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가 만났다.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던 SK텔레콤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카카오가 손을 잡으며 의미있는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의 탈통신 전략이 카카오 비즈니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미래행보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SKT와 카카오가 만났다. 출처=카카오

상호 주식 교환...동맹 결성

카카오와 SK텔레콤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상호 교환한다. 카카오는 SK텔레콤에게 신주를 발행하고, SK텔레콤은 자사주를 카카오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보유하게 된다.

카카오의 플랫폼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 및 혜택 등이 결합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인공지능 및 5G, 콘텐츠 및 플랫폼의 협업을 타진하며 원활한 협력을 위해 두 회사는 시너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와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이 시너지 협의체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정기 미팅을 통해 상호 협력 사항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은 "카카오와의 이번 파트너십은 미래 ICT의 핵심이 될 5G, 모바일 플랫폼 분야의 대표 기업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ICT 산업 전반과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국내 ICT 기술과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ICT 대표기업인 양사가 글로벌 업체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ICT 생태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T맵 택시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SKT

겹치는 영역

SK텔레콤은 5G 원년을 맞아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에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기간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고속도로를 만들어 자동차들에게 수수료만 받던 SK텔레콤은 이제 휴게소 비즈니스 모델까지 강하게 추구하고 있다. 포털보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와 접점이 많아지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탈통신 전략도 빨라지고 있으며, 핵심 영역은 카카오 비즈니스와 상당부분 겹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국회 입법 절차를 시작한 가운데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논쟁을 거친 후 택시업계와 협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만나기 전부터 이미 업계와 협력해 T맵택시의 로드맵을 키워온 바 있다.

카 인포테인먼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하며 카카오내비와 협력한 가운데 SK텔레콤의 T맵은 애플 카플레이 지원을 서두르며 전열을 추스르는 중이다.

음원도 두 회사의 영역이 겹친다. SK가 매각한 멜론이 사모펀드에 넘어간 후 카카오가 이를 인수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올해 초 플로를 런칭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콘텐츠도 접점이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텐센트와 제휴를 맺는 한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개척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상파와 함께 웨이브 OTT를 출범하며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 플로가 보인다. 출처=플로

카카오의 핵심 경쟁력인 모바일 메신저에서, SK텔레콤은 다른 통신사들과 함께 RCS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자체 모바일 메신저까지 내놨다.

SK텔레콤은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며 카카오를 강하게 견제한 바 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카카오 모빌리티를 견제하는 한편, 택시업계의 반(反) 카카오 모빌리티 집회가 벌어질 당시 T맵 홍보 전단을 나눠주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모바일 메신저 영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나아가 SK텔레콤은 로밍 요금제 개편을 통해 음성 매출 일부를 포기하면서 mVoIP(모바일 인터넷 전화) 시장 강화에도 나서며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플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최근 플로 바이럴 마케팅 광고를 통해 카카오의 멜론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광고 모델이 집에서 과일 '멜론'을 먹다가 플로가 찾아오자 멜론을 엎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귀여운 디스'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제로레이팅 및 네트워크 슬라이스 등 통신사의 콘텐츠 플랫폼 전략이 기존 콘텐츠 및 플랫폼 전략과 충돌하는 일도 잦다. CP와 ISP의 충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SK텔레콤과 카카오도 ‘마냥 편한 사이’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와 만난 SK텔레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