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유머’는 중요할까요?”

여러분들은 숨막히고 긴장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아이스 브레이킹 (ice-breaking)으로 유머를 사용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적시의 적절한 유머는 한 순간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나의 긴장도 확 풀어지게 하여 일사천리로 성공적 발표를 만들기도 하고, 잘못 사용하게 되면 그 썰렁한 분위기까지 가중되어 발표 전체가 시쳇말로 폭망하게도 됩니다.   

제 업무상 대외협력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비즈니스맨들이나 해외상공회의소 분들과의 만남이 잦은데, 이때는 유머가 제대로 힘을 발휘합니다. 한 십 여년 넘게 이 그룹들과 교류하다 보니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나라별로 비즈니스에서 유머를 받아들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계 회사 중에서도 국가별로 분위기 차이가 좀 있는데, 만약 여러분들이 새롭게 협력하게 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으시거나 해외기업에서 일하시게 되었거나 또는 특정 국가 회의석상 등에서 발표를 하셔야 하는 상황이 되신다면 아마도 제 지난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과 극 비교만 오늘은 해볼까요. 우선 가장 비즈니스가 빈번한 국가인 미국입니다.

미국은 아무래도 비교적 짧은 역사에 ‘인종 용광로’라 불리는 다문화 민족이 유입된 나라다 보니 의사소통도 어떤 맥락이나 배경에서 역사적 공감대나 전통 공유가 어렵지요. 그래서 미국 비즈니스맨들은 대체로 분명하고 직접적이며 짧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고 모호한 것을 싫어합니다. 요즘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식 트윗터 정치’도 같은 맥락이죠.

수 많은 미국 분들을 만나왔지만, 대체로 미국식 유머는 좀 더 유쾌하고 낙천적이며 무게감이 가볍습니다. 브리핑이나 대화 시작 시, 농담을 하고 상대방이 웃지 않거나 소위 썰렁해지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Just kidding (하하 농담입니다)’, ‘I’m joking, by the way (방금 농담이었어요)’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는 식입니다. 미국인들 대상으로 여러분들께서 발표를 하신다면, 내용 초반에 유머나 짧은 컷의 시사 풍자 만화를 포함하여 시작하면 대체로 좋은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유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극과 극 성향의 다른 나라도 한번 살펴볼까요.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에서 ‘유머가 비즈니스에서 푸대접 받는 나라’, 바로 독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책이 ‘독일 유머집’이라는 속담을 아시나요? 독일인들은 늘 진지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합니다만, 대체로 유머 감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민족인 것 같습니다. 제가 슈트트가르트에서 독일기업들에서 차출된 유능한 중간 관리자인 비즈니스맨들과 함께 경영학 공부를 하고, 국내에 와서도 독일 비즈니스맨들과 교류를 해오고 있는데, 세미나, 프리젠테이션시 유머를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사용하는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유머 감각과 거리가 먼 독일인들의 진지한 성향도 있겠지만, 이들 생각의 바탕에는 “시간은 돈보다 귀중하다.”는 의식도 깔려 있습니다. 독일에서 유머는 소위 ‘절친들끼리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비즈니스 관계에서 나와 상대의 귀중한 시간을 유머나 농담으로 낭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죠.  

독일 기업에서 일하시거나 독일과의 공식적인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유머를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절대 활용하지 마십시오. 긴장감 완화를 위해 시도하셔도 승률이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좋은 인상을 주려면, 매너있는 자세로 발표를 시작하여 곧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반응을 유도하실 수 있습니다.

유머도 특정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약과 독이 된다는 사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품위 있게 비즈니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