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ICT 업계에 ‘사양사업’과 관련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래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산업들이 결국에는 한계와 직면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VR(가상현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온디맨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그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그림자를 강하게 지적했다. WSJ는 “SNS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기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는지 알 수 없다”면서 “마케팅 효과가 과대평가됐다”고 말했다.

사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그 시작부터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최초 논쟁은 ‘비즈니스’다.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MCN 시장이 태동하며 유튜브 중심의 동영상 콘텐츠가 대중화 전철을 밟자,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자기의 역량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바 있다. 중국의 왕홍 등 다양한 인플루언서 비즈니스가 성장하며 높은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체계적이고 일괄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은 난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다른 산업과의 유기적인 연결로 해결됐다. 인플루언서가 특정 기업과 만나 체계적이고 투명한 판매 플랫폼을 구축해 팬과 호흡하는 새로운 형식의 커머스 모델이다.

다음 논란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부작용 중 하나인 ‘불량’ 논란이다. 인플루언서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없을까. 과장광고 및 허위광고 논란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마지막 논란은 WSJ의 보도 내용과 관련이 깊다. ‘과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를 가질 수 있는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무형의 존재며 사실상 정교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디지털 광고의 경우 퍼포먼스 및 상품이나 서비스로의 전환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는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정량적인 수치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정확한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정리해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벌어진 바 있다. 코스모체인이라는 스타트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뷰티 정보 공유 커뮤니티를 표방하며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를 제작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상용 서비스며, 이 지점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는 증명하기도 어렵고, 여기에 가짜계정 등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부도덕한 행위까지 알려지며 시장은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지나치게 높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도 문제가 되며 기업들은 서서히 발을 빼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기업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으나, 기업의 마케팅이 크게 위축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회사 스스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최근 기업들이 자사 뉴스룸을 신설하는 방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당장 국내 1위 삼성전자도 자사 뉴스룸을 통해 정제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여기서 마케팅은 물론 자사를 둘러싼 논란이나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도 이뤄지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그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알고있는 기업 스스로가 뉴스룸이나 기타 단독 채널을 열어 고객과 직접 소통하려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다만 기업이 특정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단독 채널을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종말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팅의 종류는 다양하며, 그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인플루언서처럼 활동하며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사의 소식을 가장 잘 알고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가능해도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이해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일부 철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이를 두고 전체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자의 역할이 존재하며, 채널의 효율성과 다양성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