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두 차례의 사고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선 보잉이 737맥스 8의 후폭풍을 톡톡히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데 이어 3분기 실적도 추락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737맥스 8로 적잖은 피해를 입은 국내 항공사들은 운항 재개 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 뒤에도 안전성에 대한 신뢰회복을 얻기 까지 한참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잉, 2·3분기 실적 추락에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3분기 11억6700만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한 실적이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21% 줄어든 199억8000만에 그쳤다. 737맥스의 추락사고, 차세대 항공기 777X의 출시 지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3분기 전체 항공기 인도 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190대에서 63대로 크게 줄었다. 

특히 737맥스 기종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한 이후 3월 중순부터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운항이 금지된 상태다.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의 오류로 발생한 사고로, 현재 보잉은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보잉은 737맥스 위기 이후 경영진을 쇄신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서 보잉 이사회는 데니스 뮬런버그 최고경영자(CEO)를 회장직에서 해임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케빈 맥알리스터 상용기 부문 CEO를 경질하기도 했다. 맥알리스터는 737맥스 운항 중단 사태 장기화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황이 이쯤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보잉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S&P는 보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잉에 대한 신용등급은 ‘A’로,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잉은 4분기 737맥스 8의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잉은 4분기 737맥스의 비행 재개를 위한 규제 당국의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4일 랜디 틴세스 보잉상용기 마케팅 부사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글로벌 항공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737맥스 8의 운항 재개와 관련 “규제당국과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협력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전망은 이번 분기(4분기)에 다시 운항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규제기관인 연방항공청(FAA)의 연내 737맥스 8의 운항 재개 결정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미국이 중국과의 오랜 무역 마찰과 제조업 경기 둔화 등으로 경기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이상, FAA가 미국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보잉과 항공업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보잉 737맥스의 감산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항공기와 부품, 엔진을 포함한 항공산업 수출 규모는 1300억달러로 그해 대중국 전체 수출과 맞먹는 액수였다.

그러나 보잉의 감산으로 지난 2·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포인트, 수출은 7.5%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잉의 감산은 투자와 수출, 재고에 모두 타격을 주는 것으로 특히 2·4분기 미국 전체 투자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내 737맥스 8의 운항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운항 재개 시간 걸릴 것”

다만 국내에서는 운항 재개 가능성과 관련 아직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세계 항공당국의 737맥스 운항 승인 여부를 지켜본 뒤 신뢰가 회복됐다고 판단될 경우 국내에서도 운항 재개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최신 기종인 737맥스8을 줄줄이 도입할 계획이었다.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대한항공 6대, 이스타항공 4대, 티웨이항공 4대 등 14대의 37 맥스 8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락 사고로  운항 및 도입이 모두 중단됐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737맥스 8 기종 2대를 가장 먼저 들여왔지만, 지난 3월 운항을 잠정 중단하면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도입한 맥스8 2대로 부산~싱가포르 부정기편을 운항하고, 이를 기반으로 싱가포르 노선 정기 운수권을 배부 받았다. 기존 B737-800 대비 연료효율이 14% 개선되고 항속거리가 6500km로 향상돼 이스타항공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맥스8의 운항금지로 이스타항공이 도입한 두 대의 맥스8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인천공항 주기장에 멈춰 서있다. 발생하는 리스료, 정비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기회비용 등은 매달 수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애초 보잉과 30대의 맥스8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구매계약을 맺고 지난 5월부터 해당 기종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저가 항공사 라이온에어 추락사고로 인해 “안전이 완전히 확보되기 전까지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며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이어 대한항공은 내년 3월 말부터 인천~오키나와 노선에 맥스8 기종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확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빠른 조치로 하계 스케줄 시작 전 맥스 기종 규제가 풀리고 안전성이 보장돼 국내 운항이 가능해질 경우 운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또한 맥스 대신 보잉 737-800을 도입하기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