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래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재생의료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재생의료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운 희귀·난치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미래 핵심 유망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줄기세포, 면역세포, 유전자치료제 등 재생의료의 상업적 결과물이 속속 나오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시장 선점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재생의료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된 만큼 시장 선두주자와 후발주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재생의료의 잠재력을 예측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한국을 비롯한 의료강국을 꿈꾸는 국가들도 재생의료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시장 안착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공석으로 남아있는 재생의료 시장의 맹주 자리를 놓고 세계 각국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전 세계 재생의료 시장 규모 및 전망. (단위: 십억달러)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4년 768억 달러 규모로 성장 

재생의료는 치료용 세포와 조직을 만들어 손상된 인체 부위의 재생을 촉진하는 의료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대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각종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생의료 기법으로 개발된 치료법들이 중개 연구를 통해 환자의 치료는 물론 제품의 생산 및 상업화로 이어지면서 성장 폭이 확대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재생의료 시장은 260억 달러 규모를 형성했다. 2024년까지 연평균 19.8% 성장률을 기록해 768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재생의료의 꽃은 줄기세포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줄기세포치료제 분야는 103억 달러로 전체 재생의료 기술 중 40%를 차지했다. 그 뒤를 바이오소재(77억 달러), 조직공학(36억 달러) 등이 따르고 있다. 이중 조직공학은 인간 신약 스크리닝, 바이오마커 발굴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적극 활용됨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아울러 재생의료 기술은 만성 상처 치료 등 피부질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상처 치료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직공학적 피부대체물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재생의료 기술은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한정돼 있지만 종양학, 안과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치료제 개발 및 수익 창출이 가능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미 지역 재생의료 시장현황 및 전망. (단위: 십억달러)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점유율' 북미 VS '성장률' 아시아 

현재 재생의료 시장은 북미에서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으뜸이다. 미국은 북미 시장 점유율 79%를 차지하며 재생의료 분야의 맹주 자리에 가장 가까이 와있다. 정부와 민간이 주도해 재생의료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및 투자를 단행한 덕분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연방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4년 설립된 재생의료 연구기관인 국립재생의학센터를 꼽을 수 있다. 이 센터는 재생의료 연구와 더불어 다른 기관과의 민감한 사안을 조정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인 유럽도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재생의료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재생의료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독일이 25% 점유율로 앞서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는 북미와 유럽에 이은 세 번째 규모의 재생의료 시장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놀라운 성장률로 북미를 비롯한 상위 국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센터는 재생의료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의 연평균 성장률이 23%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높은 점유율이 강점인 북미와 성장률을 앞세운 아시아의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약 3년간의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처=국회 홈페이지

재생의료 물꼬 튼 첨단재생바이오법

우리나라도 재생의료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약 3년간의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생의료 확산을 위한 물꼬를 텄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기존 약사법,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뉜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해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신속한 신약 허가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발의됐다. 이를 통해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 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 주기 안전관리 및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첨단재생바이오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모든 절차를 거쳐 정식 공포된 법이지만 국민 건강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와 후속 조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첨단재생바이오법 공포 후 1년여간의 준비 기간이 있는 만큼 제정 취지에 걸맞은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소라 인하대 재생의료전략연구소 센터장은 지난달 열린 한 포럼에서 "혁신기술은 불확실성이란 근원적 장애 요인을 갖고 태어난다"며 "이를 법, 제도, 사회,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피고 안전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