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출처=화웨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향한 관세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화웨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진영에서 영국 ARM社가 이탈을 선언한 것이다.

ARM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RM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베이징'에서 프로세서 IP(지식재산권) 및 렌더링 서비스 지원을 중국 파트너사에 계속 라이선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ARM의 중국 파트너사에는 화웨이가 포함돼 있으며, ARM은 관련 법률 문제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CPU(중앙처리장치) 아키텍처 공급 업체인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 SoC(통합칩) 생산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에 234억 파운드(약 35조3000억원)에 인수된 바 있다.

현재 ARM은 중국에서 200개가 넘는 협력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중국 칩 출하량은 160억대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SoC의 95%가 ARM의 프로세서 IP를 사용해 개발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ARM은 올해 5월 새로운 CPU 기술인 코텍스 A77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ARM의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 요구로 올해 5월부터 거래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지난 9월 IFA 2019에서 공개한 신형 SoC 기린990이 ARM의 구형 CPU 기술인 코텍스 A76을 탑재해 발표했다. 코텍스 A76은 A77 대비 연산 속도가 23~35%, 데이터 전송 속도가 15% 정도 느리다.

초기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ARM은 장기적으로 지속된 무역분쟁에 휘말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국의 관세폭탄이 중국에 이어 유럽으로 향한다는 점이 돌아서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중단 당시 미국 정부는 ARM이 미국 지역 사무소가 여러 있고, 미국 사무소에서 기술 개발에 협력했으니 미국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ARM 법무팀은 손수 영국기반 회사의 기술로 판단을 내리고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철회했다. ARM의 이번 발표로 인해 화웨이는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 테크놀로지스를 통해 자체적인 칩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됐다. ARM의 무역제재 이탈로 화웨이는 내년부터 본격 개화될 글로벌 5G 스마트폰 경쟁을 앞두고 하나의 난관을 넘었다.

다만 화웨이는 새롭게 개발하는 SoC에 대한 안정성과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라이선스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대만 IT 업계에 따르면 ARM과 화웨이는 V8 아키텍처에 대한 영구 라이선스를 중국 통신 기업이 갖고 있으며 외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IT 산업의 심각한 영향을 끼칠 관심사로 남아있다.

르네 하스 ARM IPG(지식재산권 그룹) 대표는 "ARM은 화웨이, 하이실리콘 테크놀로지스와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ARM은 이들 회사에 지속적으로 IP 라이선스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