞에서 택시조합은 시위를 열어“우버, 지겹지도 않냐? 한국은 틀렸다. 더 이상 용쓰지 말고 한국을 떠나라"와 "불법유상 운송행위 일삼는 우버는 영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논란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결국 '우버의 모험'은 여기서 끝났다. 우버는 2015년 3월 6일 성명을 통해 우버엑스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렌터카로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옵션인 우버블랙만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이어 우버 관계자들은 줄줄이 경찰서로 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2015년 3월 17일 우버 코리아에 대해 불법 유사운송영업행위를 한 혐의로 우버 코리아 지사장 강모씨 등 36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운전자 27명 및 총괄팀장도 포함됐다. 우버 코리아가 운전자들에게 제공한 단말기 432점도 압수됐다.

택시업계는 환호했다. "우리의 승리다" "우리가 글로벌 기업 우버를 몰아냈다" 

이러한 승리의 경험, 승리의 DNA는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폭풍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 우버택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콜버스, 그리고 헤이딜러
택시업계의 방어전 성공으로 우버가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퇴출되어 명맥만 유지하던 상황에서, 새로운 논란이 벌어졌다. 바로 2015년 겨울에 벌어진 콜버스 분쟁이다.

콜버스는 박병종 대표가 설립한 획기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았다. 심야시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객에게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가 오고, 또 최종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는 방식이다. 수요응답형 O2O 교통 서비스로 정의된다. 쉽게 말하자면 시민들이 전세버스를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개 서비스인 셈이다. 

콜버스의 장점은 대중교통이 끊기는 심야시간, 그리고 버스라는 키워드로 축약된다. 택시 승차거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버스로 운송하면 어떨까?’라는 화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 대비 저렴한 요금제가 강점으로 부각됐다.

택시 대비 저렴한 요금제에, 승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택시 수요를 일부 흡수한다는 점에서 택시업계가 가만이 있을 리 없다. 택시업계는 콜버스를 겨냥해 민원 폭탄을 넣는 한편 강력한 압박을 이어갔다. 국토교통부에 콜버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기고 있는지 판단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내며 압박의 수위를 올렸다.

콜버스의 박 대표는 반발했다. 그는 당시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콜버스가 전세버스 업체와 임대계약을 맺고 임대차량으로 여객운송 사업을 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직방이나 P2P 대출 중개 플랫폼 펀딩과 유사하게 전세버스 업체와 승객들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중개하고 계약업무를 대리한다”고 밝혔다. 즉, 운송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 콜버스가 보인다. 출처=콜버스

콜버스의 떳떳한 행보가 시작됐으나, 택시업계는 무조건 강공모드로 일관했다. 국토교통부가 나서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양측의 의견조율을 시도했으나 택시업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12월 1일 택시업계는 국토부의 온건 모드에 반발하는 한편 조선일보 1면에 콜버스 반대 광고까지 실었다. 

콜버스는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불법 프레임을 반박하는 한편 2016년 2월 정식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으나, 결국 서울시까지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자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콜버스를 반대한 택시기사들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콜버스는 전혀 다른 플랫폼 비즈니스를 택했다.

콜버스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 헤이딜러 논란도 벌어졌다.

헤이딜러는 모바일 중고차 중개를 주선하는 플랫폼 사업자며, 자동차를 팔고자 하는 사람이 사진과 연식 등을 입력하면 전국의 자동차 딜러들이 경매 방식으로 이를 매입하게 만드는 구조다.

리스크는 국회에서 시작됐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2015년 11월 자동차관리법을 대표발의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온라인 자동차 경매 업체도 오프라인 경매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며 이는 모바일 플랫폼인 헤이딜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실상 헤이딜러 퇴출 법안으로 해석됐다. 중고차 업계의 헤이딜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김성태 의원실을 움직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2016년 1월 25일 김성태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가 25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제발표에 나선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으며, 상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규제를 완화하고, 중고차 경매의 범위를 명확히 정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온라인 업체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시장의 신뢰성과 소비자 피해를 막아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다. 헤이딜러와 같은 스타트업은 키우고, 오프라인 기업은 상생의 길을 찾도록 만든다는 상황판단이다.

모 연구위원의 발표가 나오자 현장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나름의 상생을 찾자는 발언이 나오자, 중고차 업계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초유의 토론회 파행이 벌어졌다. 중고차 업계인들은 세미나가 끝나고 토론회가 시작되려고 하자 단상을 점거하고 "정부가 이런식으로 가면 우리는 다 죽는다"고 주장했다. "모 위원의 발제자료에 실린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몸싸움을 연상하게 만드는 거친언행도 튀어나왔다. ‘할복, 죽이겠다’는 강경한 발언은 물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도 난무했다. "우리가 다 죽게 생겼다"며 "창조경제(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책)가 젊은놈 일자리 몇 개 만들어 주는 거냐?"라는 외침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급한연락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하려던 헤이딜러 박진우 대표는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들의 거센항의가 시작되자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 토론회가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다만 헤이딜러 분쟁은 다른 모빌리티 분쟁과 다른 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우버와 콜버스는 구사업 종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아예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등 힘없는 모습을 보였으나, 헤이딜러는 중고차 업계와 나름의 상생을 모색해 이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민병두, 이원욱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온라인 자동차 경매 제도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2016년 7월 20일 열린 가운데 이원욱 의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정책과 제도는 있을 수 없다"며 "온라인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오프라인 사업자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기분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선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우리들은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공익사업을 위한 처절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차라리 우리한테 주면 일자리 창출 충분히 한다"며 날을 세웠다. 심지어 이완행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서서울모터리움 법무이사는 “사무실에 PC 하나 두면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상이냐"며 헤이딜러의 가치를 폄하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헤이딜러는 꾸준히 중고차 업계를 설득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5일 오프라인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 중인 월드자동차경매장과 O2O 중고차 경매 추진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프라인 인프라 시설을 월드자동차 경매장이 제공하면 헤이딜러가 응찰단 및 온라인 비교 견적 시스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모든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헤이딜러는 상생을 위한 최초의 협력에 성공한 셈이다. 헤이딜러는 올해 2월 75억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며 여전히 달리고 있다.

▲ 헤이딜러 앱이 보인다. 출처=헤이딜러

헤이딜러가 우버 등과 달리 나름 상생을 위한 타협점 모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택시업계와 중고차 업계의 특성도 있겠지만, 아직 모빌리티와 관련된 ICT 기술이 시대의 화두가 되기 전 논란을 겪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중고차 업계가 원하는 것을 헤이딜러는 기민하게 받아들였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초반부터 성공적인 여론전을 통해 언론사 및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우버의 등장과 퇴출, 나아가 콜버스의 피봇 및 헤이딜러의 상생안 마련. 여기까지가 국내 모빌리티 업계를 강타했던 1차 폭풍이다. 그러나 아직 모빌리티 시장의 전쟁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제 카풀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 치열한 전쟁의 총성을 쏘아올린 곳은 카풀 업체 풀러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