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그린북(Green Book)의 중국 흥행 성공은 슈퍼히어로 영화나 액션 영화만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출처= 유튜브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중 무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객들은 할리우드의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열광하고 있고, 미국 또한 더 많은 아시아 테마 영화들을 포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한 고위 영화 관계자는, 여전히 흑인 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 지역에서 백인과 흑인이 우정을 쌓아가는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이 중국에서 놀라운 흥행을 거뒀다는 것은, 슈퍼히어로 영화나 액션 영화만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가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그룹홀딩스의 영화 사업부인 알리바바 픽쳐스(Alibaba Pictures)의 웨이 장 대표는 "중국 관객이 갈수록 세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몇 년 동안 <그린북>을 포함해 많은 미국 영화에 투자했다.

웨이 장 대표는 월스트리트 저널 테크 라이브 컨퍼런스(WSJ Tech Live Conference)에서, 1960년대 초 미국의 인종 관계라는 주제는 중국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인종이라는 차원을 넘어 두 사람의 인간이 “어떻게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고 친구가 되는 것을 배우는 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그린북>은 중국에서 7100만 달러(830억원)라는 놀라운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입보다 불과 20% 적은 숫자다.

그동안 알리바바가 투자한 영화들은 톰 쿠르즈가 주연한 <임파서블 미션> 시리즈 두 편 등 주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전통적 액션 영화들이었다.

중국 박스오피스는 급성장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에 6억 달러(7000억원) 수준이었던 중국의 영화 시장은 2018년에 거의 90억 달러(10조 6000억원)에 달하며 15배나 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할리우드와 중국은 크게 가까워졌지만, 미국 영화가 중국에서의 상영되기 위해 영화를 어떻게 편집하는지에 대한 민감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린북>도 중국에서 처음 공개되기 전에 몇몇 장면을 편집했다.

웨이 장 대표는 "영화를 중국으로 수출할 때 겪는 과정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숙제를 하는 것’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 대학교 여교수가 싱가폴 최대 부호의 아들인 남자 친구와 사귀면서 겪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은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출처= Medium

1940년대 가난과 멸시를 피해 샌프린시스코로 이민 온 4명의 중국 여성들과 그녀들의 장성한 4명의 미국 태생의 딸들 간의 세대 갈등과 문화 및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사랑과 화해를 그린 영화 <조이 럭 클럽>(The Joy Luck Club)과 대학교 여교수가 같은 학교 교수이자 싱가폴 최대 부호의 아들인 남자 친구와 사귀면서 겪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의 제작사들도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해 "중국이 할리우드의 다양한 콘텐츠를 개방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도 아시아 테마 영화를 더 많이 수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에 <조이 럭 클럽>을 발표해 큰 히트를 했던 재닛 양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지난해 미국에서 흥행을 거둔 것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박스 오피스에서 점점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제작사인 SK 글로벌(SK Global)의 존 페노티 최고경영자(CEO)는 넷플릭스(Netflix)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 세계 콘텐츠가 공급됨으로써 "외국 프로그램들이 미국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혁신의 다음 큰 물결은 기술에 의해 청중들이 세계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