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혼잡한 식품점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것은 가장 성가신 일 중 하나다. 특히 저녁 시간에 식품점 문 닫기 전에 저녁 식사에 쓸 식품을 사러 식품점을 찾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캐나다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의 식품 체인점 소베이(Sobeys)는 계산대를 늘리고 더 많은 출납원을 고용하는 대신, 고객들이 계산대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혁신적인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소베이가 고객이 카트에 물건을 넣을 때 제품을 즉석에서 스캔하고 무게를 재는 지능형 쇼핑 카트 10대를 선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카트에는 셀프 계산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터치 스크린이 달려 있다. 고객들이 쇼핑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스캔하면 화면에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는 동안 구매한 총계가 표시되며, 그들이 쇼핑을 마치면 즉석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식품 소매점들은 기술 혁신의 온상이 되었다. 지난 한 세기에 걸쳐 소매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쇼핑을 보다 편리하게 하려는 노력을 강요받고 있다. 이제 업계가 기술적 격변의 한 가운데에 있음을 알게 되면서, 국내 식품 체인점들이 갑자기 대중들에게 셀프 서비스 키오스크나 온라인 쇼핑을 훨씬 뛰어넘는 미래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식품 체인점 소베이(Sobeys)는 고객이 카트에 물건을 넣으면서 제품을 스캔하고 무게를 재는 지능형 쇼핑 카트 10대를 선보였다.    출처= Sobeys

지난 1년 동안만 해도, 미국 최대 식품점인 크로거(Kroger)는 자율 배달 차량을 선보였고, 자이언트푸드스토어(Giant Food Stores)는 진열대를 스캔해 새거나 상한 상품을 식별하는 '마티'(Marty)라는 로봇 도우미를 잇달아 출시했다. 크로거는 또 고객들이 쇼핑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식품을 스캔하고 지불할 수 있는 ‘스캔, 백, 고’(Scan, Bag, Go)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크로거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야엘 코셋은 “식품업계나 소매업계에서 고객의 요구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고객들이 식품을 사는 데 가능한 한 그들의 입장에서 많은 편의 옵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고객들은 집까지 배달을 원하지만 어떤 고객들은 픽업을 원하기도 하고 어떤 고객들은 직접 매장에 오는 것을 원하기도 하지요. 고객이 음성, 모바일, 웹 등 어느 채널을 통해 우리와 거래하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접점에서도 고객과 고객의 구매 이력을 모두 알 수 있으니까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스타트업 펜사(Pensa)는 카메라를 장착해 식품점 진열대를 스캔하는 자율주행 로봇 드론을 시험해 왔다. 이 카메라는 끊임없이 변하는 매장의 재고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 결과물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급망에 통보한다.

올해 월마트 고객들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이용해 식품을 주문할 수 있었으며, 홀푸드 고객들은 아마존의 에코를 통해 음성 명령으로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년 2000억 달러어치의 식품을 팔고 150만 명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민간 고용주 월마트는 내년까지 4700개의 미국 매장의 거의 절반에 자율 바닥 청소 로봇을 배치할 계획인데, 이 또한 인공지능 기계의 편의성을 사용해 사업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주요 노력의 일환이다.

▲ 지능형 쇼핑 카트에 달린 터치 스크린이 고객이 구입하는 물건을 즉석에서 스캔한다.    출처= Sobeys

캐나다 방송(CBC)에 따르면, 소베이는 세이프웨이(safeway), IGA, 프레쉬코(FreshCo), 푸드랜드(Foodland), 트리프티 푸드(Thrifty Foods) 체인 등, 캐나다 전역에 1500개 이상의 식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베이는 뉴욕의 소매업 기술 스타트업 케이퍼(Caper)가 개발한 이 스마트 카트는 장착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로 앞으로 사용되면서 더욱 지능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마트 카트가 진화함에 따라, 카트에 달린 터치 스크린은 구입한 물품을 스캔하는 기능뿐 아니라 고객들이 매장 내의 모든 식품을 검색하고,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고, 레시피에 맞는 제품도 추천해 주는 등 더욱 다양한 목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스마트 카트에는 이미 여러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소베이는 이 카메라들이 카트에 장착된 첨단 저울과 함께 고객들이 구매한 물건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바코드를 스캔할 필요 없이 카트에 물건을 담는 것만으로도 계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베이의 매튜 라쿠지에 소매담당 부사장은 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인간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이 새로운 기술은 현장의 직원들을 보다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그들은 고객의 질문에 대답하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리법이나 제품을 고르는 것을 돕는데 더 치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고객의 초기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소베이의 단골 고객인 스튜어트 에디는 채소를 가득 담은 카트에 아몬드 한 봉지를 추가하면서 “셀프 계산대보다 훨씬 편하다. 아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