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월 떠나는 마크 파커 현 CEO(왼쪽)와 차기 CEO로 부임하는 존 도나호.    출처= HypeBea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 최대 운동화 회사 나이키가 지난 주 지난 2006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마크 파커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월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파커의 후임자로 이베이(eBay)의 CEO를 지냈고 현재 나이키 이사회 위원이자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서비스나우(ServiceNow)의 CEO인 존 도나호가 후임자로 부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부터 매출 1450억 달러 회사의 CEO로 부임하는 59세의 존 도나호는 풍부한 CEO 경험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맥주 유통회사에서 여름 아르바이트를 했던 10대 시절에 ‘두 가지 중요한 위대한 리더십 교훈’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1978년 시카고 교외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도나호는 그해 여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 아버지의 권유로 지금은 없어진 맥주 브랜드 슈리츠(Schlitz) 맥주 유통회사의 보조 일자리를 얻었다.

도나호는 지난 2013년 글로벌 구인구직 SNS 링크트인(LinkedIn) 에세이에서 "그 해 여름 아르바이트에서 새벽 7시에서부터 맥주를 마셨고, 형편없는 솜씨로 트럭을 몰았다”고 썼다.

실제로 도나호는 시카고 창고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국제 트럭운전사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했다. 오전 6시 30분에 시카고 맥주 창고에 도착해서, 도시 전역의 유통업자들에게 맥주를 배달하는 맥주 배달 트럭 운전자들을 도와 맥주 상자를 트럭에 싣는 일을 열심히 했다.

"그곳은 현금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어서 안전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한 트럭 운전자는 늘 양말 속에 총을 감추고 다녔는데, 그의 일을 돕는 보조원이 누군가가 훔친 맥주병으로 머리를 맞고 병원에 입원하자 나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나를 트럭에 가두기도 했지요.”

도나호는 "그러나 그 일자리는 위험하기도 했지만 확실한 특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트럭 운전자는 도나호가 장거리 배달 여행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긴장을 풀기 위해 맥주 두 병을 따서 마셨다.

"나는 18살이었는데 아침 7시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지요.”(당시 18살은 합법적인 음주 연령이었다)

도나호는 "그 여름 맥주를 트럭에 싣는 일을 하면서 두 가지 중요한 리더십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먼저,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들이 나와 같기를 바라기보다는 그들의 다양성, 직업에 대한 그들의 접근 방법, 그리고 그들이 나와 상호작용하는 여러 다양한 방식을 배웠지요."

그 경험은 도나호에게 그들이 자신과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그들을 함부로 비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중에 도나호는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Stanford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취득했지만, 그 해 여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지했던 동료 창고 직원들이 보여준 가르침과 인내는 여전히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 월 나이키의 CEO로 부임하는 존 도나호는 풍부한 CEO 경험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맥주 유통회사에서 여름 아르바이트를 했던 10대 시절에 ‘두 가지 중요한 위대한 리더십 교훈’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출처= BusinessChief

도나오는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이 사람의 좋은 자질이 무엇이며 그로부터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고 스스로 묻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내가 리더로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지요. 사람들로부터 최고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따르는 사람들이 저절로 생긴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도나호가 그 해 여름 배운 두 번째 리더십 교훈은 한 트럭 운전사가 도나호에게 트럭을 창고 안까지 운전하게 한 위험한 사건에서 나왔다. 운전 경험이 적었던 이 10대 청소년은 방향을 잘못 틀어 출입구를 부수면서 무려 ‘수 천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그 트럭 운전사는 도나호의 실수를 감싸며 창고 책임자와 일을 잘 처리해 주었고, 창고 책임자는 도나호에게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도나호는 "그때 배운 교훈은 신뢰였다"고 말했다.

“그 트럭 운전자가 나의 실수를 감싸주면서 보여준 신뢰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창고책임자에게 나에 대한 믿음을 설명하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말했지요. 그 일 이후 나는 그 해 여름의 나머지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보냈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하도록 동기 부여됐으니까요.”  

도나호는 그 두 번째 교훈이 그가 지금까지 '사전 신뢰'(Presume Trust)라고 부르는 리더십 원칙을 지키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도나호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만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은 팀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명백히 신뢰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왜 먼저 신뢰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우리는 사람을 미리 먼저 신뢰함으로써, 우리 모두 같은 팀이라는 이해를 가지고 동료들에게 접근해야 합니다. 미리 신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더 성공하게 만듭니다."

대학 졸업 후 도나호는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보조 컨설턴트로 입사해서 1999년에 이 회사의 CEO가 되었다. 그는 베인에서 CEO로 일하면서도 그리고 나중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이베이에서 CEO를 일할 때에도 이 ‘사전 신뢰’를 견지했다.

이제 도나호는 나이키의 CEO로 취임할 준비를 하고 있다(그는 2014년부터 이 회사의 이사회 위원이었다). 마크 파커 현 CEO는 2006년부터 CEO로 일했고 2019년 회계연도에 1390만 달러(160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나이키는 지난 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도나호가 2020년 주식과 현금을 합해 4500만 달러(530억원) 상당의 보상 계약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포함해 1850만 달러(21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