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ICT 업계에 ‘사양사업’과 관련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래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산업들이 결국에는 한계와 직면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VR(가상현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온디맨드다.

▲ 에어비앤비가 보인다. 출처=에어비앤비

위워크 몰락, 그리고 버블
사무실 공유 플랫폼 위워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위워크에 50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CN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0억달러를 대출하는 한편 내년 예정했던 15억달러 규모의 주식 투자 속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0억달러 주식 공개매입 가능성도 있어 위워크에 들어가는 총 자금은 100억달러 수준일 전망이다.

위워크는 한 때 기업가치 470억달러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으나, 기업공개를 앞두고 막대한 부실경영이 드러나는 한편 애덤 노이만 창업주의 모럴해저드까지 겹쳐 끝없이 추락했다. 기업가치는 80억달러로 축소됐으며 기업공개는 결국 불발됐다. 위워크는 상반기에만 9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직원 2000명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CT 업계에서는 위워크의 위기에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기업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전체 IC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이 재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위워크는 물론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온디맨드 기업의 위기론으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온디맨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라면 플랫폼 사업자가 없어야 하고 말 그대로 대중과 대중이 수요와 공급의 장에서 어지럽게 만난다. 이 과정에서 공유지의 비극도 생기면서 각자가 가진 자원의 효율적 소비를 지향한다. 그러나 온디맨드는 정체성이 다르다. 수요에 따라 공급을 시의적절하게 조절하며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사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유휴자산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공급자에게 수요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

온디맨드 기업의 탄생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후 부의 불평등 현상이 벌어지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즉 돈을 아끼기 위한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위워크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온디맨드 기업은 모바일 기술 혁명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 다양한 가능성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몸집을 불렸으며 글로벌 유니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온디맨드 기업이 최근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와 공급의 연결 이상의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은 연결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지만, 아직은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결합시키며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 외에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간극은 기술이 메워야 하지만, 역시 온디맨드 기업들은 답을 찾지 못했다. 당연히 온디맨드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용자 경험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온디맨드 기업의 고질적인 수익난 문제는 매우 고질적이다. 아직은 플랫폼을 확장시키며 쩐의 전쟁을 벌이거나, 플랫폼 합종연횡이 이어지는 수준으로 갈음된다. 판부터 키우고 수익은 나중에 생각하는 일종의 위험한 전략이지만, 지금은 이 외에는 답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프트뱅크가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을 연결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 온디맨드 기업의 한계는 명확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에어비앤비의 숙소가 보인다. 출처=에어비앤비

특이함, 결국 특이함
온디맨드 기업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는 한편 고질적인 수익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 특이점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용자 경험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 역시 현 상황으로는 어렵다.

다만 해결을 위한 단서는 있다. 에어비앤비가 좋은 사례다.

글로벌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올해 1분기 3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상장을 계획한 에어비앤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1분기 3600억원의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두 배에 달한다. 매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나고 대규모 마케팅 비용 집행이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에어비앤비는 다른 온디맨드 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강점이 있다. 바로 여행이라는 키워드다. 에어비앤비는 '수요와 공급 연결-기술적 특이점-사용자 경험 확대-매스 인프라 구축'의 단계에서 기술적 특이점을 뛰어넘어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서 성과를 거두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과로 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숙박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선물에 에어비앤비가 빠르게 녹아들었던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숙박 수요와 공급의 연결을 넘어, 즉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게스트의 수요를 맞춰주는 것을 넘어 '호스트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증진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위워크에 입주한 사람이 단순히 입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지 못한 경험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는 아직 입주민 네트워킹 이상의 사용자 경험은 발굴하지 못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기술적 특이성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용자 경험을 일부 확대하는 것에 성공했다. 앞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온디맨드 기업이 참고해야 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