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료 카드납입 수수료에 대한 보험사와 카드사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업계 상황이 안 좋아 지다보니 양측 모두 수수료 조정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여러 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납을 허용하지 않거나 제한하고 있어 보험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27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올 2분기 기준 3.0%에 불과하다. 카드납 지수란 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로 결제된 보험료의 비율을 말한다.

같은 기간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카드납 지수는 각각 0.7%, 0.8%이며, 보장성보험은 5.8%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보사별로 전체 카드납 지수를 보면 라이나생명이 36.6%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생명이 0%로 가장 낮았다.

손해보험사의 카드납 지수는 생보사보다는 높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손보사의 올 2분기 기준 카드납 지수는 14.7%다. 장기보장성보험과 장기저축성보험은 각각 12.8%, 5.2%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은 69.1%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에이스보험이 62%로 손보사 전체 카드납 지수 중 가장 높았다. NH농협손해보험은 5.5%를 기록해 가장 낮은 카드납 지수를 보였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공시

이처럼 손보사보다 생보사가, 단기보험보다 장기보험의 카드납 지수가 저조한 것은 카드로 결제하는 보험료의 기간이 길수록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도 가중되기 때문이다. 보험료 카드납 수수료는 2% 수준인데, 지난해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이 3.6%임을 감안하면 카드납 수수료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여러 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납 결제에 제한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매달 카드로 보험료를 납부 할 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야 결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곳들도 있으며, 아예 보험료 카드납을 받지 않는 보험사들도 상당수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납 확대를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의 수수료율은 업황 악화 속 보험사들의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수익성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보험업계는 최근 초저금리 역풍까지 맞으며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들은 보험료 카드납 수수료를 인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역시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의 한계에 직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수료로 인한 수익으로만은 먹고 살 길이 없다는 판단에 비용 감축은 물론 사업 다각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와 카드사 간 카드납 수수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핸드폰 요금부터 각종 공과금까지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인데, 매달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다는 점은 편의성을 높이고 있는 최근 금융 트렌드에도 반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보험료 카드납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매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때 직접 보험사에 연락을 해야만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꼭 카드납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들이 악의적으로 만들어놓은 규정은 아니다”며 “보안상의 문제 등으로 설계사가 매달 고객에게 연락해 카드납 결제 여부를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카드납 수수료가 인하된다면 카드납을 허용하는 보험사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이 이렇게 낮은 나라가 한국 말고는 없는 것 같다. 현금성 시장인 보험업계를 장악하면 카드사도 좋지만, 낮은 수수료를 보험사에만 적용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문제다. 수수료를 더 내린다면 이는 카드사를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만약 수수료를 내려야만 한다면 정부의 지도하에 손해가 나지 않는 구조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