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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는 지금] ‘전자발찌’, 더 이상 ‘성범죄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 지난달 26일 수원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변호사법위반으로 구속되어 수원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던 64세의 피고인 A씨에 대하여 주거제한 및 전자장치 부착 등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허가’결정에 해당한다.

앞으로는 ‘전자발찌 착용자 = 성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수원지방법원에 이어 다른 법원에서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 ‘전자발찌’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전자발찌’라고 알고 있는 기계의 정확한 명칭은 ‘위치추적 전자장치(이하 전자장치)’다. 전자파를 발신하고 추적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위치를 확인하거나 이동경로를 탐지하는 일련의 기계적 설비를 의미하는 ‘전자장치’ 중에는 전자장치를 부착한 사람의 주거지에 설치하여 전자장치 부착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장치인 ‘자택 감독장치’도 있지만, 전자장치가 부착된 사람이 휴대하는 것으로서 전자장치 부착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휴대용 추적장치’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자발찌’가 바로 이 ‘휴대용 추적장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자장치’의 부착은 형벌이 아닌 일종의 ‘보호관찰’로 성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 착용자 = 성범죄자’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은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의 근거법률인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에 의해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장치’부착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와 같이 ‘전자장치’ 부착결정이 이루어진 성범죄자들 중 일부가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심지어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로 동종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된 것의 영향으로 보인다. 참고로 ‘전자장치부착법’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범죄에는 성범죄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죄, 살인범죄, 강도범죄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법원이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허가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불구속 재판 확대실현과 수용시설 부족문제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제198조 제1항), 법원 역시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실질화하고자 노력하는 중인데,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보석의 조건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형사소송법상의 보석의 조건(제98조)이라는 것이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ㆍ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제1호), 법원이 정하는 보증금 상당의 금액을 납입할 것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제출할 것(제2호),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를 제한하고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조치를 수인할 것(제3호),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ㆍ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제4호), 피고인 외의 자가 작성한 출석보증서를 제출할 것(제5호), 법원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아니할 것을 서약할 것(제6호), 법원이 지정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권리회복에 필요한 금원을 공탁하거나 그에 상당한 담보를 제공할 것(제7호), 피고인 또는 법원이 지정하는 자가 보증금을 납입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것(제8호) 등이지만, 대부분 법원이 선택하게 되는 것은 거액의 보증금 납부를 조건부로 하는 경우다. 그 외의 다른 보석의 조건, 가령 서약서 제출, 주거지 변경 시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 등은 피고인이 법원을 기망해도 법원이 이를 즉시 알기 어렵고 사실상 구속력 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구속을 담보할 거액의 보증금을 조건으로 보석허가 결정을 하는 것도 재력에 따라 구속 여부가 달라진다는 사회적 비판여론이 있어 법원은 그 동안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보석 결정 자체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사법연감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형사피고인의 보석 허가율이 30~40% 이상인 것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4%에 불과해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보석은 허가 결정이 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자장치’조건부 보석허가 결정이 일반화될 경우 법원으로서도 보석허가 결정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굳이 거액의 보증금을 조건으로 걸지 않더라도 ‘전자장치’는 오히려 피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불구속을 담보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결정이 일반화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HSBC에 대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으로부터 보석금 1000만 캐나다 달러 납부 및 ‘전자장치’부착 조건부로 보석허가결정을 받은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과 같은 사례도 흔히 접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입장에서도 법원의 이 같은 변화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법무부는 지난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가 구치소 1인당 수용면적이 1㎡ 남짓인 0.3평에 불과한 것은 위헌이라 판단하고 이에 따라 국가배상청구소송이 잇따라 제기된 것과 관련해 구치소를 포함한 교정시설의 수용자 1인당 면적을 5~7년 내에 2.58㎡(0.78평)이상으로 넓히고자 주문 속초교도소 신설, 대구교도소 확대 이전 등의 예산을 마련해 둔 상태다. 법원이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을 널리 확대 시행하게 된다면 법무부 입장에서도 예산을 절감하고 조기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결정 확대가 보석허가율 자체를 높이는 계기가 될지, 그로 인해 구속하지 않고도 구속의 효과를 누리면서도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문제지만, 적어도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석청구를 해보고 법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보석허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사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0.29  07: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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